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집값…“진짜 바닥 다졌다” vs “아직 멀었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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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 낙폭 줄고 거래량 회복세에 번지는 ‘반등’ 기대감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은 시기상조…관망세 지속” 전망

부동산 시장에 훈풍을 기대하는 기류가 늘고 있다. 전국 아파트 가격 낙폭이 둔화하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최근 발표된 각종 부동산 지수가 호조를 보이면서다. 서울 일부 지역에선 이미 집값 변동률이 상승 반전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집값 하락 국면이 끝나고 본격적인 ‘반등’ 타이밍이 오고 있다는 낙관론이 시장에 번지는 배경이다.

다만 집값이 진짜 바닥을 다졌는지를 두고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부동산 시장 회복의 선결 조건인 거래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대내외적 불안요소가 여전한 상황이라서다. 당분간은 큰 폭의 오르내림을 보인다기보다 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낙폭이 줄고 실거래가가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낙관론이 번지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각종 지표에 ‘파란 불’…부동산 시장 바닥 다졌을까?

17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4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매매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47% 떨어지며 전월 대비(-0.78%) 하락폭이 축소됐다. 아파트로 범위를 좁히면 낙폭은 전달 –1.09%에서 –0.62%로 좁혀졌다.

시장 상황을 보다 빠르게 반영하는 주간지표 상에서도 낙폭 둔화세가 감지된다. 5월2째주(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07% 떨어져 전주(-0.09%)보다 하락폭이 줄었다. 특히 서울 일부 지역은 상승전환을 넘어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서초‧강남‧송파‧강동구를 포함한 동남권은 0.04% 올라 4주 연속 상승했다. 강북 지역인 노원구도 0.05% 올라 3주 연속 상승했다.

실거래가는 전국이 2개월 연속 올랐다. 3월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118.9로, 전달 대비 1.16% 올랐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지난 2월(1.04%) 깜짝 반등한 이후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지수는 월별로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변동을 전수 조사해 산출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부동산 흐름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선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대출 문이 열린 데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안정되면서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3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을 산 매수자는 6만8105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광고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집값 아직은 조정 국면” “하반기가 변곡점”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도한 낙관론은 금물’이란 반응이 나온다. 아직까지 대내외적 불안 요인이 있는데다, 여전히 거래량은 예년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 본격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은 3000건 안팎이다. 지난해 600건 대까지 떨어진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7000건 대이던 예년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 실장은 “계절적 비수기가 돌아오는 타이밍인데다 급매가 소진되다 보니 수요자 입장에선 가격 만족도가 줄어든 반면, 매도자의 경우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리스크가 낮아져 가격 회복 기대감이 높아졌다”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 ‘거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단 여름철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바닥 다지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당분간은 관망세가 이어지다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변곡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규제가 완화되면서 서울의 핵심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을 뿐”이라며 “대외적인 글로벌 경제 위기와 고금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한국부동산 시장은 국내보다 대외적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집값이 바닥이다 아니다를 따지는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분석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실거래가가 오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급매물이 해소되면서 실거래가가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아직까지 마이너스 등락률을 보이고 있다. 플러스로 반등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집값 조정 국면이라고 봐야 한다. 해당 지수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점은 올해 하반기 중 올 것으로 본다”며 “다만 지역에 따라 반등 시점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도 ‘집갑 상승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연초 걱정했던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는 해소된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반전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모든 부처의 공통된 인식이다. 금리를 다루는 한국은행이나 재정 당국도 인식을 같이하고 보조를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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