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 부업’ 시대, 발가벗은 한국
  • 박성준. 최영재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1996.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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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직장 여성 ‘몸바쳐 몰래바이트’ 고속 확산…일부 결혼 상담소·직업소개소·보도 사무실이 ‘뚜쟁이’ 노릇
 
이지(EZ·별명):“아르바이트로 돈 받고(윤락 행위) 할 수 있나요?”

기획사:“예, 할 수 있죠. 몇 살이에요?”

이지:“대학생이에요. 스물네살입니다.”

기획사:“키는요?”

이지:“1백65쯤…그런데 어떻게 만나게 되나요?”

기획사:“연락처 주면 우리가 연락해요. 그러면 남자랑 약속 장소에서 만나면 돼요. 그쪽 연락처를 가르쳐 줘요.”

이지:“좀더 알아보고 정하면 안될까요. 얼마 정도나 받을 수 있어요?”

좀더 알아보겠다는 말에 기획사측의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는 뭘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느냐며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대화 내용은 지난 9월2일 〈시사저널〉이 여성 회원을 모집중이라는 ○○○기획에 신청자를 가장하여 문의 전화를 걸은 뒤 주고받은 것이다. ‘이지’가 깐깐하게 단서를 붙이지만 않았어도 대화는 훨씬 더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했을 것이다.

“여자 3명까지 알선해 주겠다”

〈시사저널〉은 비슷한 무렵 또 다른 이벤트사인 ○○○ 이벤트라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남성 고객’으로 가장했다. 이번에도 역시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먼저 돈으로 여자를 살 수 있느냐고 물으니, 그는 여자를 만나게 해주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3명까지 소개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를 만날 생각이 있다고 하자 ‘먼저 10만원을 통장에 입금하라’며 은행과 계좌(상업은행 청계지점 11507046××× 예금주:박영○)를 불러주었다.

여자를 만나게 해준다는 말은 곧 여자와 성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알선’하겠다는 뜻이다. 이벤트사는 매춘 상대로, 집에서 살림하는 30대 가정 주부가 있다고 했다. 회원이 10명 정도 있는데, 직장에 다니고 참한 20대 미혼 여성과 대학을 나온 여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단, 사람을 소개 받으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어디서 이같은 대화가 이루어졌는가. 대화에 등장한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곳은 정식 간판을 달고 합법으로 영업하는 직업소개소는 물론 아니다. 수수료를 낸 뒤 교환하는 것도‘일자리’나 통상적 의미의‘노동력’이 아니라 여성의‘몸’또는 남성의‘욕구’다. 말하자면 남녀의 성이 돈을 매개로 교환되는 현장인 것이다.

 
결혼상담소로 위장한 매춘 소개소, 속칭‘기획사’ 또는‘이벤트사’가 성업이다. 비슷한 일은 주택가 곳곳을 비집고 숨어든 간판 없는 보도 사무실(유흥업소에 사람을 소개하는 무허가 업소)과, 때때로 정식으로 허가 받은 일부 직업소개소를 통해서도 벌어진다. 기존 매매춘 경로와는 다른 신종 매매춘 유통 방식이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신종 매매춘 형태가 번창한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춘 시장에 가정 주부, 직장 여성, 대학생에 심지어 미성년자까지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몸을 판다는 행위에 대해 특별한 죄의식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살아가다 돈이 궁해지면’ 어느 한곳에 특별히 매이지 않고서도 손쉽게 돈벌이가 되는 매춘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이다. 직업적으로 몸을 파는 여성이 아님에도 필요할 때마다 매춘을 일삼는 시대, 말하자면 매매춘 부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은 한 이벤트사를 통해 ‘매춘 여성’ 2명을 소개 받았다. 그중 1명은 안양시에서 산다며 자신의 이름을 오미연이라고 밝힌 가정 주부였다. 8월31일 오전 11시 과천 서울호프호텔 커피숍에서 오씨를 만났을 때, 그는 결혼 생활 9년째이며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들과 여섯살 난 아들 등 자녀가 둘이나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왜 매춘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큰아들에게 첼로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 달 레슨비가 50만원이나 들어 현재의 가계 수입으로는 버거운 데다가, 남편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버럭 화를 내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달 전쯤 이 이벤트사와 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와 함께 연락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벤트사는 가입비는 없어도 되지만, 면접을 받으러 나오라고 오씨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오씨가 그만 두겠다고 하자 이벤트사는 ‘그렇다면 그냥 회원으로 등록해 주겠다’며 가입을 허락했다. 오씨는 주로 오전 시간에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으며, 과천 근처 호텔과 여관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퇴근할 무렵에는 어김없이 ‘평범한’ 가정 주부로 돌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근무 시간 틈틈이 매춘 부업

