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염색체' 에 미친 남아 선호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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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8.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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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아 선호 사상 ‘끔찍’…유교 종주국 중국의 ‘악명’ 뛰어넘어
딸보다 아들을 더 좋아하는 경향은 동서 고금을 통틀어 존재해 왔다. 남아 선호는 범세계적 현상이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Y 염색체’에 미치는가.

우선 생물학적 측면이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진화론자를 비롯한 자연주의자들은, 코카서스인이 몽고족이나 흑인종보다 우월하다는 인종주의 가설과 같은 맥락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생리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가설은 마거릿 미드 같은 인류학자나 교육심리학자 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았다. 교육과 사회화 경험 등으로 내면화한 남녀 차이가 남녀간 우열을 가른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남녀 차이보다 동성간 개인 차가 훨씬 크다는 점을 들어 자연주의자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런 반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의식에는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가 끈질기게 자리잡아 왔다.

실제로 구미에서도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하등 동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서양권의 경우 동양권 나라들처럼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자녀를 많이 낳지는 않았으며, 아들을 낳는 온갖 비방을 찾아 헤매지도 않았다. 성을 감별해 여아를 죽이는 짓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동양 사람 중에서도 특히 한국인들이 남아에 탐닉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 시대 중국에서 유입된 유교의 영향이다. 진교훈 교수(서울대·윤리학)는, 신라나 고려 시대에는 남녀 차별이 거의 없었으나 조선 중기부터 남녀 관계가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으로 돌변했다고 지적한다. 결혼한 여자는 ‘여필 종부’‘부창 부수’‘사종지도’를 따르고 ‘칠거지악’을 멀리해야 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여아 교육의 중요한 교재로 쓰인 반소의 〈여계〉나 유향의 〈열녀전〉에도 여자는 남자를 위해 존재하며 대 이을 아들을 낳는 수단쯤으로 비하되어 있다.

조선 시대 여인들은 가문의 대를 잇고 조상을 위하는 ‘귀하신 몸’인 아들을 낳기 위해 ‘남편이 동남쪽으로 뻗은 복숭아 나무를 베어다 도끼자루를 만들어서 신부 침상 밑에 놓아 두되 도끼날이 위로 향하게 하면 여태가 남태로 변한다(유중림의 〈증보 산림경제〉)느니 하는 온갖 해괴하고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교에서 비롯한 남아 선호 사상은 종주국인 중국에서는 크게 약해졌는데도 한국에서는 어쩐 일인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물론 중국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여아 5천만명을 살해 혹은 유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유교의 영향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인구를 억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한 자녀 갖기’시책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고한 한국인의 아들 선호. 남아만 골라 낳는 추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여아의 씨가 마를지 모른다. 그럼 아들은 누가 낳지? 남자가 낳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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