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군사 편제 비교
  • 李政勳 기자 ()
  • 승인 1996.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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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참모부가 육·해·공 총괄 지휘… 육군 군단은 해·공군 사령부와 동급
‘훈련소’는 기계화·포병군단 위장한 명칭

북한에서 훈련소는 기계화군단·포병군단 들을 위장하는 명칭으로 쓰이고 있으며, 한국의 논산훈련소와 같은 별도 훈련소 조직은 없다. 대신 북한군은 각지에서 초모(소집)한 장정들을 각 대대에서 3개월간 훈련시킨 후 그 대대에 배속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각 대대마다 훈련소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훈련소 업무와 함께 사단·군단 단위 대규모 훈련과 각 부대에 대한 검열 업무는 9처가 담당한다. 마직막으로 판문점 군사정전위의 군사 분야 업무를 맡고 있는 보도처가 있다. 군사정전위 업무 중 군사 부문은 보도처가, 나머지 분야는 정무원 소속 외교부가 담당한다.

군단급 실전 부대 중 ‘지도국’이라는 위장 명칭을 달고 있는 부대는 최고사령관 김정일이 직접 지휘하는 친위대 성격의 부대이다. 교도대 지도국은 과거 특수 8군단이라 불린 조직으로 한국군의 특전사에 견줄 수 있다. 지상 대 지상(지대지) 미사일을 갖추고 있는 포병지도국과 전차지도국은 전연군단이나 기계화 군단이 전선을 돌파하지 못하거나 궤멸될 때, 김정일의 지시로 투입되는 전략 기동 군단이다. 기계화 군단처럼 620·815훈련소라는 위장 명칭을 달고 있는 포병 군단은 유사시 보병 군단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反항공(대공) 미사일과 포로 무장한 평양 고사포병사령부는 호위사령부 산하 평양방어사령부와 함께 평양을 공격하는 적의 공중 공격을 방어한다.

해군사령부 산하 동해함대에는 10개 전대, 서해함대에는 6개 전대가 배치되어 있다. 공군사령부 예하 3개 항공 전단에는 각각 전투기 연대·폭격기 연대·AN2기 연대·헬기 연대·反항공(대공) 로켓 연대 등이 있어, 전단별 독립 작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국방연구원에 견줄 수 있는 인민무력부의 싱크 탱크로는 군사과학연구소와 전략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2차대전 때의 소련군 전사(戰史)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의 전쟁사, 걸프전 때의 다국적군 전법, 그리고 새로운 무기 체계 개발 등을 연구한다. 이 곳에서 편찬된 책은 군사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는데, 군사 대학 강의 중에는 한국이 개발한 K1 전차, 구축함(KDX) 등의 성능이 괜찮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군에서는 군사령관과 각군 총장·합참의장은 대장이고 군단장은 중장, 사단장은 소장 식으로 직위와 계급이 일치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해군사령관 김일철은 총참모장과 계급이 같은 대장이지만 공군사령관 조금철은 상장이다. 총정치국장인 조명록은 과거 대장으로 공군사령관을 맡고 있다가 총정치국장이 되면서 총참모부장보다 높은 차수가 되었다. 원수 계급은 최고 사령관 김정일과 인민무력부장 최 광 두 사람만 달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은 공화국 원수이고, 최 광은 인민군 원수로 구분이 된다.
남북한의 군사 편제는 직접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른 점이 많다. 한국 국방부는 국무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속하지만 북한 인민무력부는 정무원이 아니라 김정일이 위원장으로 있는 별도 조직인 군사위원회에 속해 있다. 북한 최고 권력 자리로는 당 총비서·최고 사령관·국가 주석·국방위원회 위원장이 꼽힌다. 이 중 가장 힘이 센 자리가 당 총비서와 최고 사령관이고, 국가 주석과 국방위원장은 그 다음에 해당한다. 현재 김정일은 당 총비서와 국가 주석을 공석으로 비워두고 최고 사령관과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군은 육·해·공 3군이 병립하는 합동군 체제이나, 북한은 총참모부가 육군과 해·공군을 총괄 지휘하는 단일 통합군 체제이다. 육군의 경우 한국은 육군본부 아래 다시 1·2·3군 사령부가 있고 그 밑에 군단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군사령부 없이 총참모부에서 육군 군단으로 바로 이어져, 조직 편제상 육군 군단은 해·공군 사령부와 동급으로 여겨진다. 한국군은 합동군 체제인 만큼 육·해·공군 총장이 군정권을, 합참의장이 군령권을 행사한다. 반면 북한은 인민무력부가 군정권을, 총참모부가 군령권을 가지고 있다.

