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技 펼쳐 보일 지구촌의 별들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6.07.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네트에 떠오른 애틀랜타 영웅들… “금메달 하나로는 성이 안찬다”
올림픽은 드라마의 산실이다. 지구촌이 동시에 지켜보는 이 드라마의 찬란한 주인공은 오직 기록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그 기록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부터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모든 금메달은 그러니까 ‘과거’이다. 오는 7월20일 개막되는, 20세기 마지막 올림픽인 애틀랜타 올림픽은 근대 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는 스포츠 영웅들을 기다리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20세기를 마감하고, 시드니에서 21세기를 열어제칠, 애틀랜타올림픽의 영웅들이 마침내 스타트 라인에 도열하고 있다. 시나리오에 등장하지 않은 의외의 영웅도 나타날 테지만, 애틀랜타는 금메달을 2개 이상 노리는 영웅들의 목록을 벌써부터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쉽게도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 선수들을 여간해서 초청하지 않는 육상과 수영 종목에 집중되어 있다. 인터네트에 올라와 있는 기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다관왕 후보들을 선정했다.

 
마이클 존슨(미국)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200m·400m 금메달을 노린다

‘내 앞에는 아무도 없어야 한다’. 마이클 존슨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200m와 400m 동시 석권을 노리고 있다. 200·400m는 경기 성격상 한 선수가 동시에 정상에 오를 수 없다고 여겨져 왔다. 우선 200m와 400m를 뛸 때 사용되는 근육의 부하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올림픽 경기 시간표에는 200m와 400m가 중첩되어 있었다. 마이클 존슨은 이 시간표를 바꾸어 버렸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프리모 네비올라 국제아마추어육상연맹(IAAF) 회장을 설득하여 올림픽 경기 일정을 바꾼 것이다.

선수 생활 초기에 존슨은 400m 선수로 인정받지 못했다. 경주 막판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뛰는 습관이 있는데다 주폭까지 짧아 400m선수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존슨은 이같은 평가에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400m 국내 대회에서 6회, 세계 대회에서 2회 우승하면서 400m 주자로 우뚝 섰다. 지난 6년 동안 존슨은 400m 세계 대회에서 53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존슨의 400m 기록은 43초37.

올해 6월23일에는 17년 동안이나 깨지지 않았던 남자 200m 세계 기록 19초72를 깨뜨렸다. 19초66. 이 기록은 100m를 9초83으로 달렸다는 말인데, 100m 세계 기록(9초85)보다 0.02초 빠른, 경이적인 기록이다.

프랭크 프레데릭스(나미비아)
200m 금메달도 노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되는 육상 종목이 남자 100m이다. 100m에서 우승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인정 받기 때문이다. 100m ‘명예의 전당’에는 칼 루이스, 벤 존슨, 르로이 버렐 등의 명패가 찬란하다. 남자 100m는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 선수들의 ‘영지’이다.

그런데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나미비아 선수가 이 영지를 노크하고 있다. 96년 7월4일 로잔 IAAF 그랑프리대회 100m에서 우승한 프랭크 프레데릭스가 주인공이다. 그 대회에서 프레데릭스는 9초86으로 우승하였다. 그가 달릴 때의 풍속은 0.4m로, 사실상 2년 전 버렐이 풍속 1.2m 바람에 힘입어 기록한 세계 기록 9초85보다도 빠른 것이어서 프레데렉스의 세계 기록 경신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프레데릭스는 ‘내 주종목은 200m’라며, 마이클 존슨에게 기울고 있는 200m 금메달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는 6월29일 파리 그랑프리대회 200m에서 19초95로 우승했고, 94년 6월 로마 그랑프리에서 존슨의 200m 연승을 저지한 바 있다.

하일레 게브셀라시에(에티오피아) “나의 경쟁 상대는 다름 아닌 나 자신”

오직 자신이 세운 기록과의 싸움만 있을 뿐이다. 하일레 게브셀라시에는 남자 육상 5천m와 만m에서는 경쟁자가 없다. 게브셀라시에는 지난해 6월 로마 그랑프리대회 만m에서 26분45초53을 기록하여, 94년 케냐의 윌리엄 시게이가 세운 세계 기록을 8초3이나 앞당겼다. 게브셀라시에는 두 달 후 스위스 벨트클레에서 열린 국제 그랑프리대회 5천m에서도 12분44초39로 결승점을 통과해, 깁타누이가 세운 세계 신기록(12분55초30)을 깨뜨렸다.

