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어떻게 금융시장을 바꿔놓을까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6 16:05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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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금융상품 제시로 모바일·인터넷 금융 혁신 기대
궁극적으로 금융 서비스의 ‘진정’한 개인화 가능

챗GPT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1월29일 OpenAI가 챗GPT를 공개 출시한 이후 전 세계 사용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산업계는 물론이고 학계, 언론계, 심지어 정계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빌 게이츠는 챗봇 기술을 개인용 컴퓨터(PC) 또는 인터넷만큼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필자도 거의 매일 챗GPT를 사용한다. 챗GPT는 과연 금융 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챗GPT에게 직접 물어봤다. 기계학습에 기반해 이상 거래 탐지, 자산 운용,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 매매, 위험 관리, 고객 서비스, 개인화, 신용 평가 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을 약간 달리해 은행업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물어봤다. 앞의 답변 외에 대출 결정, 법규 준수(compliance) 개선이 추가됐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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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채널은 챗GPT로 대체 가능성

챗GPT가 사전학습을 토대로 데이터,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비디오 등을 만들어내는 생성형(generative) 인공지능이라는 점에서 금융업과 금융 서비스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효율성과 정확성, 그리고 속도 향상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금융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고객 서비스, 즉 채널의 혁신이다.

마케팅 이론에 따르면 소비자는 5단계의 과정을 거쳐 구매 의사결정을 한다. 니즈(욕구) 인식, 대안 탐색, 대안 평가, 구매 및 사용, 경험 평가 등이 그것이다. 대안 탐색에는 사용 경험 외에 제품 광고, 판매원의 추천, SNS나 주변의 추천, 전문가 의견이나 기사 등이 활용되는데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러한 대안 탐색과 평가가 하나로 합쳐지고 구매로까지 이어진다. 챗GPT 역시 구매 이전의 모든 과정을 대체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의 사용 경험에 비추어 챗GPT는 분석과 종합 또는 요약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니즈 인식, 대안 탐색, 상품 비교 및 평가까지 수행할 수 있고 사용자의 구매 의사결정까지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고객 채널은 챗GPT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의 변화는 챗GPT 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모바일과 인터넷 금융의 혁신이다. 이체, 송금, 중개, 매매 등과 같은 의사결정 이후 거래 기능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나만의 금융 니즈를 찾고 대안을 탐색·평가하며 최적의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은 챗GPT가 대신할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마이데이터 환경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이 개인화(personalization)다. 챗GPT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은 개인별로 특이한 니즈와 선호에 맞춘 고객 경험을 창출할 수 있다. 니즈, 성향, 나이, 소득, 기타 변수 등에 기초해 신용카드, 예금, 대출, 금융상품, 보험 등을 포함한 개인화된 상품 추천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러한 기능을 일부 담당하거나 여전히 상담사나 영업점에 의존하고 있다면, 훨씬 더 스마트해진 인공지능이 개인화를 통해 상담과 상품 추천을 대신하게 된다. 맞춤형 경험이 축적되고 신뢰를 형성하게 되면, 관계형 금융에서 형성된 것과 유사한 또는 그 이상의 고객 충성도를 확보할 것이다. 거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궁금하다.

고객 서비스 관점뿐만 아니라 공급자 관점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대출, 보험, 투자, 트레이딩, 위험 관리, 컴플라이언스 등 금융상품의 제조, 유통, 관리 전반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데이터의 생성과 검증을 통해 수요자와 마찬가지로 최적의 의사결정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일종의 블랙박스처럼 여겨졌다. 무엇인가 산출하긴 하는데 그 과정을 알 수 없고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하거나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대안이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XAI)이었는데, 동일하지는 않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 인공지능을 적용할 때 항상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이 시장을 지배한다면, 모든 수요자나 공급자에게 동일한 답변을 제공할 것이고, 이로 인해 쏠림현상이 심화되며, 금융 불안정이 빈번할 것이라는 우려다. 시장은 낙관과 비관, 매수와 매도가 만나면서 거래와 균형을 찾아가는데, 다양성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첫째, 인공지능은 데이터, 텍스트 등에 대한 사전 학습을 통해 질문에 맞는 결과를 산출하므로, 투입과 질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투입물에는 공통적인 것들도 있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것들이 존재한다. 질문 또한 다르다. 그 차이가 결과물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금융 수요자와 공급자가 동일한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어렵고, 동일한 인공지능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답변이 다 다르며, 동일한 답변을 받는다고 해도 자체 판단이나 정책에 따라 그대로 결정하거나 실행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이 구글 검색을 대신한다고 해도 결정과 실행은 별개일 수 있으며, 시장에서는 여전히 서로 다른 플레이어로 행동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존 기술의 하이프 사이클은 ‘옛말’

결론적으로 챗GPT가 대표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우리 금융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당장 소비자 접점을 바꿔놓을 것이고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진정’ 개인화시킬 것이다. 금융 공급자로서는 판매 채널의 변화뿐만 아니라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 자산 운용, 위험 관리 등 프런트와 미들 오피스 기능의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까지 모든 기술은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따랐다. 새로운 기술이 대중의 관심을 일으키고 과도한 기대를 형성한 후, 환상이 깨지는 단계를 거쳐 사라지거나 재도약과 안정 단계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어떨까. 필자는 챗GPT가 기존의 기술 사이클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과 시장 반응이 전에 볼 수 없었을 정도로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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