장성들도 벌벌 떠는 ‘인민군 보위국’

평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행사한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한국 육군 1·3군과 해·공군 그리고 미군에 대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한다. 58년 중공군이 주둔하고 있을 때까지 북한도 중공과의 연합작전을 전제로 한 군사 전략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중공군이 철수하고 난 62년 12월 이른바 ‘국방자위(國防自衛) 원칙’을 선언하고 나서부터는 독자적으로 작전과 전략을 확립해 오고 있다.

미군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한국군의 전략·전술은 FM이라고 불리는 미국식 ‘군사 교범’을 많이 모방하고 있다. 북한 역시 초기에는 속공기동 전략과 포위섬멸 전략을 주내용으로 하는 소련군의 ‘야전 규정’을 많이 참조하였다. 그러나 국방자위 원칙을 선언하고 나서는 6·25 전쟁 때의 체험 등을 근거로 유격전과 기동전을 배합한 독자적인 형태의 전략·전술을 세워 나오고 있다.

국방위원회는 인민무력부·호위사령부·국가 보위부·사회안전부를 산하에 거느린다. 호위사령부는 한국의 대통령 경호실에 비교할 수 있는 곳으로 휘하에 군단급 군사 조직인 평양방어사령부(한국 수도방위사령부에 해당)를 두고 있다. 국가보위부는 안기부에 견줄 수 있는 조직으로 중국·러시아와 접하고 있는 국경 지역을 지키는 군단급 군사조직 ‘국방경비총국’을 거느리고 있다. 경찰청에 비교되는 사회안전부에는 7총국·8총국이라는 군사 조직이 있다. 7·8총국 소속원은 평상시 지하철·태천발전소 건설 등에 참여하는데 유사시 각각 군단급 군사 조직으로 전환된다.

북한 정규군인 조선인민군을 관할하는 인민무력부에는 총정치국과 총참모부 등 다섯 조직이 있다. 이 중 서열 첫 번째가 군내의 노동당 조직체인 총정치국이다. 북한에서는 정무원보다는 군이, 군보다는 노동당이 우선하기 때문에 총정치국의 서열이 먼저인 것이다. 인민군 간부국은 주요 군 간부들의 인사와 보직을 관리한다. 인민군 보위국은 한국군 기무사에 비교할 수 있는 곳으로 군내 쿠데타 세력 적발을 주임무로 한다. 주요 장령(장성)의 집과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기 때문에 북한 군인들이 가장 무서워한다.

후방총국은 각 군단에 대한 식량과 피복 공급만 책임진다. 북한의 군수 시스템은 한국과 매우 달라서 탄약 보급은 총참모부 산하 병기국이, 차량 및 유류 지원은 운수관리국이 담당하는 등 품목에 따라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다. 후방총국이 2개 품목 보급만 책임지는 것은 식량과 피복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 전투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원칙 때문이다. 후방총국장은 지난 1월 잠비아 주재 북한대사관에 근무하다 귀순한 현성일씨의 삼촌 현철해 상장이 95년까지 맡았으나, 그 뒤로 누가 국장이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한국군 합참본부와 육·해·공군 본부, 육군의 1·2·3군 사령부, 한미연합사를 합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산하에 작전국·전투훈련국 등 수십개 국이 있는데 핵심은 김명국 대장이 이끄는 작전국이다. 작전국은 유사시 인민무력부와 총참모부를 제치고 최고 사령관 김정일과 바로 연결되는데, 산하 10개 처 중 ‘최고사령부처’라고도 불리는 2처가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2처는 평시에도 북한군 작전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수정 보완하며, 김정일이 발표하는 군 관련 지시문의 초안을 작성해서 올리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1처는 작전국 내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 부처이고, 3처는 육군의 전연군단인 1·2·4·5군단에 대한 작전을 담당한다.

4처는 전연군단을 제외한 8개 보병 군단에 대한 작전을, 5처는 특수전을 담당하는 교도대 지도국과 보병 군단에 소속된 저격·경보병 여단 관련 작전을 수립한다. 6처는 공군 작전을, 7처는 해군 작전을 맡는다. 총참모부 산하 각 국은 한국군 본부의 참모조직과 달리 직속 부대를 가지고 있다. 정찰국에는 다섯 정찰 대대가 있고, 공병국에는 중도하(重渡河) 여단, 통신국에는 통신 여단, 화학국에는 5∼6개의 화학 대대가 있다. 이 부대들은 전략 차원의 작전에 투입되고, 각 군단에 속한 정찰 대대·공병 대대·도하 대대 등은 군단 전술 단위 작전에 투입된다. 8처는 총참모부 산하 각 국에 속해 있는 부대에 대한 작전을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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