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4년 물난리’ 원인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9.08.1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태평양 고기압 힘 못쓰자, 남서 기류 치고 들어와 집중 호우
북태평양 고기압 힘 못쓰자, 남서 기류 치고 들어와 집중 호우

지난 4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경기 북부 지방은 게릴라성 폭우로 큰 피해를 보았다. 불과 2∼3일 사이에 강수량 500∼800㎜에 이르는 집중 호우가 해마다 경기 북부 지방을 강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름철 한반도 기후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여름 내내 한반도 상공을 오르내리면서 소나기를 쏟아붓거나, 찜통 더위를 몰고온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호츠크 해 고기압과 만나는 곳에서 장마 전선이 형성되면 한반도는 장마철에 접어든다. 그 뒤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해 장마 전선을 한반도 북쪽으로 밀어내면 무더위가 한반도에 상륙한다.

하지만 96년과 올해 7∼8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쓰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는 태평양에 일사량이 많아져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강해진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쓰지 못하자 그 빈 공간에 대륙성 고기압이나 남서 기류가 치고 들어와 집중 호우를 부른 것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 지방에서 발달한 대륙성 고기압에 밀려 한반도 남부에 걸치게 되자 남서쪽에서 불어온 기류가 남부 지방에 자리잡은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에 중부 지방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중부 지방에 자리잡고 있었다. 고온 다습한 기류와 찬 공기가 만나 두터운 비구름이 형성된 것이다.

지난해 8월 3백2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게릴라성 폭우는 올해와 조금 다르다. 중국 양쯔 강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 중부 지방에 머무르면서 집중 호우를 뿌렸다. 따라서 작년의 집중 호우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직접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이때도 한반도가 약해진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어 양쯔 강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들이닥쳤다.

집중 호우의 원인을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96년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이 경기 북부 지방 폭우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내년에도 예년과 비슷하게 움직이면, 경기 북부 지방은 또다시 물난리를 겪을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