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강한 '영원한 해병' 김동렬 아세아시멘트 사장
  • 이철현 (leon@sisapress.com)
  • 승인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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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렬 아세아시멘트 사장/안정된 노사 관계 바탕으로 대약진 이끌어
김동렬 사장은 해병대 소령 출신이다. 해병대 마지막 대장인 이병문 장군의 부관을 지내다가 이장군이 1973년 아세아시멘트 사장으로 취임하자 함께 아세아시멘트에 들어왔다. 김사장은 9월19일 사장실을 찾은 취재진을 호탕한 웃음으로 맞았다. 해병대 장교 출신답게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었다. 첫인상은 군인 출신 최고경영자답게 좀 ‘거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첫인상은 점차 바래고 합리적이고 세심한 본모습이 드러났다. 김사장은 “해병대 출신이어서 직선적이고 다소 거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는 결코 격정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가진 합리적인 성격이 아세아시멘트를 시멘트 업계에서 가장 재무 구조가 건전한 회사로 만들었을까.

김사장은 1999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대표이사로 취임하자마자 그는 가장 곤혹스러운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외환 위기 이후 회사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기업 구조 조정을 단행해야 했던 것이다. 김사장은 당시 1천2백명인 종업원 수를 8백여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누군가 배에서 내려야 나머지라도 살 수 있다고 판단해 ‘하선론(下船論)’을 주창했다.” 핵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영역도 분사하거나 정리했다. 진통이 없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군살을 제거했고 경영 효율을 크게 높였다. 이 덕분에 아세아시멘트는 국내 7대 메이저 시멘트 업체 가운데 덩지가 제일 작으면서도 가장 알찬 회사가 되었다. 그가 취임한 이후 아세아시멘트는 올해 상반기까지 1천4백억원이 넘는 경상 이익을 쌓았다.

아세아시멘트가 성공한 비결은 원만한 노사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김사장은 회사 경영에서 노사 관계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노조 관계자와 자주 만나 회사 경영 상황을 설명하고 회사 비전을 공유한다. 노조가 수긍하기 힘든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노조 대표를 끈질기게 설득해 동의를 얻어낸다. 대표이사가 노조 대표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경영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노사 간에 자연스럽게 신뢰가 구축되었다.
김사장은 30년 동안 골프를 쳤다. 평균 78타로 18홀을 돈다. 그에게 골프는 운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 김사장은 골프에서 최고경영자의 자질을 익혔다. “골프는 욕심만 부린다고 잘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마음을 비워야 공이 잘 맞는다.” 김사장이 골프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매너다. 함께 치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사장은 경쟁자나 종업원을 존중하는 마음을 골프에서 배웠다고 한다.

김사장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올해 10월 환갑을 맞는 그를 버거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국내 시멘트 수요량은 6천만t을 넘지 않으나 업계 생산 능력은 6천5백만t에 이른다. 외국산 시멘트도 수입되고 있고, 슬래그 같은 시멘트 대체재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내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김사장이 채택한 전략은 두 가지. 우선 드라이모르타르와 레미콘처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IT 업체에 투자하기도 하고 지하철 광고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신규 사업 전략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5년 후에는 좀더 다양한 사업 영역을 갖춘 회사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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