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건 稅收 싸움
  • 朴晟濬 기자 ()
  • 승인 199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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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재정 채우려 지방세 확보 안간힘…정부 교부세·보조금 타내기 로비 경쟁도
지방자치는 ‘돈의 자치’이다. 그만큼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자제의 조기 정착은 기대할 수 없다. 행정 사무 관할을 둘러싼 중앙과 자치단체, 자치단체 간의 갈등 못지 않게 지방 재정을 둘러싼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광역 단체나 기초 단체 할 것 없이 몇 곳을 제외한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시설 유지비와 사업 집행비마저 없어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 단체장 시대를 맞아 각 단체장들은 취약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건비조차 못대는 곳 수두룩

지방 정부가 한 해에 거두어들이는 일반회계 세입은 자체 수입 항목과 의존 수입 항목으로 나뉜다. 자체 수입은 재정자립도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다시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나뉜다. 의존 수입 항목이란 중앙 정부에 수입을 의존하는 항목으로서 지방교부금·지방양여금·국고보조금·조정교부금 따위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어떤 지방자치단체건 재정난이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올해 내무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총수입 중 자체 수입은 평균 64%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모두 중앙 정부에 재정을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 2백45개 자치단체 가운데 지방세 수입만으로 관공서의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단체는 전체의 56%인 1백35개 단체나 된다. 그 중 세외 수입까지 포함한 자체 수입으로도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단체가 전체의 25%인 60개이다.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지방 재정 문제와 관련해 현재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담배소비세와 종합토지세를 맞바꾸려는 것이다. 도시 지역에서 담배소비세는 시세이며 종합토지세는 구세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담배소비세를 구세로 넘기는 대신 종합토지세를 시세에 포함하자고 내무부에 건의한 데 대해 중구청·강남구청과 서울시의 일부 자치구 단체장들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서울시의 입장은 이같은 세목 전환이 들쭉날쭉한 기초 단체의 재정자립도를 평준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 방침에 반대 의사를 보이는 일부 자치구는, 이같은 세목 전환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시와 자치구간 지방세 세입 불균형 현상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박한다. 참고로 95년도 지방세 세입 예산의 시세와 구세 비율을 보면 각각 81.2%와 18.8%이다.

땅값이 비싼 지역의 구청들은 담배소비세가 금연운동의 전개와 더불어 감소 추세에 있는 반면, 종합토지세는 과표 현실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중시한다. 서울시가 재정자립도 평준화를 내세워, 더 많은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먹기 좋은 떡’을 수중에 넣으려는 계산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서 담배소비세가 지방세 총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1년 16.2%(4천1백14억원)에서 95년 10.2%(4천4백60억원·예산액)로 줄었다. 반면 종합토지세는 91년 7.4%(1천8백73억원)에서 95년 10.5%(4천1백64억원·예산액)로 급속히 늘었다. 하지만 서울시 방침에 찬성하는 기초 단체도 여럿 있다. 땅값이 낮아 종합토지세에서 별 재미를 못보는 일부 자치구는, 아직도 지방세 총액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담뱃세를 종합토지세 대신 넘겨받음으로써 재정자립도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 편중 여전 “중앙과 지방 세금 균분해야”

세목을 전환한다고 해서 딱히 득볼 것이 없는 농촌 지역 지방자치단체, 특히 시·군 등 기초 단체는 자체 수입 항목보다는 중앙 정부로부터 따낼 수 있는 특별교부세나 정부보조금에 눈독을 들이며 로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별교부세는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특정 지방 정부에 지원하는 재원으로서 일명 ‘내무부장관의 쌈지 돈’으로 통한다. 보조금은 재원을 사용하는 데 꼬리표가 붙어 중앙 정부가 의도하는 사업에만 쓸 수 있다. 그만큼 중앙 정부의 자의적인 정책 의지에 지방 정부가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자치군의 관할로 되어 있는 지방세목은 담배소비세 외에 자동차세·재산세·종합토지세·농지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단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담배소비세이다. 전북 진안군의 경우, 자체 수입의 52.7%가 담배소비세에서 나온다. 반면 진안군의 농지세 수입은 연간 9백만원에 불과하다. 진안군 임수진 군수는 “이렇게 수입이 형편없는데도 농지세를 걷는 데 드는 비용은 9백만원을 넘는다”고 밝힌다. 세금을 걷기 위해 농지 등급을 산정하고 현지 측량 조사를 실시하는 데 드는 비용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농촌 지역의 기초 단체가 중앙 부처의 지원에 눈을 돌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취득세·등록세·먼허세 등 일부 지방세와 환경개선부담금·교통유발부담금 등은 광역 단체의 몫이지만 징수 업무는 모두 기초 단체의 행정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 돈을 직접 걷은 기초 단체에 떼어주는 비율(교부율)을 조정하는 문제도 논란을 빚고 있다. 돈을 받는 쪽이 주는 쪽에 대해 열악한 재정 형편을 내세워 교부율을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예컨대 중구청은 현행 시세징수금 교부율 3%를 10%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경남 남해군·산청군 등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못미치는 자치단체는, 도세 징수 교부율을 현행 30%에서 50%로 상향 조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교부금을 내려보내야 할 쪽도 나름의 사정을 내세워 교부율을 올려 달라는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중앙과 자치단체간, 또는 자치단체 상호간 물고 물리는 세수 싸움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은, 직접적으로는 지방세가 국세에 비해 소득에 대한 탄력성이 약한 세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재정구조 자체가 중앙집중형으로 운영되어 온 데 있다. 지방세가 전체 조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년대 후반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90년대 들어서는 20% 수준으로 늘었음에도, 여전히 국세 편중 현상은 심각하다(26쪽 표 참조).

여기에 조세 징수와 재정 운영에 관한 여러 권한마저 중앙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현실도 자치단체의 재정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제야말로 “주민이 낸 세금을 중앙과 지방이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있도록 세제와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 황이수 연구원은 “지방자치 세력이 결집하여 중앙 정부에 당당하게 제몫을 요구할 때, 조세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가능해진다. 이는 결국 지방 재정의 자립은 물론 진정한 자치 발전의 튼튼한 기초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과세 자주권은 누구의 도움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쟁취해야 할 몫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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