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놀면서 일하는 직장 있다
  • 정리·金芳熙 기자 ()
  • 승인 199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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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항공사, “노는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논다”… 적자·사고 모르는 ‘신나는 경영’
일이 즐거운 직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경영 전문가들은 이런 직장의 생산성이 보통 직장보다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일과 놀이가 철저하게 구분되는 대부분의 직장에서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여기에 꼭 들어맞는 사례로 꼽힌다.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즐거운 직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 회장 허버트 켈러허(흔히 허브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주요 경영 전문가와 언론으로부터 가장 존경할 만한 기업과 기업인으로 자주 꼽혀 왔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에 소개된 이 회사의 진짜 우스운 면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댈러스에서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편을 예약하기 위해 사우스웨스트항공사 텍사스 본사에 전화를 건다. 전화에서는 “5분 이상 전화 연결이 안될 때는 8번을 눌러 주십시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실제로 5분 이상을 기다리다가 8번 버튼을 눌렀다고 치자. 전화에서는 허를 찌르는 응답이 흘러나온다. “이런다고 전화가 더 빨리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만, 기분은 한결 나아지셨죠? 원하신다면 전화가 연결될 때까지 8번을 몇 번이고 누르셔도 좋습니다.”

비행기에 올라타고 난 후에도 촌극의 연속이다. 딱딱한 안내 방송 대신 여승무원은 귀에 익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배경 음악에 맞춰 노래로 탑승에 대한 감사 표시를 한다. 그리고 직접 자기 회사 광고를 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스타일은 이런 것입니다. 빠른 비행기, 독한 술 그리고 잘 빠진 여자.” 이쯤 되면 승객들은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가끔씩은 짐칸에 여승무원이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고객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또 기내에는‘금연’이라는 경고문 대신 다음과 같은 장황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흡연을 원하시는 분은 비행기 날개 위에 있는 라운지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놀라운 일은 비행기 안에서뿐만 아니고 사우스웨스트항공사 어디서나 벌어진다. 이곳에서는 경영진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캐주얼 차림으로 근무하며, 하루 종일 왁자지껄한 파티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의 사원상에서 1일 선행상에 이르기까지 온갖 자축 파티 때 회사가 주는 부상도 다양해서,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에서부터 하루 동안의 휴가, 심지어는 사무실 근처에 주차장을 주기도 한다. 회장인 허브는 직원이 2만4천명에 이른 오늘날도 모든 직원들의 기념일에 축하 카드와 샴페인 한 병을 보낸다.

“종업원이 즐거워야 회사가 잘된다”

규율이 없다고 회사 실적이 형편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미국 항공업계 전체가 구조적인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지만 이 회사는 설립 이후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액 28억달러(약 2조3천억원)에 1억8천만달러 이익을 냈다. 더욱이 이 회사는 단 한 차례의 사고도 내지 않았다.

이 회사 최고 경영진의 철학은 즐거움이 단순히 농담이나 촌극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사람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기업 문화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동료들과 껴안아야 하는 일을 참을 수 없는 내성적인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이 회사는 공개적으로 자기네에게는 고객보다 종업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 회사의 소수 정예 종업원들에게 모든 면에서 최고 대우를 해준다. 그러다 보니 지원자가 엄청나게 몰려들 것은 뻔한 일이다. 지난해에도 5천여 명을 뽑는 데 12만명이 지원했다. 입이 걸기로 소문난 이 회사 회장 허브가 이들에게 해주는 말 역시 걸작이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란 여러분이 우리 회사에 오게 되면 엄청나게 즐거우리라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여러분들이 ×나게 일해야 하리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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