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조 포유창 독점 인터뷰
  • 미얀마 팡상/글·사진 丁喜相 기자 ()
  • 승인 1996.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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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방 정부 주석 포유창 인터뷰/“경제 발전 따라 점차 줄일 터…‘선발 주자’ 한국에 우선권 주겠다”
<시사저널>은 세계 언론 사상 최초로 골든 트라이앵글의 새로운 패자가 된 포유창을 찾아가 그의 고민과 마약왕국 경영 전략을 들어보았다. 그와의 인터뷰는 와족 연방 정부 수도 팡상에 있는 와연방군 총사령부 건물 2층 그의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지난 1월 미얀마 정부군에 항복한 쿤사와는 어떤 관계인가?

쿤사는 미얀마로부터 독립하겠다고 나섰고 나는 89년 6월 미얀마 정부와 화평조약을 맺은 뒤 중앙 정부의 승인 아래 자치 정부를 이끌고 있다. 화평조약 체결 뒤 쿤사가 우리 와방에 침략해 영토와 군대를 많이 빼앗아갔다. 그때부터 6년간 쿤사와 전쟁을 벌였다. 외부에 우리의 전과가 공정하게 선전되지 않은 점을 불만으로 생각한다. 쿤사를 투항시킨 이번 전쟁에서 우리 사령부 휘하 병사 천명이 죽고, 수천명이 다쳤다. 쿤사와 장수첸(쿤사군 부사령관)은 미얀마와 태국 군대는 우습게 알았지만 우리 와방 군대는 무서워했다. 산악전에 강하고 규율이 엄격하며, 쿤사에게 빼앗긴 와족 영토를 되찾겠다는 정신력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쿤사의 투항에 공헌한 대가로 미얀마 정부에서 어떤 지원을 받았는가?

와방의 교통·농업·의료·교육에 필요한 자금으로 미화 몇백만달러를 지원해 준다고 했다. 미얀마 정부는 그걸 줬다고 외부에 선전을 하지만 계획대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는 쿤사가 빼앗아간 영토를 회복했다. 쿤사 군대와 무기도 일부 우리 와방 군대에 편입됐다.

한 나라에 두 정부와 군대가 있는 꼴인데, 현재 이끌고 있는 정부의 성격은 무엇인가?

현재 미얀마에서 우리처럼 자기 정부를 갖고 있는 민족은 23개이다. 그 중 중앙 정부와 화평한 곳이 14개이고 나머지 9개는 전쟁 중이거나 평화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와방처럼 강력하고 안정된 정부를 가진 소수민족은 없다. 주변의 여러 소수민족 정부는 우리 와방 정부를 형님으로 모신다. 양곤의 중앙 정부에서도 이곳을 미얀마 참방 제2특별행정구역으로 승인하고 독자 군대와 입법·사법·행정 3권을 인정해 주고 있다.
외부에는 와방 지역이 마약 산지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 아편은 백년 전 영국인 선교사들이 씨를 가지고 들어와 퍼뜨린 것이다. 기후가 선선한 높은 산에 사는 미얀마 북부 소수민족들은 그 후로 누구든 병해충을 타지 않는 아편을 주요 농작물로 삼았다. 우리 인민은 경제 작물로서 아편을 심어 양식과 옷과 일용품을 조달한다. 다른 작물을 심어 봐야 반년치 식량밖에 안나오지만 아편을 심으면 인민들이 1년 먹을 식량이 나온다.

정부 수입도 아편에 의존하는가?

고산 지대라서 다른 작물이 안되고, 그동안 뾰족한 경제 대책도 없어서 정부 수입도 농민 세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아편을 심으면 다른 작물보다 세금을 두 배나 더 거둘 수 있다. 그렇다고 아편 재배 농민들이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아편을 수매해 가는 외국 상인들이 큰 돈을 벌지 아편 심는 사람은 가난하다.

마약 장사를 하는 외국 상인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주로 어느 길로 빠져나가는가?

우리 농민들 수요도 일부 있지만 주로 태국·인도·중국으로 빠져나간다. 담 센 사람들이 양곤과 중국으로 빼내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될 수 있는 한 양곤과 중국으로는 못나가게 막고 있다. 쿤사가 투항하기 전에는 우리 지역에 중개상을 보내 많이 사갔다. 그래서 어떤 부하들은 쿤사가 무너지면 아편값이 내려가 와방 정부에 손해가 아니냐고 했지만 나는 단호히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현재 태국·미얀마 국경에서는 가격이 30% 정도 내려갔다고 보고받았다.
와방 내에 아편으로 헤로인을 만드는 공장과 업자들은 얼마나 되는가?

