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 신청했던 ‘태양의 서커스’, 부활 비결은 브랜드의 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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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라마르 부회장, 저서 《균형 잡기의 기술》 통해 뒷얘기 밝혀
“기업가치 1조7500억원 인정…창조성 없으면 비즈니스도 없다”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중 하나였다. 연간 매출은 10억 달러, 수익률은 20%에 이르렀다. 누구나 알고 있고, 사랑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전성기 시절 태양의 서커스 관객수는 1500만명에 달했다. 브로드웨이의 쇼 39개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그 중심에는 다니엘 라마르 부회장이 있다. 그는 2001년 태양의 서커스에 합류했다. 뉴 벤처스 사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당시 태양의 서커스는 직원은 2000명, 공연수는 7개에 불과했다. 5년 후 라마르 부회장은 CEO로 승진했다. 이후 태양의 서커스는 직원수 5000명, 전 세계에 44개 라이브 쇼를 올리는 거대 규모로 성장했다.

다이엘 라마르 태양의 서커스 부회장.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파산보호 신청까지 했던 태양의 서커스가 최근 부활하면서 그의 창조적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파산보호 신청까지 했던 태양의 서커스가 최근 부활하면서 다이엘 라마르 부회장의 창조적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원 95% 해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성공 신화를 무너뜨린 것은 금융(경제) 위기나 전쟁, 재난 등이 아니었다. 2020년 초 불거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 비즈니스 주축인 이 회사도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44개의 쇼가 모두 중단됐다. 이때가 태양의 서커스 역사상 가장 어둡고 암울했던 시기였다고 라마르 부회장은 회고한다. 그는 “매출이 아예 없어지면서 5000명의 직원 중 95%를 해고했다”면서 “결국 태양의 서커스는 2020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회고했다.

모두가 ‘희생불능’을 얘기했다.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회사 인수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줄을 이은 것이다. 라마르 부회장조차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당시는 매출도 없고, 직원을 최소 인원만 유지하고 있으며, 운영을 재개하기 위한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그런 회사가 어떻게 입찰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아함이 일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태양의 서커스’가 보유한 브랜드의 힘과 지적재산 가치에 매료됐다. 실제로 태양의 서커스는 파산보호 신청을 한지 얼마 후에 매각됐다. 회사를 인수한 자본가들은 9억 달러에 이르는 채무를 인수했을 뿐 아니라, 3억5000만 달러의 운영자금을 추가로 투자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12억7500만 달러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들의 기대는 적중했다. 코로나가 주춤하고, 일상이 점차 제자리로 돌아가자 중국과 멕시코의 상설 쇼가 다시 시작됐다. 태양의 서커스의 상징과도 같은 라스베이거스 프로덕션 ‘미스테르(Mystère)’와 ‘오(O)’, ‘비틀스 러브(Beatles Love)’, ‘카(KA)’ 등도 이후 돌아왔다. 티켓은 빠르게 매진됐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팔린 티켓 판매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판매량보다 많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금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를 볼 수 있게 된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균형 잡기의 기술(BALANCING ACTS)/ 다니엘 라마르, 폴 키건 지음 / 조경원 옮김 / 마스트미디어 펴냄 / 2만원
균형 잡기의 기술(BALANCING ACTS)/ 다니엘 라마르, 폴 키건 지음 / 조경원 옮김 / 마스트미디어 펴냄 / 2만원

“직위나 직종 관계없이 ‘창조적 리더십’으로 무장해야”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균형 잡기의 기술(BALANCING ACTS)》(마스트미디어)을 통해 성공 원인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인생과 일에서 창조성의 힘을 발휘하기(Unleashing the Power of Creativity in Your Life and Work)’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창조성이 첫 번째 요인이다. 그는 “태양의 서커스는 물리적 상품도, 공장이나 재고도, 값비싼 부동산도 없다. 그럼에도 회사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그 이상의 귀중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 아티스트들의 몸과 마음과 정신에서 샘솟는 무한한 창조성이 첫 번째 비결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조성 없이는 비즈니스도 없다”면서 “직위나 직종에 관계없이 모두가 ‘창조적 리더십’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마르 부회장은 “기업가든, 회사의 임원이든, 특정 분야 전문가든 간에 창조성을 우선시하지 않으면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라면서 “고객의 삶을 더 낮게 만들고자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내지 않는 회사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

라마르 부회장의 지인이자 영화 《아바타》를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추천사에서 “창조성은 태양의 서커스의 기업 문화이며, 그들을 숨쉬게 하는 요소다”면서 “할리우드도 태양의 서커스의 부활에서 배울 것이 많다. 그들만의 마법을 만들어내는 방식에서 우리 모두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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