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북통일이 제2의 코리아 신화 이끌 것”
  • 필리핀 클라크=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0 12:05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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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정치·경제·사회·언론·종교 지도자들 ‘GPLC 2022’에서 한목소리로 외쳐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최근 크게 증대되고 있다. 첨단 기술과 산업, 대만 문제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도발, 종교 분쟁 등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하이퍼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분쟁과 긴장은 기존의 세계 질서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한국 상황은 더하다. 계속되는 북한의 무력 도발로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5월12일부터 최근까지 20여 차례나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11월2일에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북방한계선)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NLL 이북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12월3일(현지시간) 필리핀 팜팡가주에서 열린 GPF 주최 ‘글로벌 피스 페스티벌 2022’에서 문현진 의장 등 GPF 관계자들이 마발라캇대학 학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석

전 세계에서 300여 명 지도자 참석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정치·경제·사회·언론·종교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2022년 12월 1~3일(현지시간) 필리핀 팜팡가주 클라크 위더스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피스 리더십 컨퍼런스’(GPLC 2022)를 통해서다. 전 세계에서 모인 지도자만 300여 명. 필리핀의 선생님과 봉사단체, 자원봉사자, 학생 등까지 포함하면 2000여 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노나 리카포트 글로벌 피스 페스티벌 2022 공동의장은 “전 세계는 현재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당장 필리핀만 해도 정치자금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면서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도 점점 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세계 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증진시키려는 글로벌피스재단(GPF)의 비전에 동의한다”면서 “평화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평화의 가치에 헌신하는 지도자들을 모으는 것은 경제적 결과뿐 아니라 시민의 행동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행사에는 평와와 안보, 청년, 교육, 여성, 초종교 등 다양한 주제들이 3일에 걸쳐 논의됐다. 특히 올해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행사가 열려 의미가 더하다는 게 주최 측인 GPF의 설명이다. 우선적으로 거론된 이슈가 한반도 통일 문제였다.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은 “냉전 이후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이 가난을 극복하고, 통일마저 이룩한다면 전 세계인들, 특히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에 많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쇼크 사자한하르 전 스웨덴 주재 인도대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대만 갈등, 북한의 핵도발 위협으로 전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통일된 한국은 평화와 안보의 심벌로 전 세계에 안전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남북한 경제 역시 단계적으로 통합해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컬처와 통일운동 연결 시도

올해 행사를 필리핀에서 개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 필리핀은 닮은 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동·서아시아의 관문인 데다 식민지 시절을 경험했다. 또 무엇보다 필리핀은 유엔 참전국으로 한국을 많이 도와줬다. 6·25 전쟁 당시 아시아 국가로서 가장 먼저 참전했다. 영어, 기독교 국가라 인간 보편의 가치를 이해하기 쉽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라인길 GPF 아시아태평양 회장은 “필리핀은 평균연령이 30대로 젊은 나라다. 교육을 통해 이들이 깨어난다면 통일 한국의 든든한 응원군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필리핀 젊은 층의 의식을 깨기 위한 교육 변혁(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전 행사에서 필리핀 소수민족 아에타(Aeta)족 학생들에게 식료품이나 학용품을 지원하고, 나무심기 행사, 팜팡가주 산페르난도시에 무료 병원을 짓는 것도 결국 통일의 연장선상이다.

실제로 GPF는 그동안 통일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쳐왔다. 2012년 아래로부터의 통일운동을 기치로 내건 최대 시민연대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이하 통일천사)이 설립됐다.

당시 문현진 의장은 통일 한반도의 비전으로 ‘코리안드림’을 제시했다. 2014년에는 ‘코리안드림’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해 전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2018년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필독서로 선정됐다.

최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K팝이나 K컬처와 통일운동을 연결하려는 시도도 잇달았다. 원케이글로벌캠페인(One K Global Campaign)이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이념을 넘어 시민이 주도하는 통일 캠페인으로 2015년 원케이콘서트를 처음 개최했다. 원케이글로벌캠페인송인 《One Dream One Korea》의 경우 유명 작곡·작사가인 김형석씨와 김이나씨뿐 아니라 BTS(정국), EXO(백현), 당시 여야 당대표인 김무성, 문재인 등도 제작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원케이글로벌캠페인은 2017년부터 글로벌 캠페인으로 거듭났다. 2017년 필리핀 마닐라의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원케이글로벌콘서트’에서는 피보 브라이슨, 임다미, 에드레이, 젠디, 사브리나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싸이, 샤이니, 씨엔블루, BAP, 비투비, AOA, B1A4 등 K팝 스타들과 합동공연을 펼쳤다. 그래미상을 5번이나 수상한 세계 팝프로듀서계의 거장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가 각각 작사·작곡한 새로운 통일 노래 《코리안드림》이 이 콘서트에서 처음 소개됐다. 지금까지 발표된 새시대 통일 노래만 5곡이다. 특히 《One Dream One Korea》의 경우 2018년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의 피날레곡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임스 플린 GPF 세계회장이 12월2일(현지시간) 필리핀 팜팡가 클라크 위더스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피스 리더십 컨퍼런 2022’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초(超)종교 운동 통해 평화 기원하기도

