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대구 동구 갑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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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오름세에 강신성일 ‘인기’ 맞불
대구는 입을 굳게 닫았다. 시민들은 “정치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 대통령도 밉지만 한나라당이 한 게 무엇이 있느냐”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나라당=차떼기당’이라는 이미지가 희석되기도 전에 맞은 대통령 탄핵 후폭풍은 결정타였다. 동서시장에서 핫도그 장사를 하는 이은미씨(45)는 “한나라당 후보는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밑바닥 정서가 한나라당에서 떠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텃밭을 수성하겠다는 한나라당과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이 치열하게 접전하고 있는 대구·경북. 그 가운데 대구 동구 갑 지역은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한나라당 대구고검 검사 출신 주성영 변호사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열린우리당 외부 인사 영입단장인 이강철씨가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현역 의원으로서 지역 관리를 단단히 해둔 무소속 강신성일 의원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선거 초반부터 한나라당은 갈팡질팡했다. 대구 동 갑 지역 한나라당의 유력 공천 후보로 평가되던 임대윤 전 동구청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구 동 을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했기 때문이다. 주성영 후보는 “준비 기간이 짧아 인지도가 낮고 한나라당 찍어줘 바뀐 게 없다는 비판이 높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새 인물과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곧 분위기를 탈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후보는 대통령 탄핵 역풍에 맞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사과 하나를 훔쳐도 절도는 절도다. 선거법 위반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 ‘노무현 1년 행복하셨습니까’라는 한마디로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 주후보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단단한 조직과 한나라당 바람이다.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는 오름세를 탄 현재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후보는 수행원 한 명만을 데리고 다니며 거리를 누비는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다. 많은 유권자를 만나기보다 한 곳에 오래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 고개도 깊이 숙인다. 이후보는 “탄핵안 가결 이후 한나라당 지지 세력이 이탈하는 조짐이 확연하다. 여론 주도층에서 돌던 ‘지역 발전을 위해서 이강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지금은 40, 50대 아주머니들에게도 먹혀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보는 지역 감정과 색깔론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민주당이 버티고 있어 한나라당이 지역 감정에 호소하더라도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이 사회주의자라고 색깔론을 폈던 한 후보는 지역민으로부터 질타당했다. 하지만 결국 변수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패거리 정치에 밀려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는 강신성일 의원은 “한나라당 지지자들 절대 우리당으로 안 간다. 3강 구도에서 선거 막판 인물론이 부각되면 내가 치고 올라갈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강후보는 “인간 철새는 떠나라”며 9년 동안 대구 동 갑 지역을 지킨 터주 대감임을 강조했다. 주성영 후보는 수성에서 미끄러지자 지역을 옮겼고, 이강철 후보는 중구와 수성에서 활동하던 정치 철새라는 주장이다.
강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호응은 뜨거웠다. 강후보가 길거리에만 나서면 사람들이 몰렸다. 악수하기 위해 길을 건너 달려오는 사람도 많았다. 부인 엄앵란씨 역시 지역구 관리에 뛰어나다는 평가다. 엄앵란씨는 “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헌 사람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 인기가 표로 연결될 것인지가 변수다.

대구 시민들은 대통령 탄핵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정신나간 짓’이라는 주장과 ‘대통령이 꾸민 정치 술수’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야당의 주장대로 언론의 보도 행태가 편파적이라는 말을 쏟아냈다. 반면, 총선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대구는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투표는 뭔 투표인교.” 대구 동 갑 유권자들 열에 일곱은 투표를 안 하겠다며 입을 닫았다.

3월21일 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는 23.9% 지지율로 한나라당 주성영 후보(12.8%)와 무소속 강신성일 후보(8.2%)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태도 유보층은 51.9%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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