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는 검찰청 단골손님
  • 김 당 기자 ()
  • 승인 1996.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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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시비·뇌물 스캔들에 빠지지 않아… “미운 털 박혀 사사건건 걸릴 뿐” 반론도
“빚도 많은 회사가 무슨 정치야.”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곱지 않은 시각 때문일까. 청와대와 여권 고위층에는 여전히 대우그룹과 김우중 회장에 비판적인 견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권 고위층은 김우중 회장과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와의 관계, 지난해 대우그룹의 운동권 출신 인력 채용에 대해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군의 ‘간판’과 개혁 이미지에 먹칠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대우였다. 미운 털이 박히지 않을 수 없다.

빚으로 장사하는 대우중공업

그도 그럴 것이 굵직한 것만도 벌써 일곱번째이다. 그 서곡은 김우중 회장이 율곡사업(방위력 개선사업)과 관련해 93년 7월 검찰에 처음 불려간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였다. 그뒤로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뇌물 수수 사건(율곡사업 관련) △안병화 전 한전 사장 뇌물 수수 사건(월성 3·4호기 공사 수주 관련)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뇌물 및 비자금 변칙 실명 전환) △백원구 전 증권감독원장에 대한 뇌물 공여 사건(계열사 합병 관련) △군수 비리 사건(부당 이득 2백60억원 관련) 등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공교롭게 이번 사건도 국방부장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이다.

이로써 대우그룹의 주력 기업인 대우중공업(대표이사 회장 윤원석)은 대우 관련 특혜 시비나 대형 뇌물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는 일마다 꼬인다고 자탄할 만하다.
대우중공업은 원래 종합기계·상용차·국민차 사업 부문만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94년 대우조선을 합병해 국내 최대의 민간 기업(자본금 1조7천억원·종업원 2만명)으로 떠올랐다. 덩지가 커지자 대우중공업은 윤영석 회장, 석진철 사장(중공업), 윤원석 사장(조선) 체제로 바뀌었다. 올해는 다시 윤영석 총괄회장, 윤원석 회장, 추호석 사장(종합기계), 신영균 사장(조선), 이봉희 사장(특수사업) 체제로 정비되었다. 해군 제독 출신인 이봉희 사장이 맡고 있는 특수사업의 주력은 방산이다.

특수사업은 종합기계·조선·국민차 등 대우중공업의 다른 사업 분야와 달리 부문별 담당 사장을 제치고 윤영석 회장이 직접 챙겨온 ‘독특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대우중공업은 지난해만 해도 매출액을 3조9천6백억원이나 달성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조선 호황 덕분이었다. 그러나 <표>에서 보듯 3대 중공업 업체 중에서 차입금 의존도가 현저히 높다. 빚으로 이문을 남기는 셈이다. 올해는 조선 부문 경기가 침체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중공업은 나라 밖에서는 세계 경영을 표방하며 전세계에 생산 기지를 확충하고 있는 대우그룹 계열사(대우전자·대우자동차 등)의 현지 공장용 설비 공급에 주력하고, 안에서는 대형 국책 사업, 그 중에서도 방산 의존도를 높여 가고 있다. 의욕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항공사업을 제외한 순수 방산 매출액은 1천억원 규모이다. 그러나 특수사업은 그 특성상 성사만 되면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이다. 따라서 경전투 헬기 사업에서 보듯 삼성·한진 등 기존 방산업체와 치열한 수주 로비전을 펼쳐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공군 출신인 이양우씨가 미는 대우가 육군 대장이 미는 ㅅ그룹에 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로비는 ㅅ그룹이 전문인데 깨지는 것은 늘 우리’라는 자조 섞인 반론도 있다. 현 정부에 미운 털이 박혀 있기 때문에 봐 주는 법이 없다는 불만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석사장 구속 선에서 마무리된 것은 ‘빚도 많은 회사가 무신 세계 경영이꼬’라는 역정 덕분인 듯하다. 미운 아이지만 떡을 뺏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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