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지낸 1월에만 37개 배달 브랜드 문 닫았다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1 07:35
  • 호수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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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창업] 배달과 무인, 창업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키워드
상대적으로 폐업률도 높아 예비 창업자들 주의 필요

2023년 1월말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무려 1만2000개를 돌파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누리집에 등록된 기준이다. 2020년 12월말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7200개 정도였다. 2년 만에 4900개 브랜드가 새로 생겨난 셈이다. 2021년 11월19일부터 발효된 프랜차이즈 가맹거래사업법 개정안, 일명 ‘1+1 법안’ 때문에 2021년말 대거 신규 브랜드를 등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년 전 1만1800개에서 1년 만에 또 200개 브랜드가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1300개에 불과한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되는 수치다. 브랜드가 많다고 좋은 아이템이 많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함량 미달 브랜드의 난립이 우려되고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신규 등록 브랜드가 어떤 아이템인지, 간판을 내린 브랜드는 어떤 아이템인지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2022년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비대면 수혜’를 톡톡히 입었던 배달 음식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쿠팡이츠 배달 종사자들의 파업 모습 ⓒ연합뉴스
2022년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비대면 수혜’를 톡톡히 입었던 배달 음식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쿠팡이츠 배달 종사자들의 파업 모습 ⓒ연합뉴스

커피전문점·카페, 신규도 폐업도 ‘최다’ 

신규 등록 브랜드는 창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후보 아이템일 수 있다. 반면 등록 취소된 브랜드는 간판을 내린 브랜드라는 측면에서 유사 브랜드까지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계경보 아이템일 수 있다. 2023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사실상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신규 브랜드가 많이 생긴다는 것은 어쩌면 기존 브랜드들이 가맹점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2023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시장을 긴급 점검했다.

2023년 1월 한 달 동안 공정위에 신규 등록된 브랜드 수는 151개, 등록 취소된 브랜드는 191개다. 151개 신규 등록 브랜드 중 외식업 신규 브랜드는 111개에 달한다. 새로 등록된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외식업 브랜드는 커피전문점, 카페 관련 브랜드다. 14개 브랜드가 새로 생겨났다. 전체 커피, 카페 브랜드 수는 무려 858개에 달한다. 카페 다음으로는 고깃집 브랜드 12개가 새로 등록됐다. 그 외 마라탕이나 일본덮밥 및 초밥 브랜드가 각각 6개, 곱창막창 및 족발보쌈 브랜드가 각각 5개, 국밥과 중화요리, 샌드위치, 닭발, 김밥, 피자, 칼국수, 치킨 브랜드가 각각 3개씩 생겨났다.

새로 등록된 외식업 브랜드 중에서 특이한 아이템은 없을까. 주류 아이템 중에서 ‘하이볼’을 테마로 한 주점이 눈에 띈다. 일본에서 건너온 하이볼 열풍이 주점 시장에서 인기를 누린다는 얘기다. 안타까운 것은 오리지널 하이볼의 원재료인 일본 산토리 위스키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3대 햄버거 브랜드로 알려진 ‘파이브가이즈’가 직접 신규로 등록된 것도 눈에 띈다. SPC에서 운영하고 있는 ‘쉐이크쉑’,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 등 국내 패스트푸드 브랜드도 현재 175개에 달한다.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상륙으로 버거 시장의 경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예비 창업자라면 신규 등록 브랜드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프랜차이즈 간판을 내린 브랜드가 어떤 아이템인지도 살펴야 한다. 1월 한 달 동안 간판을 내린 브랜드는 총 190개에 달한다. 이 중 외식 브랜드는 전체 폐업 브랜드의 77%인 147개에 달한다. 등록 취소된 외식 브랜드 중 가장 많은 분야는 각종 배달식당 관련 브랜드들이다. 배달한식당이나 배달삼겹, 배달찜닭, 배달치킨 등 배달 매출에 의존해 왔던 브랜드는 1월 한 달 동안 37개 브랜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포기했다. 이제는 100% 배달 매출에 의존하기보다 홀 매출과 테이크아웃 매출을 감안한 아이템 선정이 요구되는 시장 상황을 읽을 수 있다. 다음으로 폐업 브랜드가 많은 분야는 커피, 카페 분야다. 1월 한 달 동안 등록 취소된 카페 브랜드만 21개에 달한다. 그 외 베트남쌀국수, 핫도그, 칼국수, 육회, 피자 브랜드도 문을 많이 닫는 브랜드 대열에 합류했다. 

판매업 브랜드 상황은 어떨까. 12개 브랜드가 새로 등록했고, 18개 브랜드가 등록 취소됐다. 눈에 띄는 신규 등록 판매업 아이템은 무인 낚시용품점, 무인 건어물견과류 매장, 무인라면, 반찬가게 브랜드 등이다. 여전히 무인 아이템 시장은 뜨겁다. 반면 등록 취소된 판매업 브랜드에서도 무인 아이템이 눈에 띈다. 특히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브랜드 4개가 등록 취소됐다. 전국 상권에 기하급수적으로 생겨났던 무인점포 폐업률이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무인카페나 오프라인 밀키트 매장도 브랜드 자체가 철수하는 곳이 늘고 있는 양상이다.

서비스업 브랜드 시장은 1월 한 달 동안 30개 브랜드가 새로 등록됐고, 22개 브랜드가 등록 취소됐다. 구체적인 아이템 동향을 보면 스터디카페, 스크린골프, 셀프사진관, 헬스장, 코인노래방, 음악학원 브랜드가 각각 2개씩 신규 등록했다. 반면 등록 취소된 서비스업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아이템은 스터디카페다. 3개 브랜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포기했다. 그 외 세차장, 셀프사진관, 공유주방, 빨래방 등의 브랜드도 등록 취소되고 있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환상 버려야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환상과 막연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은 초보 창업자 입장에서는 빠르고 손쉬운 창업법에 속한다. 하지만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등록 취소되는 브랜드가 수두룩하다. 이제는 느린 창업법, 어려운 창업법도 고민해야 한다. 기술을 배워서 창업하는 전수창업 시장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시장에 난립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충분한 검증 절차도 필요하다. 공정위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가 포착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권 현장에서 치밀한 검증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해당 아이템에 대한 업계 시각이나, 소비자 반응 등 발품을 팔며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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