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열혈 장관` 강금실 단독 질주
  • 노순동 (soon@sisapress.com)
  • 승인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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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강금실 장관 압도적 1위…추미애·박근혜·권양숙 뒤이어
어느 해에도 이렇게 압도적인 1위는 없었다. 여성 분야 1위를 차지한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득표율은 무려 49%로 2위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20.9%)의 곱절에 이른다. 강장관은 또한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각료 포함) 항목에서도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순위에 진입했다. 부처 장관으로서도 유일하다(49쪽 참조). 그녀는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도 실세 장관, 실세 정치인의 선두에 서있는 셈이다.

강금실 장관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다. ‘너무 멋있어요’와 ‘음, 만만치 않군’. 강금실의 힘은 그녀를 좋아하는 숱한 골수 팬의 환호와 흠을 잡아야 할 야당으로부터도 ‘남성 장관 열을 합친 것보다 낫다’는 품평을 얻어낼 정도의 흠결 없는 전문성으로부터 나온다. 게다가 그녀가 힘 있는 여성이 전통적으로 모방해온 남성적인 리더십과는 다른 유형의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후한 점수를 받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20.9%),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10.9%)이 큰 표 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대선 전 기세가 치솟았던 추미애 의원은 이후 다소 주춤한 기색이지만, 간판 여성 정치인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분당 과정에서 이목이 집중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상징성이 큰 만큼 앞으로 그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영부인 권양숙 여사(5.4%)는 4위를 차지했다. 이것은 김대중 정부 때 이희호 여사가 20%가 넘는 표를 얻었던 것과 대비된다. 이희호 여사의 영향력은 단순히 영부인이라는 지위 때문이 아니라 여성 문제 전문가라는 이력에 대한 믿음으로 해석되곤 했다. 권양숙 여사는 다른 퍼스트 레이디와 마찬가지로 당연 표, 딱 그 수준을 받은 셈이다.

여성 장관과 여성 정치인이 순위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영향력 있는 여성들의 영향력이란 고작 여성계 안에 머물렀다. 그들은 제도권에 직함을 갖지 못한 채 여성 명망가에 머물러야 했고, 전문 영역도 협의의 여성 문제를 좀체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 후반부터 여성들이 정계나 행정부에 대거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판도가 급변했다. 현직 의원과 장관이 6명이나 대거 꼽힌 것은 여성들이 한국 사회의 실세 영역에 본격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금실 장관에 이어 지은희 여성부장관(5위), 한명숙 환경부장관(6위)이 영향력 있는 여성에 꼽혔고, 정치인으로는 이미경 통합신당 의원(9위)이 추미애 의원과 박근혜 의원의 뒤를 이었다. 이오경숙 여성단체연합 회장(7위) 황산성 변호사(8위) 전여옥씨(공동 10위)도 순위에 올랐다.

이 가운데 언론인 전여옥씨가 새로 순위에 진입한 것이 눈길을 끈다.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되지 않는 것이 좋았다’고 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차라리 물러나라’며 분명한 입장을 취해온 그녀가, 이제는 보수층의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한 것이 아닐까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역대 여론조사와 달리 여성 스포츠 스타나 입담 좋은 대중 스타가 한 사람도 끼지 못한 것도 이채롭다. 유명한 것과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구별하기 시작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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