이번 행사에는 인도 힌두교와 인도네시아 부의장, 기독교 등 종교 지도자도 대거 참석했다. 문 의장이 오랜 기간 초(超)종교 운동을 펼친 결과였다. 문 의장은 “미국 독립선언서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의 기반이 됐다”면서 “이념 갈등보다 심각한 종교 갈등 문제도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무슬림 민다도 지역의 방사모로 자치구를 이끌고 있는 혼 아부 암리 A 타딕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700개 언어를 구사할 정도로 인종이나 종교도 많기 때문에 화합이 쉽지 않다”면서 “종교는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초종교 운동을 통해 평화를 이룩하길 기원한다”고 제안했다.

ⓒ시사저널 이석

“젊은 세대가 통일운동의 주체 돼야”

문현진 GPF 의장 미니 인터뷰

“기성세대가 추진하는 통일은 모닥불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이 운동에 참여하면 가솔린을 붓는 것이 된다. 통일의 주체는 기성세대가 아니라 젊은 층이 돼야 한다.”

문현진 GPF 의장이 기자와 만나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그는 “통일이 되면 한국은 세계 5위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원조를 받는 가난한 국가에서 원조국으로 바뀌고,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까지 이뤄낸 한국이 통일까지 이뤄낸다면 동남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젊은 층의 소극적인 참여를 우려한다. 통일을 하게 되면 남한이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이다. 그의 생각은 달랐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말을 젊은 세대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은 미국이나 일본, NATO의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만 2조5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써야 할 돈도 수조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통일이 되면 이 돈을 아낄 수 있다. 북한 재건 비용이 크겠지만 오롯이 남한의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과거 미국의 싱크탱크를 방문했을 때를 예로 들었다. 문 의장은 “과거 미국의 유명한 싱크탱크를 방문해 통일 관련 자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들이 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은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이 통일을 원하느냐’였다”면서 “한국에 와서 지도자들을 만나보니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패배자의 사고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000만 명의 통일천사를 모집하는 시민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통일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 국민들이다. 역사적으로 큰 변화의 시기마다 주체는 시민이었다. 인도 독립은 간디 평화운동으로 시작됐다. 통일천사 역시 아래로부터 통일을 준비하는 가장 큰 시민운동이다. 1000만 명이 모인다면 통일에 대한 의지는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주인이 되면 1980년대 민주화운동 때보다 더 신명 나고 더 열정적일 것으로 본다.”

금융 개혁도 시급하다. 통일이 되면 많은 해외 투자자나 기업이 한국 금융기관을 통해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 정치나 경제 시스템 특성상 젊은이들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없다. 거대 금융회사나 재벌 등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돈들에 대해 젊은이들이 더 쉽게 접근하고 창업에도 도전할 수 있는 건강한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12월3일 필리핀 팜팡가주 클라크의 글로벌시티 광장에서 열린 GPF 주최 ‘글로벌 피스 페스티벌 2022’에는 1만5000명의 젊은 세대가 운집했다. 이곳에서 만난 필리핀 젊은이들은 모두 한국의 통일을 지지했다. 오랜 기간 GPF 주도로 평화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칭기즈칸의 말을 좋아한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난 역사학도다. 국민이 정체성을 바르게 적립하는 데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5년 만에 필리핀에서 GPLC 행사를 개최한 이유이기도 하다. 필리핀의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우리가 꿈꾸는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인성 교육도 중요하다. 내가 하버드 MBA 때 워런 버핏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한 학생이 ‘나이가 있으니 후계자를 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학생이 계속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후계자가 아닌 사람은 생각한 적이 있다’면서 ‘똑똑하고 능력은 있는데 인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나 리더들이 다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인성 교육 역시 향후 한국 국민에게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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