취재진은 오씨가 진짜 가정 주부인지 확인하기 위해 두번째 만남에서 그를 미행키로 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9월4일 만남에서 취재 기자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관계’를 갖지 않자 오씨는 의심이 들었던지 호텔방을 나온 뒤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내리며 상가와 지하철역 등지를 배회했던 것이다. 3시간 남짓 그를 미행했음에도 도무지 집에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취재진은 일단 미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천관광호텔에서 있었던 약 1시간30분 간의 대화에서 〈시사저널〉은 주부 매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대화는 호텔 커피숍에서 20분 정도 있다가 나와 숙박비 4만3천원을 주고 방을 빌린 뒤 이루어졌다. 오씨는 이벤트사와 연결되기 훨씬 전부터 외간 남자 여럿과 관계를 맺어왔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알게 된 의사와도 2∼3년간 만났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젊음, 바꿔 말해 성적 매력을 유지하고 싶어 이른바‘예쁜이 수술’을 두번이나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쁜이 수술이란 아이를 낳은 여성들의 질구를 좁히는 수술을 말한다. 결국 오씨는 왕성한 성적 욕구와 금전에 대한 필요성에 이끌려 주저하지 않고 매춘 부업에 나선 것이다.

9월3일 오후 1시께 서울 대림역 근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홍성희씨(25)는 오씨와 달리 직장 여성이었다. 홍씨는 자기가 수원시 ㅈ전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을 나온 뒤 구로동에 있는 친척 회사에 취직해 컴퓨터 CAD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콜 걸’이 아닌 버젓한‘오피스 걸’이었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홍씨는 단지‘돈이 필요해서’라고만 답했다. 홍씨는 직장 생활에 여유가 있어 상사에게 말만 잘하면 근무 시간에도 2시간 정도는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짬을 내 틈틈이‘부업’을 해왔다고 한다.

홍씨와의 만남은 한번으로 끝났다. 취재 기자가 오늘은 첫 만남이니 함께 식사하면서 얘기나 나누자고 말하자, 그는 뜻밖의 제안에 당황한 듯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이벤트사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홍씨는 이 날 수원으로 출장갈 예정이었다. 이벤트사에 전화를 걸어‘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출장까지 포기하고 나왔는데 이게 뭐냐. 기분이 몹시 상한다’고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성관계가 이뤄지지 않으면‘화대’를 받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결국 홍씨는 이 날 허탕을 친 데 몹시 기분이 상해 그냥 돌아간 것이다.

“주부 윤락 수사하면 가정 파탄 엄청날 것”

과거의 매매춘은 매춘 여성이 업주가 마련해준 숙소에서 생활하며 ‘사창가’ 또는 룸살롱·나이트클럽 따위 유흥업소에 나가‘전문적으로’ 손님을 받는 집창(集娼)형태로 이루어졌다. 성을 사고 파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어 왔기 때문에 매매춘은 애초부터 음성적이었지만, 갈수록 공공연한 양상을 띠었다. 일부 여관과 싸구려 호텔 같은 숙박업소가 매매춘 산업에 뛰어들었으며, 최근 명칭 변경을 두고 논란을 빚었던 증기탕(종전 터키탕)·사우나탕·안마시술소 따위 목욕업소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발소를 비롯한 이·미용 업소와 일부 음식점이 일반 국민의 인식에 매매춘이라는 사회악의 온상으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52~53쪽 기사 참조).

