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월세 12배’ 롯데타워 입성한 “빗썸 브로커” 中 청년의 수상한 행적
  • 공성윤·김현지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6 16:10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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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상장 도와주겠다”며 암호화폐 업체 접근한 사업가 우씨…빗썸은 관련성 부인

학력·직함 가짜, 이름·국적 변경…신림동 단칸방에서 청담동 ‘한강뷰 아파트’로 집 옮겨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상장을 주선한 중국 출신 사업가의 행적이 의문을 낳고 있다. 직함과 학력 위조, 국적 세탁 정황 등이 엿보이는 데다 사세 확장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그 배경을 두고 거액의 ‘상장피’(상장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반면 빗썸은 브로커와의 관계를 부인하며 “상장피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출신 30대 우아무개씨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젊은 나이에 넓은 인맥을 토대로 암호화폐 업체와 연을 맺어왔다. 하지만 그 시작은 암호화폐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씨는 2017년 1월 경기도 안산시 외국인 밀집지역에 사무실을 빌려 ‘S 주식회사’라는 소규모 법인을 설립했다. S사는 국내 당국에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자본금은 1억원이다.

12월12일 S사가 있었다는 건물을 찾아가봤다. 현재 이곳에서는 식품 유통업체가 영업 중이었다. 네이버 지도에 따르면, 해당 건물에는 2년여 전 ‘Y 여행사·행정사’란 간판을 단 행정사사무소가 영업 중이었다. S사의 등기부등본에도 ‘일반여행업’ 등이 사업 목적으로 적혀 있었다.

인근 상인은 “Y 사무소 대표는 한국 사람”이라며 “이곳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우씨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했다. 그 외에도 주변에 우씨를 아는 상인은 없었다. 우씨가 등기에 이름만 올리고 실제 영업은 다른 사람이 한 것으로 추측된다. 주변 탐문 결과, Y 사무소 월세는 20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전용면적은 약 100㎡다. Y 사무소는 매출 부진으로 2020년 초 문을 닫았다고 한다.

우씨가 대표인 ‘S 주식회사’의 사무실이 2020년 초까지 위치해 있던 경기도 안산시 건물(왼쪽)과 2021년 4월부터 현재까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가운데는 우씨 사진ⓒ시사저널 박정훈·최준필

망했던 회사 자본금이 1억→9.9억원 폭증

이후 S사는 2021년 4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사무실(전용면적 222.3㎡)을 옮겼다. 사무실 중개플랫폼 오피스파인드에 따르면 해당 면적의 예상 월세는 약 1800만원, 관리비는 680만원이다. 매달 고정비만 2480만원이다. Y 사무소가 폐업한 기간을 빼면 불과 3년 만에 면적은 두 배, 고정비는 12배가 넘는 ‘강남 3구’ 사무실로 진출한 것이다. 자본금은 기존 1억원에서 9억900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등기상 발행주식 상한선인 10억원에 달한다.

그사이 우씨의 자택은 점점 고급화됐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우씨의 외국인 등록증에 따르면, 그는 2016년 1월 국내에 들어왔다. 당시 거주지는 서울 신림동의 단독주택이었다. 월세는 50만~60만원 선이다. 그런데 1년 뒤 S사를 설립한 2017년 1월에는 등기상 주소가 잠실동 아파트로 돼있었다. 당시 임대료 평균 시세는 전세 8억원, 월세 180만~200만원이다. 2019년 1월에는 청담동 아파트로 주소가 바뀌었다. 전세 7억6500만원, 월세 225만~245만원 수준이다. 모두 한강변 고급 아파트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살았다.

우씨는 최근 신분까지 바꿨다. 2021년 5월 이름은 영어로, 국적은 바누아투로 변경했다.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는 국적 세탁에 주로 이용된다.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내면 현지에 가지 않고도 한 달 안에 시민권을 딸 수 있다. 또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등이 없는 조세회피처로 유명하다. 이후 우씨는 지난 5월 또 한 차례 이름을 바꿨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씨가 작성한 이력서의 학력사항에는 ‘2012~16년 지린대(吉林大) 학사’로 적혀 있다. 반면 그가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에 기재한 학력은 ‘2010~14년 칭화대(淸華大) 학사’ ‘2014~16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였다. 시기를 대조해 보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우씨는 여러 직함이 찍힌 명함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그중에는 ‘넷마블F&C 고문’과 ‘S갤러리 이사’ 직함이 포함돼 있었다. 넷마블과 S갤러리 측은 “우씨가 사업 제안을 하면서 ‘성사를 위해 명함이 필요하다’고 해 명함을 파줬을 뿐,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우씨와의 관계도 끊겼다”는 공통된 입장을 전해 왔다.

