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대북코인” 교환협약社, 지자체 끼고 또 코인사업 벌였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2 14:05
  • 호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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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협과 코인 교환협약 맺었던 L사, 코인 2개 추가 발행해 “돌려막기” 의혹 제기돼
‘전남 이차전지 제조 사업’ 홍보하며 기대감 키워…L사 “투자 유치 지시한 적 없다” 선 그어

‘이재명 대북 코인’ 협력 의혹을 받는 암호화폐 발행사 L사가 지자체와의 협력 관계를 토대로 또 다른 코인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나주시와 수천억원대 투자협약을 맺은 L사는 최근 김영록 전남지사와 비공개 회담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며 코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사업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전해졌다. L사의 비전을 보고 코인을 구입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L사 측은 “코인 발행으로 우리도 피해를 봤고, 투자 유치를 지시한 적도 없다”며 거리를 뒀다.

L사는 2021년 말 친환경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ESG(Energy Solution Global)’라는 코인을 발행했다. L사는 코인 백서를 통해 “ESG에 투자하면 풍력발전소를 운영해 거기서 나온 수익을 이자로 돌려주겠다”고 주장했다. 또 ESG를 이용한 개인 간 탄소배출권 거래 계획을 시사했다. 기업의 거래 대상인 탄소배출권을 개인끼리 사고파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카프에서 확인한 ESG 코인의 시세 그래프. 지난해 5월 200원을 찍은 후 차차 떨어져 올 6월1일 5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주화 사진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발행한 APP427과 L사가 발행한 LCMS, MBC, ESG 코인 이미지 ⓒ코인카프

이번엔 ‘친환경’ 코인…“125원짜리 90원에 주겠다”

사업의 이행 가능 여부를 떠나 L사 측은 ESG 투자설명회를 열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3월 L사 관계자들이 회사 본사에서 ESG 사업을 설명하는 현장 영상을 확인했다. 여기서 ‘대표’로 불린 남성은 4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현재 개당 125원인 ESG를 내일까지 90원에 주겠다”고 투자를 유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투자자로서 (ESG를) 사고파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세계적인 거래소 바이낸스에 당당히 상장될 수 있다” “ESG가 결제수단이 되면 가치가 올라가지 말라고 기도해도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원금 보장과 함께 단기간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불법 유사수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당부하고 있다.  

그 외에 L사 투자자라고 주장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비공개 카카오톡방과 네이버 밴드(소모임)에서 L사에 우호적인 기사 등을 공유하며 ESG를 홍보했다. L사 회장 이아무개씨가 받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도 홍보 자료로 쓰였다. 한 투자자 A씨는 지난해 5월 밴드에 ‘300만원 대리점 10억 벌기 프로젝트’라는 사업 설명 문건을 올렸다. 여기에는 “2000만원 대리점을 300만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ESG 300만원 지급과 동시에 대리점권 획득” “3000개 대리점 한정 모집” 등의 글귀가 나와 있었다. 대리점을 통해 다단계 영업을 펼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대리점에는 현금과 ESG로 수당이 지급된다고 한다.

2022년 3월19일 L사 나주시 공장에서 '대표'란 직함의 남성이 ESG 코인 투자를 유도하며 "현재 125원인데 내일까지 90원에 주겠다"고 발언했다. ⓒ 유튜브 캡처
2022년 3월19일 L사 나주시 공장에서 '대표'란 직함의 남성이 ESG 코인 투자를 유도하며 "현재 125원인데 내일까지 90원에 주겠다"고 발언했다. ⓒ유튜브 캡처
2022년 5월14일 ESG 투자자가 모인 네이버 밴드에 올라온 투자 유치 문건. 현금과 ESG를 수당으로 내세워 L사의 주력 제품인 소형 풍력발전기의 판매 대리점을 모집했다. ⓒ 네이버 밴드 캡처
2022년 5월14일 ESG 투자자가 모인 네이버 밴드에 올라온 투자 유치 문건. 현금과 ESG를 수당으로 내세워 L사의 주력 제품인 소형 풍력발전기의 판매 대리점을 모집했다. ⓒ네이버 밴드 캡처