 
문제는 한국의 매매춘 산업이 아무리 오래 전부터 갈 데까지 간 상태였어도 선량한(?) 가정 주부와 직장 여성이 무차별적·자발적으로‘타락의 길’을 걷겠다고 나설 만큼 심각한 지경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무르익고 있었다. 일부 직업소개소가 본연의 직업 소개 기능을 걷어치우고 매매춘과 인신 매매에 발벗고 나섰다. 95년 노동부 백서에 따르면, 노동부는 94년 한 해에만 무허가 직업 소개 행위로 1백18건을 적발해 단속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언론 보도로 보아 대부분의 적발 내용이 매매춘 알선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반면 가정 주부와 직장 여성의 매매춘이 사회 문제의 전면으로 등장한 때는 극히 최근이다. 지난 7월에는 돈을 받고 윤락 행위를 일삼아 온 가정 주부 30여 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힌 이른바 ‘주부 윤락단 사건’이 터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당시 경찰 단속에 걸린 가정 주부 가운데에는 대기업체 간부 부인, 중앙 부처 공무원 부인 등 사회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계층 사람들이 끼어 있어 충격을 더했다.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 동대문경찰서 강력반 소속 한 형사는 “수사는 이벤트사에 회원으로 가입해 몸을 파는 가정 주부들이 있다는 제보에서 비롯됐다. 손님으로 가장해 이벤트사를 수사하기 시작했는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엄청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수사만으로도 이벤트사를 통한 매매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수사는 곧 중단되었다. 담당 형사는 그 이유를 “단속은 곧 수많은 가정의 파탄을 뜻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신종 매춘 방식의 상당 부분이 드러났다. 주부 윤락을 알선하는 결혼상담소는 회원제로 여성들을 모아 학력에 따라 등급을 매긴 뒤 남자 손님들에게 소개했다. 회원 모집과 고객 유인은 각종 생활정보지 광고 면을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 연락은 결혼상담소를 중심으로 전화·무선호출기·휴대폰 등으로 이루어졌다. 일단 약속이 잡히면‘화대’는 순전히 고객과 매춘 여성 사이의 ‘흥정’에 의해 결정되는데,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별도의 공정 가격도 있었다. 예컨대 가정 주부는 10만∼15만원선, 젊은 직장 여성은 20만원 선에서 거래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 수사 결과는 〈시사저널〉의 취재 결과와 일치했다. 〈시사저널〉은 최소한 다섯 곳 이상 이벤트사를 추적한 끝에 결혼상담소를 통해 수많은‘부업성’ 매매춘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7월에 터진 주부 윤락단 사건은‘빙산의 일각’임을 확인했다. 그 중에는 화대로 50만원을 부르는 곳까지 있었다. 경찰은 현재 서울 시내에만 결혼상담소가 약 1백70개 성업 중이며 그중 상당수가 매춘을 알선하는 곳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윤락방지법’이 신종 매음 부추겨

그렇다면 이같은 새로운 유통 경로를 통한 매매춘 부업 시대는 과연 어떻게 해서 개막되었을까. 매춘 관련 전문가들은 95년에 개정되어 지난 1월부터 발효한 ‘윤락행위방지법’의 여파가 1차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정 전보다 법령을 위반했을 때의 처벌 법규가 강화된 개정 윤락행위방지법은 윤락 행위를 한 사람(주로 여성)은 물론, 그 행위의 상대(주로 남성)까지 처벌하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관련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윤락 행위에 대해 종전과 달리 이른바 ‘쌍벌죄’를 적용한 것이다(표 참조).

이 법이 시행된 이후 미아리 텍사스·청량리 588 등 국내의 대표적 사창가는 물론, 유흥업소와 숙박업소 등 비교적 성이 공공연하게 유통되던 곳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자칫 경찰에 적발되면 망신살이 뻗칠 것을 우려한 남성 손님들이 성 거래 현장에 발길을 끊기 시작한 것이다. 개정 법 시행 이후, 언론이 관심을 갖고 적발 사례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빠르게 확산했다. 성 상품으로 호황을 누렸던 매춘 관련 산업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 유통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춘을 근절하려고 강화한 법이 오히려 매춘의 음성화와 지하 잠복을 더 부추기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단지 개정 윤락행위방지법만으로는 최근 현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일부 현장 전문가들은 매춘 산업의 구조적 특수성이 최근 변화에 깊이 간여되었다고 파악한다. 그동안 매춘은 매춘 관련 업소가 특정한 여성을 고용하여‘관리’하면서 윤락 행위를 수요자에게‘공급’하는 형태였다. 대개의 매춘 여성을 업주가 직접 고용하려면 매춘 여성이 지고 있는 빚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또 매춘 여성이 자신을 고용한 업소에서 도망치는 사례도 있어 끊임없이 이들의 동태를 감시해야 한다. 꼭 필요한 소수 인력만 관리하고, 나머지를 일종의 자유 계약 형태로 공급받는다면 이들 업소가‘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것은 거의 틀림없다. 매춘 업체 스스로가 당국의 단속을 피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공급 구조 혁신’에 나서는 것이다.
룸살롱·단란주점에서 ‘자유 근무’도