우씨가 들고 다녔던 넷마블F&C 고문 명함. 넷마블 관계자는 "제안한 사업의 성사를 위해 명함이 필요하다고 해서 명함을 만들어줬을 뿐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관계도 끊겼다"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입수
우씨가 들고 다녔던 넷마블F&C 고문 명함. 넷마블 관계자는 "제안한 사업의 성사를 위해 명함이 필요하다고 해서 명함을 만들어줬을 뿐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관계도 끊겼다"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입수

우씨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그의 최근 명함과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면 ‘B사 공동창업자’란 직함이 나온다. B사는 암호화폐 업체의 초기 성장을 도와준다는 기획사다. 그 사무실 주소는 S사가 자리 잡았다는 롯데월드타워로 나와 있다. B사의 홈페이지에는 26개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포트폴리오로 올라와 있다. 그런데 이 중 우씨가 참여하고도 밝히지 않은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배우 배용준이 투자해 유명해진 퀸비컴퍼니의 퀸비코인(QBZ)이다.

 

진짜 직업은 브로커?…근거없는 4억원 상당 코인 요구

우씨는 2019년 10월 “상장을 도와주겠다”며 퀸비컴퍼니와 접촉했다고 한다. 퀸비컴퍼니가 제공한 상장 계약서와 문자메시지·자금 이체내역 등에 따르면, 퀸비컴퍼니는 당초 상장피 명목으로 75만 USDT를 요구받았다. USDT는 미국 달러와 1대1 교환가치를 지닌 스테이블 코인으로 75만 USDT는 75만 달러(약 9억7000만원)와 맞먹는다.

반면 계약서에 기재된 비용은 45만 USDT였다. 나머지 30만 USDT는 지급 근거가 없었다. 그럼에도 우씨는 “30만 USDT(약 3억9000만원)를 여기로 보내 달라”며 소유주 불명의 지갑(암호화폐 보관 계정) 주소를 건넸다. 그 밖에 우씨는 수고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아가기도 했다. 이후 퀸비코인은 2020년 2월 빗썸에 상장했다.

그러나 빗썸은 “사업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1년 7월9일 퀸비코인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그러자 우씨는 7월27일 “빗썸이 곧 퀸비코인 출금도 막을 텐데 빗썸에 5억원을 주면 이를 철회시킬 수 있다”며 그에 상응하는 암호화폐를 요구했다. 퀸비컴퍼니 관계자는 “돌이켜보니 5억원을 가져가려 한 사람도, 30만 USDT를 받아간 사람도 우씨 본인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2022년 11월8일 방영된 MBC 《수상한 빗썸과 의문의 회장님》 중 'Q사'로 표현된 곳이 퀸비컴퍼니다. ⓒ 유튜브 캡처
2022년 11월8일 방영된 MBC 《수상한 빗썸과 의문의 회장님》 중 'Q사'로 표현된 곳이 퀸비컴퍼니다. ⓒ 유튜브 캡처

우씨의 국내 정착을 도와줬다는 업계 전문가 A씨는 “우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다가 한순간 돈에 눈을 뜨고 돌변한 것 같다”며 “(우씨가 참여했다는) 프로젝트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린다”고 전했다. 우씨의 B사가 포트폴리오로 공개한 26개 프로젝트의 주관 업체들 중 3곳은 “우씨를 모른다” “이름을 도용당한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빗썸 측은 우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관계자는 “우씨는 빗썸 임직원이 아니고 상장 업무를 한 적도, 관여할 수도 없다”며 “이를 통해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상장피가 없다는 건 빗썸의 공식 입장이다. 우씨는 시사저널이 기자 신분을 밝히자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우씨는 올해 말 경찰의 암호화폐 전문가 사기 혐의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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