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학교보다 좋은'' 다섯 가지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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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학생, 차별화 수업·입시 위주 교육 등 ‘고객 만족’에 만족
지나친 학원·개인 과외가 학교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도 사교육 열풍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27일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과외 허용’ 쪽에 손을 들어준 이후에는 과외에 대한 사회의 심리적 저지선마저 무너졌다. 그렇다면 학부모와 학생 들은 무엇 때문에 학원을 찾는가.

이들은 먼저 차별화한 수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학원의 강점으로 꼽는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보습학원 대다수는 모의고사를 치러 성적 별로 반을 나눈다. 따라서 동질 집단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다인수 이질 학급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수업에 비해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외국어고·과학고 지망생을 위한 ‘특목고반’, 대학 특차 입학을 노리는 ‘수학 경시대회반’에서부터 중하위 집단을 포괄하는 ‘심화 학습반’까지, 구성도 다양하다. 학교와 달리 학원 수업 시간에는 최소한 노골적으로 떠드는 학생은 없다. 서울 목동 ㅁ학원의 경우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은 곧바로 경고→제명한다. 환불할 수강비가 당장은 아까울지라도 장기적으로 학원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두 번째는, 변화하는 입시 환경에 훨씬 빠르게 대응하기 때문에 학원을 선호한다는 응답이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학부모와 학생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 입시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ㅇ씨(45)는 바뀐 입시 요강·내신 기록 방법조차 모르는 교사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반면 학원은 풍부한 최신 정보를 갖고 있다. 그간 쌓은 노하우와 인맥(대학 입시 담당자)을 통해 수시로 입시 정보를 업데이트한다는 것이 학원장 ㅂ씨(34)의 자랑이다.

세 번째로 성의 있는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서 학원을 선호한다는 사람도 있다. 고2 아들을 학원 우등반에 보내고 있는 ㅂ씨(44)는 “시험이 끝날 때마다 학원 강사가 곧바로 전화를 걸어와 무슨 문제를 몇 개나 틀렸는지 물어 본다. 상술인 줄은 알지만, 교사의 안테나가 항상 우리 아이에게 쏠려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라고 말한다. 영리 기관인 학원으로서는 ‘학생·학부모=소비자=왕’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다. 4년제 대학을 목표로 하여 학원 종합반에 다니고 있는 한 공고생은 “학교에서는 우리를 사람 취급도 안하는데, 학원 선생님은 나를 꼬박꼬박 챙겨주고 보충 수업도 해 준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네 번째로, 시설이나 서비스가 만족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한밤중 집앞까지 운영하는 학원 버스, 강사진이나 주요 커리큘럼이 바뀔 때면 열리는 학부모 간담회, 모의고사 성적이 좋으면 상으로 지급되는 문화 상품권. 이 모두가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단적으로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학교에서 수학여행 가면 후진 여관에 묵지만 학원에서 여행 가면 콘도에 묵는다.’

마지막으로 학원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교육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점을 꼽는다. 최근 가장 호황을 누리는 것이 영어 학원이다. 일각에서는 조기 영어 교육 실시와 더불어 각 대학이 영어 특기생을 특차로 대거 뽑아들이고 있는 데서 호황 이유를 찾는다.

그렇지만 학부모들은 단순히 일류 대학이 아닌 자녀의 ‘생존’을 위해 영어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주부 빙숙희씨(45)의 지적이다. 영어와 컴퓨터에 능숙한 신세대에게 기성세대가 밀리는 것을 보며,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유학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새 학교는 생존에 필요한 지식마저도 전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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