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의원 당락 ‘무당파’가 좌우
  • 金鍾民 기자 ()
  • 승인 2000.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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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지지·무응답, 56.4%에 달해…정당 지지율 한나라당 18.7%, 민주신당 앞서
지난 한 해 추락을 거듭하던 국민회의(민주신당) 지지율이 결국 한나라당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는 18.7%, 민주신당 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는 18.4%로 비록 오차 한계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민주신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41.8% “평소 지역 감정 갖고 있다”

자민련은 4.5%로 여전히 한 자릿수 지지율을 면치 못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2%로 아직 유권자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을 지지하겠다는 사람과 응답하지 않은 사람은 각각 14.0%, 42.4%로 이 둘을 합치면 56.4%에 달해, 이들 무당파 유권자들의 향배가 이번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표).

지역 별로 보면 여야 각당의 텃밭에서는 예상대로 지역별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민주신당이 45.7%,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서는 한나라당이 각각 38.5%, 28.1%, 대전·충청 지역에서는 자민련이 20.0% 지지율을 보였다. 합당 무산 이후 충청권에 다시 자민련 지지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그러나 자민련은 대전·충청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3% 수준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고, 영남에서는 민주신당의 지지율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호남·영남·충청 지역 선거에서는 큰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소속 후보 지지율이 부산·울산·경남(18.4%), 대구·경북(14.9%), 대전·충청(17.0%)에서 약간 높게 나타나는 점이 작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무소속이 강세를 보인 영남 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의 신경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충청권에서는 김용환 의원의 벤처 신당이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호남에서는 민주신당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데 비해, 한나라당 지지율은 1.7%로 바닥권에서 맴돌았다. 영남에서는 한나라당이 30% 전후의 지지를 받은 데 비해 민주신당이 6∼9%의 지지를 받고 있어, 권역별 정당명부제가 실시될 경우 텃밭에서 표의 응집력이 강한 민주신당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 지역 감정을 가지고 있느냐는 물음에 41.8%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 감정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아래 오른쪽 맨 아래표).수도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역시 관심이 가는 곳은 지역 정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수도권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민주신당 21.6 %, 한나라당 13.8% 지지율을 보였고,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민주신당 20.5%, 한나라당 14.6% 지지율을 보여, 수도권에서는 민주신당이 여전히 한나라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련을 찍겠다는 수도권 유권자는 3%에 불과했다. 이한동 의원이 자민련에 합류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 지역구 2백53개 가운데 40%에 가까운 96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선거법 개정 이후에는 수도권 의석 비율이 더 늘어나 거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번 선거의 승부는 수도권에서 날 가능성이 높다. 민주신당으로서는 전체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걱정이기는 하지만, 수도권에서 여전히 앞서고 있는 점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나이 별로는 20·30대에서 민주신당 지지층(21.3%·19.7%)이 한나라당 지지층(19.1%·17.5%)보다 약간 많았고, 40·50대에서 한나라당 지지층(22.5%·19.7%)이 민주신당 지지층(18.1%·13.6%)보다 약간 많았다. 계층 별로는 민주신당이 화이트칼라·자영업자·농어민층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한나라당은 주부와 자영업자에게서 약간 높은 지지를 받았다.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를 물은 항목에는 78.8%가 참여 의사가 있다고 응답해, 실제 투표율은 96년 15대 총선 때(63.9%)보다 높은 7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아래 오른쪽 표).부동층, 야당으로 방향 잡았나

이번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역시 16대 총선의 관건은 56.4%에 달하는 무당파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어느 한 당으로 쏠리는 현상이 없는 수도권의 경우 무당파 유권자들이 60%에 달하고 있어,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현재 20% 안쪽의 지지율로 각축하는 여야 간의 시소 게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수도권에서 실시된 재·보선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흥길 총재특보는 “한나라당이 여론조사에서는 지난해 내내 국민회의에 뒤졌지만, 지난 6월의 송파 갑-계양·강화 갑 재·보선과 12월의 안성·화성 지자체 선거에서는 모두 승리했다. 과반수에 달하는 부동층이 결국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라고 해석했다. 옷로비와 언론 문건 사건 등 여당의 실정이 누적되면서 이제 수도권 무당파층은 야당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정국 불안 책임이 야당(9.3%)보다 대통령 측근(26.7%)과 공동 여당(13.2%)에 있다고 보는 여론(13쪽 표 참조)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한나라당의 이런 기대가 무망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현 집권 세력이 그동안 보여준 국정 운영에서의 무능과 부도덕성을 부각해,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뿌리가 깊기 때문에 야당의 견제론이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역대 선거에서처럼 야당의 폭로 공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형근 의원의 폭로 파일에 남아 있는 내용이 궁금하다.

집권당은 믿는 것이 있다?

그러나 민주신당은 그동안 여당의 악재가 나올 대로 다 나왔다고 보고 앞으로 3개월 동안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과감하게 인물을 교체하고, 파격적인 정책을 제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서민들의 피부에 닿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집권 여당이 안정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재정 민주신당 총무위원장은 “IMF 상황을 참고 견뎌 온 서민들이 이제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 또 새로운 천년, 새로운 세기에 걸맞는 정책 구상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점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1월3일 김대중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정보화, 지식 기반 구축, 서민층을 위한 생산적 복지 등과 관련된 구체적 정책을 총망라해서 내놓은 것도 결국은 집권 여당의 이러한 총선 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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