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충청 전남 고흥·보성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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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5선 고지’ 협공에 무너질까
“농촌이지만 탄핵 여파가 있다. 개인 지지도는 비슷한데 언론 때문에 당 지지도가 너무 낮다. 인물론으로 돌파할 계획이다.”(민주당 박상천 후보측) “이 지역은 민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탄핵 때문에 16년 박상천 왕국은 끝이 났다.”(열린우리당 신중식 후보측). “민주당은 정치 도의를 어겼다. 옥중 출마로 반드시 명예를 회복한다.”(무소속 박주선 의원측)

전남 고흥·보성은 3자 대결이 한창이다. 박상천 민주당 의원(66)이 16년 동안 ‘절대 강자’로 지켜오던 이 지역에는 두 개의 폭탄이 떨어지면서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한 개는 ‘선거구 확구’이고 다른 하나는 ‘탄핵 폭탄’이다.

16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만 해도 고흥군은 단독 선거구였다. 그런데 17대 선거에서는 인근 화순·보성이 둘로 쪼개져 화순은 나주로, 보성은 고흥군으로 편입되었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주당 박주선 의원(55)의 지역구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박주선 의원은 홈페이지에서 “보성·화순 선거구는 전남에서 가장 안정된 선거구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지역구를 선거법 취지에도 어긋나게 공중분해시켜 버린 것인데, 내가 구속된 상태에서 보성·화순 선거구는 날치기 당한 셈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의원은 이 글에서 민주당과 박상천 의원에 대한 정치적 배신감을 나타냈다.

결국 선거구 획정안에 불만을 품은 박주선 의원은 지난 3월19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고흥·보성 지역구에 사실상 옥중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 구도가 2자 구도(박상천-신중식)에서 3자 구도(박상천-신중식-박주선)로 돌변한 것이다.

3자 구도가 되면서 후보마다 표 계산에 한창이다. 벌써부터 소지역주의가 주요 변수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성 출신 박주선 의원측은 고흥 쪽에 주 선거사무소를 마련했다. 조직 기반이 있던 보성에서 어느 정도 동정표를 얻고, 새 지역구인 고흥에서 표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박주선 의원의 선거 참모는 “현실적 여건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본인이 없어서 사모님과 함께 인사를 다니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신중식 후보측은 박주선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탄핵 때문에 전남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박주선 의원과 박상천 의원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표를 나누어먹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국민의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신중식 후보는 “박상천 의원과 박주선 전 의원은 광주고-서울법대-검사-밀양 박씨 등 이력과 지지층이 비슷해 표 분산 효과가 크다”라고 말했다.

신중식 후보측은 보성쪽 표심 잡기에 나섰다. 신후보는 실형(實兄)이 보성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고 신형식 전 의원이라는 점을 부각한다. 신후보는 “고흥·보성은 50대 이상이 전체 인구의 56%가 넘는 고령 사회이다. 신형식 장관의 동생이라는 말만 해도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수성에 나선 박상천 의원은 석 달 전부터 지역에 내려와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탄핵 이후에는 지역의 노인정과 모임을 찾아다니면서 ‘탄핵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다닌다.

박상천 의원측은 박주선 의원의 옥중 출마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양자 대결로 판세를 분석한다. 지난번 박주선 의원이 무소속 출마했을 때는 지역에서 ‘억울한 사람 명예를 회복시켜 주자’는 여론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고흥·보성에서는 5선 의원 징크스가 있다. 그동안 신형식·서민호 전 의원이 5선 고지 문턱에서 좌절했다. 4선 의원 박상천 의원이 5선 징크스를 깰지 못깰지 살피는 것도 고흥·보성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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