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노리는 ‘광화문 저격수’
  • 崔 進 기자 ()
  • 승인 1997.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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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쟁터에나 저격수는 있기 마련이다. 숨어서 공격하는 저격수는 실체가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적의 허점을 24시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상대가 아니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여의도에서 노리는 저격수가 강삼재 총장이라면, 광화문에는 조금 다른 형태의 저격수들이 있다.

광화문 미도파 빌딩 211호 한길연구회. 명칭이 아직 생소하지만 70평 남짓한 이 사무실에 가면 정치판에서 꽤 알려진, 그러나 지금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박종태·조연하·박영록·김경인·손주항·임춘원·양성우 전 의원을 비롯해서 <동교동 24시>의 저자 함윤식씨와 정치범동지회 대변인인 손창식씨와 전대열씨 등. 대개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DJ에게 등을 돌린 이들이 바로 광화문 저격수들이다.

이들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참된 지도자를 찾고 그릇된 지도자의 실체를 밝힌다’는 취지를 내걸고 10월7일 개소식을 가졌지만, 모임의 진짜 취지는 다른 데 있다. 주요 발기인 대부분이‘DJ를 떠난 사람들’이라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모임의 성격은 금방 드러난다. 이곳에 상근하는 함윤식 주간과 손창식 간사장은 한길연구회의 방향이 한마디로 반DJ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들은 매주 5만부가 넘는 사보를 발행해 DJ의 가계나 사상 문제를 공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공격이 얼마나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낼지는 알 수 없다. 최근 초청 후보 중 DJ의 사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늘어졌던 <한국논단>측은 편파성 시비에 휘말렸고, 마침내 국민회의측에 반박문을 게재토록 했다. 이 토론회를 중계했던 방송사는 이례적으로 사과 방송까지 내보냈다. 또 김총재의 사상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인사이더 월드>라는 잡지는 최근 법원에서 판매·배포 금지 처분을 받았다.

국민회의는 한길연구회의 배후를 의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회가 신한국당에 정보를 제공하고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실제로 얼마전 이사철 대변인이 터뜨렸다가 미국대사관이 부인하는 바람에 불발로 끝난 DJ의 6·25 당시 미군 함정 탈출설도 한길연구회가 제공한 정보였다는 후문이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강삼재 총장과 연구회 간의 커넥션설을 제기했다. 어쨌든 한길연구회는 여러 가지 방법을 총동원해‘DJ 죽이기’에 앞장설 계획이다.

동교동 측근들 사이에서는 한길연구회에 대해 선거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문제 투성이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치부하는 반응이 주류지만, 어떻게든 끌어안아야 한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회의가 이들을 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감정의 골이 너무 깊게 패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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