A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L사의 지시를 받고 ESG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소형 풍력발전기 판매 대리점을 모집한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 실적은 전무하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수당을 주며 3단계 이상 판매원을 가입시킨 영업행위는 불법 다단계다. 한편 ESG는 L사측 주장과 달리 바이낸스에 상장되지 못했고, 미신고 해외 거래소인 엘뱅크에만 상장돼 있다. 가격은 지난해 5월 200원을 찍은 후 차차 떨어져 올 6월1일 50원대로 주저앉았다. A씨는 “코인 가격이야 등락을 반복하니 언젠가는 올라가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내려놓지 못했다.

L사가 코인의 기반 사업을 펼친 근거지는 전남이다. L사는 2021년 6월 전남 나주시에서 이차전지 배터리 제조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여기에는 L사 회장 이씨를 비롯해 김영록 전남지사, 강인규 나주시장,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나주·화순), 이현빈 한국전력 부사장 등 지역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전남지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L사가 생기면 나주 에너지 사업은 더욱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L사는 전남도∙나주시와 공장 설립을 위한 2000억원대 투자협약을 맺었다.

2021년 6월 4일 전남 나주시에서 열린 L사 이차전지 배터리 완제품 제조공장 착공식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축사를 보냈다. ⓒ L사 유튜브 캡처
2021년 6월 4일 전남 나주시에서 열린 L사 이차전지 배터리 완제품 제조공장 착공식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축사를 보냈다. ⓒ L사 유튜브 캡처

이낙연 전 대표도 격려했는데…”2년째 성과 불투명”

하지만 2년이 다 된 지금까지 진척된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한다. 나주시 투자유치팀 관계자는 “당초 L사는 나주 혁신산업단지 5필지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지만 1필지에만 배터리팩 공장을 세우고 나머지 4필지는 비워둔 상태”라고 했다. 실제 예상 투자금액도 100억~200억원으로 협약 액수의 10%에 못 미친다. L사의 원래 계획은 2022년까지 배터리팩 3만 개 이상 생산 가능한 시설을 구축해 약 25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나주시 관계자는 “사업 진행상황을 관찰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L사를 수개월간 지켜봤다는 외부 관계자 B씨는 “L사가 유명인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업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B씨는 4월3일 L사 투자자들이 모인 비공개 단톡방에 공유됐던 사진 20여 장을 시사저널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L사 회장 이씨와 김영록 전남지사 등 L사∙전남도 관계자 6명이 면담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은 ‘RE 100 사업 관련 미팅’이라는 글과 함께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도청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민일기 전남도 신성장산업과 과장은 “3월30일 전남도청에서 비공개로 이씨를 만난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씨를 만나는 건 목적이 아니었고, RE 100 얘기를 한 적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당시 회담은 글로벌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정아무개씨를 만나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고 한다. 전남도가 외국 기업에 투자제안서를 전달하는 과정에 정씨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민 과장은 “이씨는 따로 부르지 않았는데 정씨와 함께 참석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L사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사를 둘러싼 의혹 중에는 ‘코인 돌려막기’도 있다. ESG 투자자인 40대 남성 C씨는 작년 7월경 이씨를 사기 등 혐의로 시흥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자 이씨는 투자금 일부를 자사의 또 다른 발행 코인인 ‘MBC(Motorcycle Battery Charger)’로 돌려주며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MBC의 가치는 ‘제로’로 수렴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카프에 따르면 MBC는 5월29일 기준 거래량과 시가가 0이다. C씨는 “코인 가격이 오를 테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한 지 벌써 1년째”라며 “결국 3000만원 정도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는 억 단위로 투자한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L사가 내놓은 암호화폐는 또 있다. ESG 발행 이전인 2020년 9월 출시한 LCMS 코인이다.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북사업 창구였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연결돼 있다. 아태협이 자사 코인 APP427을 발행할 때 L사와 상호 교환 협약을 맺으며 LCMS와의 ‘코인 스왑(coin swap∙코인 간 교환)’ 계획을 시사한 것이다.(☞ 2023년 2월13일 시사저널 기사 “”이재명 대북코인” 우회상장 의혹…1300% 폭등 후 ‘잡코인’ 됐다” 참조)

