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 ‘JP+심대평’이 큰일 낼까
  • 이숙이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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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파괴력·행정수도 이전·철새 의원 심판론이 최대 변수
지민련의 파괴력, 행정수도 이전론, 지난해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옮겨간 철새 의원 심판론. 충청권 총선을 좌우할 변수는 크게 이 세 가지다.
16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할 만큼 참패한 자민련은 다음 총선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최소한 대전·충남 지역에서는 완승을 거두어 총선 이후 캐스팅 보트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다. 심대평 충남도지사 영입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 지역에서 인기 ‘짱’인 심지사를 새 얼굴로 내세워 김종필(JP) 체제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 마음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자민련 일각에서는 ‘심지사가 총재 권한대행을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JP가 지역구(부여)에 복귀해 바람을 일으키며, 부여의 김학원 의원은 도지사 보궐 선거를 준비한다’는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당초 강창희 의원(대전 동구)과 맞붙을지도 모른다던 심지사는 강의원과의 인연을 고려해 최근 대전 유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소문이다. 한 소식통은 “총선 후 정국 주도권을 노리는 JP와 차기 총리를 염두에 둔 심지사의 의중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양측이 결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이런 부활 시나리오의 최대 걸림돌은 이인제 의원이다. JP 처지에서는 현재 총재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의원을 내쳐야 하는데, 이의원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태세다. 이의원은 오히려 당이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JP가 물러나고 자신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내년 총선을 세 번째 대권 도전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그는 9월 초 자서전 출판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기회에 노무현 대통령과 확실하게 각을 세워 온건 보수 세력의 대안 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JP와 이대행 간의 내부 교통 정리가 급선무로 떠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된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아무래도 민주당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출마를 노리는 민주당이나 신당연대 후보들은 한결같이 ‘행정수도 이전 자문위원’ 같은 직함을 앞세우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공감하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이에 부합하려는 한나라당·자민련 의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월29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완구·신경식 의원 등이 나서 “행정수도 이전은 엄연한 현실이다” “당 내에 조속히 특위를 구성하고,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개별 지역구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역시 충남 논산·금산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노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인제 의원을 꺾겠다며 노대통령의 측근 참모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 지역 판세는 총선은 물론 이의원의

JP가 과연 부여에 나설 것인가와 함께, 헌정사상 처음으로 10선 의원이 탄생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9선을 지낸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준규 전 국회의장 그리고 JP 셋인데, 이 가운데 현역은 JP뿐이기 때문이다.

한영수 전 의원이 지역구를 인천 부평 갑으로 옮긴 서산·태안에서는 문석호 민주당 대변인 대 성완종 대아그룹 회장 간의 격돌이 예상된다. 16대 때 한 전 의원의 막판 끼어들기로 뜻을 접은 성회장은 이번에는 자민련 공천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양희·강창희·이재선 의원 등 한나라당 이적파에 대한 여론이 그리 좋지 않은 대전 지역에서는 이들이 먼저 당내 경선을 통과하느냐가 관건이다. 한나라당 위원장들이 일전 불사를 외치며 이제껏 버텨왔기 때문이다. 특히 출마 거론자가 15명이 넘는 대전 서 을은 박범계 청와대 민정 2비서관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지역이 법조 타운인 데다 관청이 몰려 있어, 노대통령의 386 측근으로 불리는 박비서관이 출마할 경우 볼 만한 싸움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민련 후보로는 심지사 측근인 백운교 지사비서실장과 가기산 서구청장이 유력하다.

지난 총선 때 한나라 3, 민주 2, 자민련 2로 표심이 정확하게 갈렸던 충북 지역은 이번에도 팽팽한 삼국지가 전개될 조짐이다. 이원성 의원이 지병으로 불출마가 예상되는 충주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조직 특보로 활약한 맹정섭씨와 한나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시종 충추시장의 격돌이 예상된다.

소지역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보은·옥천·영동에서는 옥천 출신인 이용희 민주당 최고위원과 김서용 신당연대 후보 간의 단일화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총선 때 옥천 출신인 이용희(민), 박준병(자) 후보가 표를 2등분하는 바람에 심규철 의원이 어부지리를 했다며 고향 사람들의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봉렬 옥천군수까지 가세한다면, 후보 단일화 논쟁은 점입가경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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