그의 키는 160cm. 그래서 주폭이 짧은 것이 흠이다. 그러나 게브셀라시에는 초인적인 심폐 기능으로 이 약점을 만회한다. 특히 막판 스퍼트는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강한 허파와 심장은 조국 에티오피아가 준 선물이다. 에티오피아는 해발 1천2백m 고지에 있다. 그래서 에티오피아 선수들은 심폐 기능이 다른 나라 선수보다 훨씬 뛰어나다. 비킬라 아베베를 비롯해, 중·장거리 종목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배출되는 이유가 에티오피아의 지리적인 특성 때문이다.

게리 홀 주니어(미국)
5관왕 꿈꾸는 미국 수영의 떠오르는 별

게리 홀 주니어는 매튜 비욘디에 이어 수영 5관왕을 꿈꾸는 미국 수영의 ‘떠오르는 별’이다. 키가 198cm에 쭉 빠진 몸매를 가진 홀은 수영 선수로서 이상적인 체형이다. 남자 자유형 50m·100m,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 등 다섯 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홀은 자유형 50m에서 세계 1위(22초27), 100m에서는 3위(49초49)이다.

100m에서는 1위 알렉산더 포포프, 2위 존 올센에 각각 0.61초, 0.03초 뒤지지만 포포프가 내리막길이고 올센은 28세의 노장이어서 이제 21세로 한창 때인 홀의 상대가 될 수 없다. 홀은 세계 최강인 미국 수영팀에 속해 있어 단체 종목인 계영과 혼계영에서도 금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텍사스 대학을 졸업한 게리 홀은 ‘체인 달린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신세대이다. 올림픽에 세번 출전한 홀의 아버지는 아들을 ‘아직 멀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그러나 홀은 아버지가 못 이룬 금메달의 꿈을 자기가 대신 이루겠다고 말할 정도로 효심이 깊다. 만일 게리 홀 주니어가 5관왕에 오르면 애틀랜타올림픽 최다관왕과 최우수 선수를 거머쥐어 아버지로부터 인정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나 에게르제기(헝가리)
“배영 종목에서 나를 당할 자 없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인 크리스티나 에게르제기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여자 수영 선수이다. 부다페스트를 가로지르는 다뉴브 강은 뛰어난 수영 선수를 많이 배출했다. 서울올림픽과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각각 남자 수영 2관왕에 오른 타마스 다르니도 다뉴브 강이 배출한 걸출한 스타이다. 이 다뉴브 강에서 물장구를 치며 수영을 배운 에게르제기는 처음에는 배영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열네 살 때 서울올림픽에 참가하여 여자 배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수영 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되었다.

신체적으로 성숙한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기술과 체력으로 배영 100m·200m, 개인 혼영 400m를 휩쓸어 3관왕에 올랐다.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접영 200m에도 도전하여 4관왕을 노린다.

 
드림팀(미국)
이것이 인간이 만든 팀인가

‘신이 만든 팀’. 단일 종목 최강의 팀. 미국 NBA 소속 농구 선수들로 구성된 ‘드림팀3’은 기술·신장·힘 모든 면에서 다른 참가 팀을 압도한다. NBA 최고 센터들인 데이비드 로빈슨, 샤킬 오닐, 아킴 올라주원이 골밑을 지키고 어시스트 왕이자 최고 가드인 존스탁턴이 게임을 이끈다. 여기에 그랜트 힐과 레지 밀러가 3점포로 가세한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레니 윌킨스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2연패는 안중에도 없다는 기색. 윌킨스 감독의 목표는 금메달이 아니라 드림팀 선수들의 이미지를 높이고, 좋은 매너로 지구촌 농구팬들에게 팬서비스를 하라는 것이다.

마이클 조던, 래리 버드, 매직 존슨이 주축을 이룬 드림팀1은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펼치며 우승했다. 94년 세계 농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드림팀2는 샤킬 오닐과 앤퍼니 하드웨이 같은 신예들로 구성되어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 주었지만 다소 거친 경기 운영으로 전세계 농구팬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제 드림팀3은 노장 찰스 바클리와 신예 그랜트 힐 등으로 구성되어 관록과 패기가 조화를 이룬 역대 최강 팀이라는 평가이다.

 
비탈리 세르보(벨로루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체조 선수

국제 대회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체조 선수가 비탈리 세르보이다. 색깔 구분 없이 모두 2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가운데 금메달만 18개로 체조 종목에서는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만 금메달 6개(단체전과 개인종합, 링, 안마, 평행봉, 뜀틀)를 거머쥐었던 그는, 이번 올림픽이 최후의 무대여서 그의 은퇴식에 금메달이 몇 개나 진열될지 주목된다.

그런데 최근 전성기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95년과 96년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을 각각 2개와 1개 따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95년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2위로 밀려났고, 96년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 하나만을 건지는 부진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교통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져 체조를 잠시 포기하기도 했다. 최근 의식을 회복한 아내의 설득으로 다시 매트로 돌아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