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서부 전선을 돌파하라”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0.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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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 지역 집중…한나라·민주, 제1당 고지 점령 총력전
전체 지역구 의석 2백27석 가운데 42.7%인 97석이 걸려 있는 수도권은 이번 총선의 최대 전략 지역. 제1당을 놓고 싸우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최종 승부처가 바로 이곳이다.

두 당이 공통으로 내세우는 목표는 지역구 1백5석. 두 당 관계자들은 자민련은 12~16석, 민국당은 2석 남짓 당선자를 낼 것으로 본다. 무소속 등을 합쳐 보아야 20석 남짓만이 양당 구도의 틈새를 빠져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2백5~2백10석을 놓고 두 당이 겨루는 상황에서 1백5석이라는 숫자는 제1당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분기점인 것이다.

5~6곳 ‘초경합 지역’으로 급변

수도권 판세는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특히 후보자의 병역·납세 사항이 공개된 이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후보자들의 전과 공개가 이어지고,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이 본격화하는 주말쯤부터 선거 판세가 급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당은 이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이해 득실을 따지고 있다.

민주당은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 특히 병역·납세 사항이 공개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호남 28석, 충청·강원·제주 12석, 영남 2석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42석은 가능하다고 보고, 수도권 60석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민주당은 이 중 서울 22개, 경기·인천 17개 등 39개 지역을 안정권으로 본다. 따라서 민주당은 서울 14개, 경기 13개, 인천 9개 등 경합 지역에 대한 집중 지원을 준비 중이다. 경합 우세 지역을 확실한 우세 지역으로 만들고, 경합·열세 지역 몇 군데에서 전세를 역전시키면 제1당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서울 30석, 인천 4석, 경기 26석 등 수도권에서 60석을 최저 목표선으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영남권에서 최소 60석을 얻고, 충청·강원·제주 등에서 10석을 더할 경우 최소 70석이 확보된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35석만 얻으면 제1당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최근 후보들의 병역·납세 사항 공개에 이어 전과 공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김대중 정권을 심판하자’는 전략적 이슈가 흐려지고 있는 대신 후보 개인의 자질 문제가 주요 초점이 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후보 등록 기간 전까지만 해도 제1당을 자신하던 한나라당은 후보 검증 문제가 불거진 뒤로 수도권 지지율이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고 자체 판단하고 특단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 12석, 경기·인천 18석 등 30석은 안정권이라고 보지만, 최하 목표치인 35석 이상을 얻기 위해서는 방심할 수 없는 상황. 한나라당은 수도권 선거전이 양당 구도로 굳어지면서 종로(정인봉), 광진 갑(김영춘) 등 4∼6곳이 빠른 속도로 경합 지역으로 수직 상승하는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유일 야당임을 부각하는 것만이 전반적인 지지율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관건이라는 데 한나라당 선거 관계자들은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그동안 서울은 민주당이, 인천·경기는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선전해 왔다는 것이 양당의 분석이다. 그러나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 4월 초 판세 점검 결과 서울에서만 전체 45석의 절반에 가까운 14∼18개 선거구에서 후보들이 경합 양상을 보이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혼전이 계속되는 등 승부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중구(정대철-박성범), 성동(임종석-이세기), 성북 을(신계륜-강성재) 등 5∼6개 선거구는 ‘초경합 지역’으로 분석되어 선거전 후반에 가서야 판세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종로·중구·용산·마포·서대문·은평을 포함하는 서울 중서부 9개 지역은 서울의 대표적인 경합 지역이다.

정치 1번지 종로는 한나라당 정인봉 후보가 맹렬한 추격전을 펼치면서 뒤늦게 열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 순 민국당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유 있게 앞서가던 민주당 이종찬 후보 캠프에 최근 비상이 걸렸다. 정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은 데다, 이후보가 총선시민연대의 집중 낙선운동 대상자로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은 정후보가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의 군검찰관으로 사형을 구형한 사람이라고 폭로하는 등 정치 1번지 이상 기류를 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새벽 5시 아침기도회를 시작으로 하루 종일 종로 전지역을 누비고 다니는 이후보는 ‘DJ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종찬이 필요하다’면서 후보의 ‘무게’를 강조하는 선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정인봉 후보는 유일 야당의 후보인 데다 네 번째 출마에 따른 동정표까지 모은다면 승리할 수 있다면서 최근의 지지세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후보가 총선시민연대 본부가 있는 이 지역에서 낙선운동을 극복하고 국회 재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민주당 정대철 후보와 한나라당 박성범 후보가 4년 만에 재대결하고 있는 중구는 여야가 모두 인정하는 서울 최대의 격전지. 박성범 후보는 신당 3, 4동과 중림동 등 대표적인 달동네 지역을 재개발했고 명동을 관광특구로 지정하는 등 지역 발전을 이루었다는 업적을 내세우며 표심을 공략 중. 이에 맞선 정대철 후보는 15대 때 호남 출신이 등을 돌린 것이 패인이었다면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정론과 견제론을 둘러싼 두 후보 간의 치열한 고공전과 후보 부인들의 ‘억척 내조’ 대리전도 볼 만한 관심 포인트이다.

