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주인 찾지 못하면 ‘안락사’…유기동물 구제할 법안은?
  • 변문우 기자·정용석 인턴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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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개정 움직임…반려묘도 동물등록제 의무 대상으로
“등록제 무용지물” 비판도…서울시 2021년 부과 과태료 134만원 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분실·유기(일부러 버리는 것) 반려동물은 총 38만4465마리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분실·유기(일부러 버리는 것) 반려동물은 총 38만4465마리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온지 1주일 된 고양이 ‘예삐’는 반려인이 언제 다시 올까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예삐는 2주일 전 반려인과 산책을 하던 중 길을 잃어버렸다. 사람처럼 ‘주민 등록’도 안 돼 있던 예삐는 결국 찬바람 부는 거리를 전전하다 보호센터로 오게 됐다. 보호센터에서 예삐가 만난 친구들은 가족들로부터 영문도 모른 채 버림받은 경우도 많았다. 이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데려가지 않으면 결국 ‘안락사’ 주사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예삐는 자신의 운명을 모른 채, 보호센터를 들락거리는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은 ‘가족’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길에서 잃어버려도 다시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또 가족으로 받아들인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주인 잃은 반려동물은 질환이 있거나 분양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아니면 보호센터가 포화상태에 이를 경우 대부분 안락사에 처해지게 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분실·유기(일부러 버리는 것) 반려동물은 총 38만4465마리로 나타났다. 월평균 1만679마리가 주인에게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하루에만 355마리에 이른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들 가운데 2021년 기준 32.1%만이 제3자에게 입양됐고, 15.7%는 안락사에 처해졌다.

이 같은 반려동물의 분실 유기 사례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선 ‘동물보호법’을 통해 ‘반려동물 등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반려인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소유자의 책임 의식도 고취시켜 유기 동물 발생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반려동물 등록률은 38.6%(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등록의무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2017년 기준 94%)을 비롯한 해외 선진국들이 평균 70%의 등록률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반려동물 중에서 개 다음으로 많이 양육되는 고양이는 동물등록제 대상에도 포함돼있지 않아 유실·유기돼도 반려인을 찾을 방법이 없다.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범사업으로만 반려묘 등록을 시행하고 있는 상태다.

함안군의 반려동물 등록증 예시 ⓒ함안군
함안군의 반려동물 등록증 예시 ⓒ함안군

고양이도 등록 대상으로…내장형 식별장치 장착 의무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여당에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야당에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발의안은 공통적으로 고양이도 동물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태영호 의원은 반려묘의 내장형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 장착을 의무화해 유실·유기된 고양이의 소유자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발의안에 포함시켰다.

박광온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동물 등록 여부를 분기별로 단속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여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등록동물에 대한 진료비용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수의사가 등록되지 않은 등록대상동물을 진료하는 경우 지자체 장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등 처벌 방법과 혜택을 동시에 고안했다.

또 박 의원은 동물 안락사 가능 범위를 축소시키는 개정안도 따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자체에서 보호하고 있는 동물이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 회복될 수 없거나 사람이나 보호조치 중인 다른 동물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높은 경우 등에만 안락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해당 개정안들을 통해 “반려동물 보호 사각지대를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민들이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시민들이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고 있다.(기사 내용과 무관) ⓒ시사저널 최준필

등록제 안 지키거나 반려동물 유기해도 처벌 미미…해법은?

다만 동물등록제의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14년 동물등록제가 실시돼 시행 8년차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등록률은 53.4%(2021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동물등록제 의무 불이행과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강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유기한 경우 300만원 이하, 맹견을 유기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등록 대상에 포함된 반려동물을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은 경우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동물등록제 불이행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시의 경우 도입 첫해인 2014년 부과한 과태료는 28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2020년에는 94만원, 2021년에는 134만원에 그쳤다.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불이행자를) 현장에서 적발하더라도 신원을 알 수 없어 과태료를 부과할 방법이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 동물권단체 활동가는 통화에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인식 개선을 위해 반려인에 대한 실질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 차원에서 등록의무제의 홍보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호 의원실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등록하면 동물 보험도 가입되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반려동물 등록이 우리 사회를 만든다’는 등 뜬구름 잡는 홍보가 아닌, 반려인들과 반려동물에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 실질적인 혜택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집중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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