헤로인은 우리 인민 가운데 일부 장사꾼과 미얀마·태국·중국인 장사꾼들이 개인적으로 들어와 만들어 간다. 정부는 그런 일을 직접 하지 않고 세금만 거둔다. 몇 달 전에도 우리 정부의 한 간부가 외국인 업자를 데리고 들어와 헤로인 정제공장을 새로 세웠다. 나는 가동되는 순간 명령을 내려 그 공장을 불태우고 간부는 처벌했다.

그동안 통치 지역에서 마약을 없애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가?

와방의 수령으로서 내 첫째 소원은 경제를 발전시켜 인민이 마약에서 손을 뗀 뒤 평안하고 부강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아편 심는 것을 외부 세계도 반대하니까 와방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도 아편 없앨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 몇몇 현에서 아편 대신 다른 작물, 즉 사탕수수와 옥수수, 고무나무를 심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아편 없애는 일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어느 국가, 단체, 개인이든 와방에 들어와 마약 없애는 일을 도와주기를 호소한다. 일단 들어오면 우리 인민이 왜 아편을 재배하는지 현장에서 해명하고, 그 다음 어떻게 없앨 것인지 방법을 같이 마련하자는 것이다. 도와주지 않아도 내 결심으로 없앨 수 있지만 약 20년은 걸릴 것이다. 도와주면 시간이 단축된다.

어떻게 도와달라는 말인가?

일방적 지원을 바라지는 않는다. 와방에는 무궁무진한 광물 자원이 있다. 금 은 주석 아연 구리 철 등 열여섯 가지 광물이 사방 수십㎢에 널려 있다. 그러나 기술과 비용이 없어 광맥은 손도 못댄 채 노천 광산만 채굴하는 실정이다. 한국 자본과 기술이 들어와 이 광산 자원을 개발하기를 바란다. 대신 우리 인민을 인부로 쓰고, 한국의 농업 기술과 병해충에 강한 신품종 씨앗을 보내 달라는 것이다. 또 우리는 도로와 발전소를 한국 기술로 건설하기를 원한다. 지금 와방 도로의 60%는 차가 다닐 수는 있지만 비포장길이다. 발전소도 4개 세울 계획이다.

한국 자본과 기술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한국은 작은 나라인데도 경제·과학이 발전한 데 대해 감탄하고 있다. 와방에서도 중국· 태국·미얀마를 거쳐 들어온 한국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쓰고 있다. 물론 현재 태국·중국·호주·대만·홍콩 기술진들도 이곳에 와서 광물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한국인 사업가들이 가끔 와서 조사한 뒤 품질이 세계 최고라고 처음으로 가르쳐 주었다. 외부에 선전도 안된 이곳에 10여 차례 와서 고생하며 처음으로 조사한 한국인들에게 우선권을 줄 생각이며, 손해 보지 않도록 보장할 계획이다. 와방 정부 수령으로서 내가 외국 언론인과 접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투자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와서 서로 이익 있는 곳을 발견해 투자하면 마약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하고, 나아가 무지한 우리 인민을 개화시켜 주리라 믿는다.

그러나 국제법상으로는 와방 정부도 미얀마 영토인데, 한국인이 투자하려면 미얀마 중앙 정부의 승인이 전제되어야 할 것 아닌가?

밖에서 보기에는 한 나라에 두 정부와 군대가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미얀마 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미얀마 전체가 중국만큼 개방되지는 않았지만 와방에 확실히 투자하겠다면 미얀마 중앙 정부를 통해 들어올 수 있도록 내가 보장하겠다. 중앙 정부 지도자들이 이곳 팡상에 오거나 내가 양곤을 방문해 중앙 정부 지도자들과 회담하는 주요 의제는 와방 개발에 외국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이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 미얀마 정부도 반대하지 않는다. 또 쿤사와의 전쟁이 끝나 이곳이 평온해진 뒤로는 와방 정부처럼 강력하고 안정된 통치 체제를 갖춘 곳도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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