정부 대책에도 꿈쩍 않는 부동산 PF ‘폭탄’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7 14:05
  • 호수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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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인 금융시장 자금경색에는 효과
부동산 개발사업 자체 리스크는 더 커질 수도

채권시장에서 시작된 자금시장 경색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까. 한국은행까지 포함한 범정부 대책이 나왔으니, 경색이 풀리고 정상화될 것인가. 아니면 이제 시작일 뿐, 향후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금융 부문이 다시 얼어붙을 것인가. 정부 대책으로는 10월23일 시장안정대책(이하 10월 대책), 11월11일 PF-ABCP·CP시장 추가 지원방안(이하 11월 방안) 등을 들 수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10월17일 공사를 재개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발행에 실패 하면서 시공사업단이 자체 자금으로 보증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하기로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시사저널 최준필

10월과 11월에 잇달아 대책 내놓은 정부

10월 대책은 CP·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 여전사, 건설사, 일반 기업들에 은행 등 금융회사, 국책은행, 증권금융 등이 채권을 매입하거나 대출해 주고, 이들에 대해 다시 한국은행이 지원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채권시장안정펀드로 국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이 출자한 자금으로 회사채, CP·전자단기사채, PF-ABCP, 여전채 등을 매입한다. 10월24일부터 1조6000억원의 여유 재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추가 캐피털콜을 통해 최대 2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산은과 기은은 채안펀드보다 하위 신용등급의 회사채·CP를 매입하는데, 매입 여력을 5조5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하고 일반 기업 외에 금융회사 발행 CP도 포함한다. 신보는 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를 모아 자체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해 발행하는 P-CBO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총 5조6000억원의 여력을 확보하고 건설사와 여전사에 대한 지원도 추진한다.

증권금융은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담보대출 3조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담보 대상 증권에는 회사채, CP, ABCP, 증금채 등도 허용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도 11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은행채,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 등을 대출 적격담보증권과 RP 매매 대상 증권에 포함하고 RP 매입을 통해 증권사, 증권금융 등에 총 6조원을 지원한다.

11월 방안은 단기 금융시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부동산 PF-ABCP를 보증한 증권사와 건설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대책에서 빠져있던 A2 등급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PF 보증을 직접 떠안게 된 증권사와 건설사에 대해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 프로그램은 차환발행이 안 되는 PF-ABCP에 대해 별도 매입기구(SPC)를 설치해 산업은행과 증권금융이 각각 선순위 25%, 9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중순위 25%, 보증 증권사가 후순위 25%씩을 매입해 준다. A2- 등급 이상을 우선 매입하며, 지원 규모는 1조8000억원 수준이다.

건설사 보증 PF-ABCP 매입 프로그램은 역시 차환발행이 안 되는 A2 등급의 PF-ABCP에 대해 산업은행이 별도 매입기구를 설치해 산업은행 대출자금으로 최대 70%를 매입하고, 대출금액의 80%를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한다. 차환액의 30%는 보증 건설사가 자체 조달한다는 게 지원 프로그램의 골자다. 분양을 개시했거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을 받은 사업장 등이 대상인데, 지원 규모는 1조원 수준이다.

이러한 대책과 조치에 따라 단기금융시장의 경색이 해소되고 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따져보기로 하자. 첫째, 당장 발등의 불을 끌 수 있을 것인가. 방향은 잘 잡힌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유동화증권 중에 차환 위험에 노출된 단기 증권의 비중이 90%를 상회하고 증권사와 건설사의 보증 비중 역시 90%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원 규모는 현재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보고서(9월)에 따르면, 6월말 현재 PF유동화증권 잔액은 39조8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24조9000억원으로 62.6%를 차지한다. 채무 인수로 인해 11월 현재 그 규모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지만, 건설사를 포함한 정확한 수치는 확인할 수 없다. 프로그램 시행 과정에서 수요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그에 맞춰 지원 규모도 확충돼야 한다.

둘째, 발등의 불을 끄면 괜찮은 것인가. 자금시장 경색은 다소 풀릴 수 있지만, 부동산 개발사업 자체의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질 수 있으므로 부동산 경기 관점에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부동산PF 단기 유동화증권이 차환발행되지 않은 이유는 부동산 개발 자체의 사업성에 의구심이 생겼고, 높은 금리로도 충분히 커버되지 않는다는 투자자들의 판단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토지 매입, 인허가, 시공사 선정, 착공, 분양, 입주/운영 등의 과정을 거치는 장기간 프로젝트로 시행사, 브리지론 금융사, 시공과 책임준공 보증 건설사, 분양보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수분양자, 본PF 금융사, PF 보증 금융사, 집단대출(중도금) 금융사, 중도금 보증 한국주택금융공사, 잔금대출 금융사 등이 단계적으로 얽혀있는 구조다.

건설사는 원자재 조달 애로 및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 진행이 어려워졌고, 시행사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나빠지고 조달에도 문제가 생겼으며, 수분양자는 중도금과 잔금 대출의 이자 부담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개발사업 자체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게다가 지금처럼 기성 건축물의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침체로 이어진다면, 신축 건축물의 분양 포기나 대량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동산 PF의 근본적 문제 들여다봐야

6월말 현재 금융권의 PF대출 잔액(112조2000억원)이나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익스포저 비율, 연체율이나 고정이하 여신비율 등의 건전성 지표들을 감안할 때, 당장 금융권의 부실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겠지만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전국 1만여 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건설산업연구원의 10월 서베이에 따르면, 총 도급사업장 중 13.3%가 공사 중단 또는 지연 상태이고, 이 중 66%는 조기 정상화 가능성이 낮으며, 그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상승, 분양 수요 감소 등을 꼽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PF와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을 해소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부동산 경기와 건설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11월10일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관련 규제개선 방안, 정부의 보증 방식과 재원 확충 방안, 사업장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및 구조조정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경직적인 공사비와 분양가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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