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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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시장에 봄바람 ‘솔솔’
중상류층부터 지갑 열 듯

어쩌다 소비가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주도했던 것은 늘 투자나 수출이었다. 소비가 아니었다. 물론 투자가 부진했던 2001년과 2002년 민간 소비가 성장을 주도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기는 했다.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었던 것이다. 2003년에는 정반대로 기능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진폭이 큰 기업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소비가 최근 3년간 급증과 급락을 보임에 따라 소비는 2004년 경제를 가늠하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소비 급락세 마무리됐다”

시점이나 강도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004년 소비 수준이 2003년보다 나아지리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통계청·한국은행·삼성경제연구소 등이 발표한 소비 심리지수가 그리 나아지는 징후가 보이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미 소비 관련 지표들은 2003년 2/4분기까지 급격히 하락한 이후 완만하나마 증가하고 있어 소비 급락세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소비를 원천적으로 제약했던 가계 대출 규모도 크게 줄고 있다. 가령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은 2002년 9월 말 50조원에서 2003년 9월에는 30조원 내외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2001년 초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물론 이에 따른 후폭풍이 적어도 2004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2003년 11월 말 신용불량자 수가 10월보다 5만명이 늘어난 3백64만8천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 좋은 예다.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경제 운용의 초점을 맞춘 정부는 정부 투자(재정)를 늘리고 기업 투자를 독려해 소비 심리를 반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소비 여력이 있는 중상류층부터 지갑을 열게 하겠다는 것이다.

소비는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자기 소득보다 과도하게 소비해 온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소비를 크게 줄였던 사람들은 새해 들어 지갑을 열 가능성이 크다. 소비는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도 하지만, 뒤따라가는 경향도 보인다.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현재의 소득인 것은 맞지만, 경기 회복이라는 요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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