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는 어떤 뮤지컬을 볼까?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31 13:05
  • 호수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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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베토벤》 《시카고》 등 줄줄이 대기…2023년 빛낼 뮤지컬 대표작 빅3로 꼽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 뮤지컬 공연계는 2022년 한 해 동안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새해에도 여러 대형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해 뮤지컬계에서 가장 큰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국내에서 세 번째로 개최되는 《오페라의 유령》 한국 라이선스 공연이다. 이 작품의 월드투어 프로덕션이 2020년 3월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었다. 당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극장가가 코로나19 여파로 모두 폐쇄되는 상황이었지만 한국 투어 공연 상황은 달랐다. 좌석 거리두기 실시와 확진자 발생 여파로 공연 기간이 다소 단축되기는 했지만 공연 자체는 취소 없이 이뤄져 해외 언론에도 대서특필된 적이 있다. 이번 라이선스 공연은 ‘포스트 팬데믹’ 시기에 맞춘 ‘한국 유령’의 반가운 귀환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12년 12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프레스콜 모습ⓒ연합뉴스

14년 만에 돌아온 ‘한국 유령’

1986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은 서구 뮤지컬계의 거장인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으로 브로드웨이에서 무려 35년간 최장기 공연을 기록한 작품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기도 하다. 국내 초연된 2001년 라이선스 공연은 당시 관객 24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뮤지컬 시장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33만 명이 관람한 두 번째 라이선스 공연 이후 14년 만에 열리는 세 번째 공연은 오는 3월부터 부산과 서울에서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한국 유령’은 캐스팅 발표만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무대와 매체 양쪽에서 극강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배우 조승우가 ‘유령’ 역으로 참여한다. 원작자인 가스통 르루가 창조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의 음악이 빚어낸 ‘음악의 천재’와 조승우 배우가 어떤 방식으로 교차점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유령을 함께 맡을 배우들로는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 등이 발탁됐다. 유령이 사랑한 ‘크리스틴’ 역은 소프라노 손지수와 송은혜가, 두 사람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라울’ 역은 송원근과 황건하가 나눠 맡는다. 이 공연은 부산에서 먼저 개막해 서울에 입성하는 방식을 취했다. 3월30일부터 6월18일까지 드림씨어터에서 부산 공연이 이어지고, 이후 7월14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할 예정이다. 자세한 캐스트 출연 일정은 추후 공개된다.

ⓒ연합뉴스
뮤지컬 《베토벤》 제작을 위해 의기투합한 세계적인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왼쪽부터). ⓒ연합뉴스

《모차르트!》와 차별화 나선 《베토벤》

루드비히 반 베토벤(1770~1827)은 음악가에게 치명적인 청각 장애에도 불멸의 작곡가이자 고독하고 괴팍한 천재형 위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드, 모차르트와 함께 고전주의 형식을 완성했을 뿐 아니라, 이에 멈추지 않고 낭만주의 등 새로운 음악 사조의 산파가 된 음악가로 칭송받고 있다.

새해 첫 대작 뮤지컬이 될 《베토벤》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신작이기도 하다. 뮤지컬 《베토벤》의 음악적 특징 중 하나는 베토벤의 기존 곡에 가사를 붙이는 방식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가령 《비창》 《월광》 《엘리제를 위하여》 같은 연주곡으로만 익숙한 곡에 한국어 가사를 붙여 드라마를 전달할 예정이다. 모차르트의 곡과는 다른 새로운 곡으로 뮤지컬을 만들었던 《모차르트!》와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깊은 음악 세계를 목소리로 전달할 주연배우로는 박효신, 박은태, 카이가 낙점됐다. 극 중 베토벤의 연인 ‘안토니 브렌타노’ 역으로는 옥주현, 조정은, 윤공주가 출연한다. 1월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개막한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프레스 리허설 무대 모습 ⓒ연합뉴스

내한 공연으로 돌아오는 《시카고》

2022년 말 기록적인 한파로 꽁꽁 얼어버린 미국 북부 도시 시카고 소식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지만 1920년대 뮤지컬 속 재즈의 도시 시카고는 뜨거움과 욕망의 종합무대다. 197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시카고》는 재즈의 시대이자 금주령 시대였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사법부와 황색 저널리즘이 결탁해 만들어낸 부조리한 재판 과정과 범죄자의 스타 만들기 과정을 풍자하는 뮤지컬 코미디 작품이다.

초연 당시 ‘뮤지컬 보더빌’이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보더빌(Vaudeville)’이란 미국에서 188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성행한 버라이어티 엔터테인먼트 쇼를 지칭한다. 구성은 보통 8개에서 20개 사이의 옴니버스 형태의 막으로도 이뤄져 있다. 각 막별로 대중음악, 클래식, 댄스, 코미디, 기형인의 쇼, 동물쇼, 마술,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쇼를 선보였는데, 이 중 노래와 춤을 지칭하는 ‘송 앤 댄스’ 아티스트들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시카고》는 1920년대 시카고에서 성행했던 보더빌 공연 형식을 취해 중간중간 사회자가 극 해설을 도우며 두 주인공인 록시와 벨마가 남자를 죽이고 들어간 감옥에서 무죄로 풀려나와 보더빌 스타가 되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듯 풍자적으로 그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연출이 도입된 2007년 이후 2021년 프로덕션까지 1~2년 간격으로 자주 라이선스 공연이 열린 인기작이다. 게다가 미국 특유의 관능적인 감성을 가진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국내 관객들에게 특히 큰 인기를 끌어왔다. 2015년과 2017년 개최된 미국 오리지널 투어 프러덕션 공연의 뜨거운 인기를 이어받아 6년 만에 다시 투어 공연이 열린다. 5월27일부터 8월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다.

이 밖에도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1월20일~3월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맘마미아!》는 2020년 예정됐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된 이후 3년 만인 오는 3월25일~6월2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레베카》(8월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와 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엮은 창작 뮤지컬 《그날들》(7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은 모두 초연 10주년을 맞았다. 1972년부터 연재된 일본의 명작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뮤지컬도 오는 12월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세계 초연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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