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사전에 ‘예외’ 없다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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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성역 없는 감사’ 줄줄이 예고…청와대·군도 목록에 올라
현장 감사는 끝났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감사가 적지 않다. 신용카드 특감과 국회가 청구한 정보화촉진기금 운용 실태 감사 결과는 파문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특히 신용카드 특감은 카드사뿐 아니라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전분야에 걸쳐 감사가 진행되었으며, 1천2백명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였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출장을 다녀온 것도 이례적이었다.

지방 행정 관련 특감도 많아질 듯

금융감독체계 개편에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다. 정부 조직 개편을 담당한 조직(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과 청와대 구상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감사가 3월 말에 끝났는데도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 배경에는 이런 미묘한 역학 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감사원은 금감원을 공무원 조직으로 만들어 금감위와 합치는 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 현장 감사를 벌이고 있는 건도 눈여겨볼 만하다. 5월3일 착수한 기업 금융 신용평가시스템 운영 실태와 5월 중순 착수한 자치단체 제3섹터 출자법인 운영 실태·한전 전력산업구조 개편 및 경영개선 추진 실태·국방물자 조달 시스템 감사가 좋은 예다. 신용평가시스템은 금감원(신용감독국)과 산업은행·우리은행 등이 대상이다.

자치단체가 자본금 일부를 출자한 주식회사형 지방 공기업인 제3섹터 출자법인(반관반민) 감사는 강원랜드 등 37개가 대상이다. 이 법인들은 대부분 경영이 부실해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 재정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전원장은 특히 자치단체장이 제왕처럼 군림하는 등 지방 행정에 비효율이 많다고 보고 있어 지방 행정 관련 특감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 감사는 전원장이 새로 도입한 100대 국정 과제 모니터링 결과 선정된 감사다.

6월 이후 벌일 감사는 성역 없는 감사를 펼치겠다는 감사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우선 6월 중 국세청을 대상으로 부의 변칙 세습과 이전을 집중해 들여다본다. 8~9월에는 한국은행과도 신경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은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외환을 운용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공사 특감도 예정되어 있다. 공적자금 특감 후속탄이다.

여기에다 감사원은 농어촌구조개선사업과 건강보험 재정운용 실태, 동북아물류기지 건설 사업, 공공 의료체계와 지방대 육성 방안 등에 관한 감사를 연내 착수할 작정이다. 농어촌 사업은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분류되는 사안이며, 동북아물류기지 건은 부처간 혼선이 빚어져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군 감사에 대한 의지도 불태우고 있다. 신일순 대장 비리 사건을 계기로 군 감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 인력도 현재 16명에서 대폭 늘릴 작정이다. 군은 연간 19조원이나 예산을 쓰면서도 사실상 감사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육·해·공군본부는 2~3년에 한 번꼴로 감사를 받을 뿐이며 군단급 부대는 사실상 창군 이래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사단급 이하 전투 부대는 아예 감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감사원이 올 9월 정기국회에서 감사원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원은 군과 함께 정당(국조보조금)과 청와대·국정원 등에 대한 감사도 연내 단행할 작정이다. 군 감사 의지가 관철된다면 감사원이 감사를 할 수 없는 곳은 검찰(수사 행위)과 법원(재판 행위)으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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