실제로 상당수의 매춘 관련 업소가 이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단란주점·룸살롱은 보도 사무실을 통해 ‘자유 계약 여성’들을 공급 받고 있다. 결혼상담소가 주로 여성 회원과 남성 고객을 1 대 1로 직접 연결해주는 데 비해, 보도 사무실은 매춘 관련 유흥·접객 업소에 이른바 ‘회원’을 소개하는 간접 방식을 택한다. 9월7일 밤 늦게 신촌의 한 단란주점에서 만난 김혜란씨(25·가명)는 “꽤 많은 단란주점과 룸살롱이 보도 사무실을 통해 사람을 구한다. 자가용 등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호출이 오면 나가는데 하루 평균 두번꼴이다. 이곳에 나오는 사람은 나처럼 특별한 직업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고급 룸살롱이 밀집한 강남에는 여대생도 상당수 출입하는 것으로 들었다. 손님이 고급인 만큼 접대하는 사람도 고급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큰 보도 사무실의 경우 회원 수가 40명을 넘는 곳도 있다”라고 말한다.

이같은 방식은 매춘의 1차 공급자인 매춘 여성의 처지에서도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들은 특정 업소에 구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에 업소에‘출근’해야 할 의무가 없다. 또 업소의 매상을 신경써야 할 필요도 없다. 신촌에서 만난 김씨의 경우도 지난달 몸이 아파 업소에 나가지 않는 바람에 수입이 45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매춘 문제 현장 활동가인 변리나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에게 신종 매춘 방식의 또 하나 미덕은 그만 두고 싶을 때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는 기회, 이른바 ‘탈매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변씨는 바로 이같은 상대적 자유로움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진다고 주장한다. 신종 매춘 방식은, 기존 업소에서 일하던 매춘 여성들이 당국의 단속망을 피해 숨어들 은신처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아직 때묻지 않은 ‘평범한’ 여성들까지 매춘 시장에 끌어들여 새로운 공급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주부 윤락단 사건이 터진 후 세간에서는‘멀쩡한 주부, 직장 여성들이 어떻게 가정을 버리고 그같은 일을 할 수 있는가’ 하고 땅에 떨어진 여성들의 윤리관을 개탄하는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많은 여성 문제 전문가들은 그같은 개탄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매춘이 본업이 되었든 부업이 되었든 일정한 수요를 상대로 한 것일진대, 어떻게 매춘에 나선 여성의 부도덕성만 탓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변리나씨는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사회 문제화하고 있는 주부 윤락단 사건의 본질은 여성을 희생시켜 남성의 부도덕성을 은폐하려는 또 하나의 음험한 시도에 불과하다”라고 목소를 높였다(오른쪽 인터뷰 기사 참조).

매춘 문제에서 또 하나 간과되어온 것은 매춘을 조장하는 향락 산업의 번창이다. 지난 8월27일 서울 종로성당에서는 여성민우회 주최로 매춘 실태와 대책에 관한 긴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영자 교수(가톨릭대·사회학)는 이 자리에서 “한국 특유의 접대 문화로 인해 기형적으로 팽창해온 향락 산업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매춘 문제가 지금까지의 상황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매춘에 관한 이름난 연구가인 이반 블로흐는 금세기 초 매춘에 대해 고전적 정의를 내렸다. 그에 따르면, 매춘은 대개 대가가 따르고, 성교 또는 다른 형태의 성적 행동과 유혹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적인 거래의 한 형태다. 그는 덧붙여 매춘의 범주에 뚜쟁이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그들이 이모저모로 성 거래와 그 알선에 관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것뿐일까. 어쩌면 한국의 매춘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한통속이 되어 매춘을‘유인’하고 ‘알선’하고 장소를‘제공’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회 전체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이같은‘범죄 행위’가 최근 발효된 윤락행위방지법만으로 다스려지지 않을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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