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은 ''불교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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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9.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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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막강해 자리 싸움 끊이지 않아… 3대 계파, 자기 사람 앉히기 치열
이판(수행승)의 꽃이 종정이라면 사판(행정승)의 꽃은 총무원장이다. 수행을 목적으로 출가한 불자라면 사판이 하는 일은 ‘잡일’일진대, 총무원장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이 한국 불교계의 미스터리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출범한 62년 이래 총 29대의 총무원장이 재임했지만 이들 가운데 4년 임기를 채운 것은 오직 두 사람이다(서의현·송월주). 역대 총무원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1.28년. 그런 면에서 무려 7년8개월을 장기 집권한 서의현 전 총무원장은 비록 불명예스럽게 퇴진했지만 종단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 총무원장이 단명한 것은 ‘불교계 대통령’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총무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다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총무원장은 조계종 소속 2천여 공찰과 승려 만여 명을 이끄는 종단의 수반이다. 전국 25개 교구 본사 주지를 임명하는 권한, 사찰 재산을 처분하는 최종 인가권 또한 총무원장 몫이다.

그러나 94년 이전과 이후는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응 스님의 지적이다. 94년 이전이 명실상부한 ‘총무원장 중심제’였다면, 개혁 종단이 출범한 94년 이후는 ‘종단제’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는 것이다. 총무원장의 인사·재정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3권(중앙종회·총무원·호계원) 분립 원칙을 견지하며, 지방 교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개혁 종단이 채택한 종단제의 핵심이다.

단, 이것이 제도적 이상일 뿐 현실로 옮겨졌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3선 출마 시비를 무릅쓰고 송월주 전 총무원장이 지난해 출마를 결심했던 것을 보면 총무원장이 여전히 매력 있는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법원 판결에 따라 조계종 선거관리위원회가 새 총무원장 선거 일정(선거일 11월15일)을 확정하자 분위기가 서서히 달뜨고 있다. 법원 판결 직후 대세를 이루었던 ‘고산 총무원장 재추대론’은 최근 들어 기세가 한풀 꺾인 추세이다. 그 자신 경선을 치르는 데 대한 거부감이 워낙 큰 데다, 조계종 상황이 오늘에 이른 데 따른 인책론 또한 대두했기 때문이다

고산 스님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조계종 3대 계파(육화회·청림회·일여회)가 각각 후보를 내 3파전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것은 지선 스님(전 백양사 주지)이다. 올 초 총무원장 경선 때 고산 스님과 맞붙은 그는 1차 선거(교구 본사 선거인단 2백40명 투표)에서 겨우 30여 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18일 현재 어느 후보도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만큼 상황은 유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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