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신창원 뒤에 다방 종업원 있다
  • 李政勳 기자 ()
  • 승인 1998.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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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새 여자 만나 동거, 은신처 삼아
신창원이 연일 ‘도바리’ 분야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은, 여자가 있기 때문이다. 신창원은 이 여자들과 버젓이 살림을 꾸리고 있기 때문에 신혼 부부처럼 보인다.

신창원의 첫 여자는 이○○이었다. 89년 서울 돈암동에서 정 아무개씨를 살해하고 도피할 때 스물두 살이던 신창원은 이 여자와 동거하고 있었다. 이○○은 신창원이 은진기 경장(가명)에게 검거되어 무기수가 된 후, 두 차례 교도소를 찾아 신창원을 면회했다. 그러나 97년 신창원이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후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신창원은 수기에서 ‘첫사랑 이○○을 잊는 데 6∼7년이 걸렸다’고 적었다. 신창원은 또 ‘나를 (은진기 경장에게) 밀고한 사람은 친구의 선배였다’고 밝혔다. 신창원이 은경장에게 잡힐 때 ‘청량리 588’에서 색시집을 하는 이 선배의 매형이 현장에 있었던 모양이다. 선배 매형이 이○○을 보고, “쟤 귀여운데, 내 가게에 데려다 놓으면 장사 잘 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창원은 이 말을 듣고 그에게 덤벼들었다가 형사들에게 흠씬 얻어맞았다.

두 번째 여인은, 부산교도소를 탈옥하고 난 10여 일 후 천안의 ○○다방에서 만난 다방 종업원 전혜숙(가명·31)이다. 당시 전혜숙은 전에 동거한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신창원은 도둑질한 돈으로 티켓을 끊어 전혜숙과 데이트했으며, 97년 4월 원룸을 얻어 동거에 들어갔다.

동갑내기인 신창원과 전혜숙은 여느 부부처럼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평범하게 살았다. 전혜숙은 신창원과 함께 도둑질에 나서 망을 보고, 신창원이 훔친 패물을 처분하는 역할도 했다. 97년 11월 신창원은 전혜숙을 데리고 경기도 용인시 기흥동 한 아파트로 가 망을 보게 한 후, 즉석에서 무스탕 점퍼와 코트를 훔쳐다 건네기도 했다.
‘다방 종업원 연합회’ 결성하면 검거 떡먹기?

신창원과 전혜숙의 관계는 평택경찰서 원종렬 경장의 급작스런 공격을 받고 깨졌다. 원경장의 추적을 받은 신창원은 평택으로 옮겨가, 평택시 ○○다방 종업원 강순희(가명·21)를 유혹했다. 신창원은 수기에서 강순희가 첫 동거녀 이○○과 흡사하게 생겨서 좋아했다고 적었다. 동시에 신창원은 ‘도피처가 필요했기에 강순희와 동거를 시작한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순희는 나이가 어린 탓인지 쉽게 넘어가 만난 지 1주일 만에 동거했다.

이를 질시한 것이 전혜숙이다. 전혜숙은 평택 시내를 뒤진 끝에 신창원의 차를 발견하고 이 집에 찾아왔다. 이날 전혜숙과 강순희는 술에 취해 언성을 높여 싸웠다. 천안으로 돌아간 전혜숙은 배신감으로 분을 삭이지 못해 김구현 경장에게 신창원의 은신처를 알려 주었다. 그래서 비교적 행복했던 강순희와의 살림은 두 달 만에 끝났다. 그로부터 10여 일 후 신창원은 보복을 하려고 전혜숙을 천안시 광덕면으로 불러냈다가 김병록 경사와 치열한 격투를 벌이고 간신히 도망쳤다.

지난 5월18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신창원이 출현했을 때는 두 여자가 있었다. 신창원은 ○○○다방 종업원 신은경(가명·30)과 동거 생활을 하면서, 이 다방에서 백m도 떨어져 있지 않은 ○○휴게실 종업원 박경희(가명·29)와 티켓을 끊어 데이트를 즐겼다.

양다리를 걸친 이 데이트는 박경희의 엉뚱한 행동으로 인해 종말을 고했다. 어느날 다른 손님과 티켓을 끊어 데이트를 나간 박경희는 점을 보았다. 점쟁이는 “당신은 올해 삼재가 끼어 죽지 않으면 영창살이를 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박경희는 이 말에 놀라 경찰에 신창원이 나타났다고 신고했다.

탈옥한 신창원을 최초로 추적했던 평택경찰서는 신창원을 놓친 후 다방 여종업원 5명으로부터 ‘나도 한때 신창원과 살았다’는 신고를 받았다. 이 여인들은 문신 모양을 언급하며 같이 살았던 남자가 신창원이 틀림없다고 주장했으나, 수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위장병과 간염을 앓는 신창원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주로 다방 종업원을 유혹한다. 경찰 주변에서는 신창원을 검거하려면 다방종업원연합회를 결성해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농담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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