용산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최측근인 진 영 변호사가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지역이다. 한나라당 진후보는 현역 서정화 의원이 비례대표로 빠져 지역구를 차지했다. 현재는 이 지역 민선 구청장 출신인 민주당 설송웅 후보가 한 발짝 앞선 형국이다. 진후보는 경합 열세를 인정하면서 막판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집중 지원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서울 중서부 지역 선거구 중 마포 갑(김윤태)·을(황수관)과 서대문 갑(우상호) 등 신진 인사들이 출마한 곳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은평 을(이재오) 서대문 갑(이성헌) 마포 갑(박명환) 등에서 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동부 8개 지역에서도 혼전 계속

동대문·광진·중랑·성동 등 동부 8개 지역도 서울의 대표적인 접전 지역.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눌렀지만, 15대 총선 때는 신한국당이 노승우(동대문 갑) 김영구(동대문 을) 이세기(성동 갑) 김학원(성동 을) 김충일(중랑 을) 후보를 당선시키면서 서울 승리의 발판으로 삼았던 곳이다. 그러나 15대 임기중 김충일 의원이 국민회의로, 노승우·김학원 의원이 자민련으로 말을 갈아타는 바람에 판세에 변화가 생겼다.

성동에서 한나라당 이세기 후보와 맞서 싸우는 임종석 후보는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386 세대 후보 중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인물.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후보는 개혁성과 참신성을 무기로 ‘나라 망친 한나라당을 심판하자’고 외치고 있다. 인지도와 지지도가 함께 상승 중이라는 것이 임후보측 진단. 임후보는 당내 운동권 출신 386 세대 후보인 이인영(구로 갑) 우상호(서대문 갑) 허인회(동대문 을) 김윤태(마포 갑) 후보들과 공동 보조를 취하면서 386 후보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도 수도권 압승과 제1당 달성을 위해서는 386 후보들의 당선이 필수라고 보고 ‘특단의 지원 대책’을 강구 중이다.

반면 한나라당 이세기 의원은 ‘어린’ 임후보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조차 거부감을 보이면서 외교·안보 전문가인 자신이 당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낙선 대상에 한번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미스터 클린’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도 이후보의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밖에도 동대문 갑(김희선)·을(허인회), 중랑 갑(이상수)·을(김덕규), 광진 을(추미애)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동대문 을(김영구) 광진 갑(김영춘)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북부·남서부 민주당, 강남권 한나라당 우세

도봉·노원·성북·강북 등을 잇는 서울 북부 지역 8개 선거구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 민주당은 이 곳 석권을 자신하고 한나라당은 틈새 전략으로 교두보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곳에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곳은 성북 을과 노원 갑.

성북 을은 한나라당 강성재 의원과 민주당 신계륜 후보가 14, 15대에 이어 세 번째 대결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전적은 1승 1패.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한치의 양보 없는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재야 출신인 신계륜 후보는 개혁적 이미지에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행정가 경험을 바탕으로 개혁과 경륜을 강조하고, 강의원은 깨끗한 서민 정치인 이미지를 앞세우며 아파트 단지를 누비고 있다.

노원 갑은 현역인 백남치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자민련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정치 초년생을 내세웠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창당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가 탈당하고 한나라당으로 옮긴 최동규 전 동자부장관을 공천했고, 민주당은 파업유도 사건 특검팀에서 활약한 함승희 변호사를 내세웠다. 서로 한치 양보 없이 접전 중이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전도 치열하다.

강서·양천·영등포·관악·동작·구로·금천 등 서울 남서부권 13개 지역도 민주당 바람이 상대적으로 거센 지역. 전반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강서 을(이신범) 양천 갑(원희룡) 동작 갑(서청원)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영등포 갑(김명섭-고진화) 구로 을(이인영-김기배) 금천(장성민-이우재)은 두 당이 서로 우세를 주장하는 치열한 접전 지역이다.

관악 갑은 자민련이 서울 지역구 의원 배출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전략 지역. 민주당 이훈평 의원과 한나라당 김성식 후보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자민련이 이 지역 현역인 이상현 의원을 내세워 서울 입성을 노리고 있다. 15대 때 신한국당 후보로 나와 현 청와대 비서실장인 국민회의 한광옥 후보를 눌러 기염을 토한 이의원은 이번에도 기세를 이어 가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권노갑 고문의 최측근인 이훈평 의원이 일찍부터 이 지역에 자리잡고 표밭 관리를 해와 민주당은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한나라당 386 세대 후보 중에서 오세훈 변호사와 함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원희룡 후보는 양천 갑에서 민주당 박범진 의원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학력고사와 사법시험에서 수석을 한 원후보는 개혁성과 전문성을 무기로 중산층 밀집 지역인 이곳 표심을 누비고 있다. 상대인 민주당 박범진 의원은 힘 있는 여당 의원을 뽑아야 지역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이곳을 당내 386 세대 후보 원내 진출의 상징적인 지역으로 보고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강남·서초·강동·송파 등 강남권 8개 지역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 한나라당이 6개 선거구에서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고, 민주당은 김성순 후보(송파 을)만이 적진에서 외롭게 우세를 지키고 있다. 종로의 이종찬 후보와 함께 서울 지역에서 ‘유이’하게 총선시민연대의 집중 낙선운동 대상자로 찍힌 한나라당 김중위 의원(강동 을)은 민주당 심재권 후보를 맞아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낙선운동 영향을 받아 경합지역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총선시민연대가 서울에서 그만은 꼭 낙선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어 생환 여부가 관심사이다. 민주당은 전성철 변호사가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강남 갑에 출전했으나 아직까지는 교두보를 확보할 전망이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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