5월31일 나주시 왕곡면 혁신산업단지에 위치한 LCM에너지솔루션 공장 ⓒ
5월31일 나주시 왕곡면 혁신산업단지에 위치한 LCM에너지솔루션 공장 ⓒ시사저널 공성윤

‘APP427’과 맺은 교환협약 무산된 이후 해킹 당해

여권은 아태협과 이 대표의 유착을 근거로 APP427을 “이재명 대북 코인”이라고 주장해 왔다. 최근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APP427을 ‘이재명 코인’이라 불렀다는 목격담이 등장했다”(5월17일 페이스북)며 공세를 펼쳤다. 대북 송금 등 혐의로 구속된 안부수 회장은 5월23일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상장 흔적을 찾을 수 없는 APP427과 달리 LCMS는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그러나 ESG, MBC 등 L사의 다른 코인과 마찬가지로 바닥을 친 후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LCMS는 한때 1482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원을 밑돌고 있다. L사는 “LCMS가 해킹을 당했다”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투자자 A씨는 “L사가 캐나다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기다려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 L사는 지난해부터 캐나다 증권시장 상장을 예고하며 “2023년 3월 중에 SPAC 상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PAC 상장이란 기업 인수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에 흡수됨으로써 우회 상장하는 걸 뜻한다. 하지만 아직 상장은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은 5월31일 오후 나주시 L사 이차전지 공장을 찾아가봤다. 건물 울타리 주변에는 풍력발전기로 추정되는 소형 팬 약 20개가 돌아가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운영 상황과 내부 구조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공장을 실사 중인 나주시 관계자는 “공장 내부에 풍력발전기 조립 설비와 사무실이 갖춰져 있다”며 “배터리 생산을 위한 시설은 따로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사저널 입수사진
3월30일 전남도청에서 L사 회장 이씨(오른쪽)와 김영록 전남지사(오른쪽 두 번째)가 비공개 회동 후 촬영한 사진ⓒ시사저널 입수사진

차일피일 미뤄지는 주식 상장…”6월 중 공시될 것”

L사 회장 이씨는 6월1일 시사저널과 만나 “나도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코인을 발행해 사업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한 다단계꾼들에 속아 구조를 잘 모르고 손을 잡았다”며 “공장 설립비용 등은 은행 대출을 통해 정상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코인 투자 유치를 한 커뮤니티와 전혀 관계가 없고 그런 활동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했다. 지난해 3월 L사 본사에서 열린 투자 유치 설명회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씨는 “설명회를 진행한 사람은 L사 소속이 아닌 코인 발행 관계자”라며 “장소를 제공한 건 맞지만 당시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영록 지사와의 면담 사진과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 등에 관해서는 “홍보 자료로 쓰인 줄 몰랐다”고 했다. “가까운 몇몇 사람들에게 공유했을 뿐인데 투자 유치 커뮤니티에 퍼져 악용됐다”는 것이다. 캐나다 상장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3월에 이미 상장합병 계약을 마쳤고 이달(6월) 중순에 공시가 나온다”며 “기관투자가의 투자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해당 상장은 정확히는 ‘캐피탈 풀 컴퍼니(Capital Pool Company∙CPC)’란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우회 상장을 가리킨다. 이는 한국에 없는 상장 방식으로 주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상장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사업성 위주로만 심사가 이뤄진다. 국내에선 2009년 동원 자회사인 광산업체 엔엠씨가 CPC 상장으로 캐나다 증시에 입성한 적이 있다. 이씨는 “투자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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