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정부 차원 ‘출동 대기조’ 있다
  • 워싱턴/변창섭 (cspyon@sisapress.com)
  • 승인 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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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질정책그룹·대외긴급지원팀 등 설치…인질 가족에도 행정 지원
9·11 테러 이후 전세계를 여행하는 미국인의 신변 안전에 비상이 걸리면서 미국 정부는 그간 범정부 차원에서 꼼꼼히 대비해왔다. 특히 지난 6월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활동하던 미군 군납업체 직원 폴 존슨과, 그에 앞서 지난 5월 이라크에서 머무르던 미국 민간인 니컬러스 버그가 이슬람 과격 테러 조직에 참수된 사건이 벌어진 뒤 미국 정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해외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 왔다.

여행자 안전 위해 ‘경보’ ‘공지사항’ 등 발령

현재 미국 국무부가 파악한 전세계 거주 미국인은 약 3백27만명. 따라서 이들의 안전을 일일이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중동 지역에는 미국의 석유 업체와 군납 업체 소속 민간인이 많이 진출해 있어 이슬람 반미 테러 단체의 공격에 늘상 노출되어 있다.

해외 거주 미국인의 안전을 책임진 주무 관청인 국무부 영사국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를 여행하려는 미국인을 위해 여행 대상국의 치안과 특이 사항을 꼼꼼히 알려준다. 우선 여행 대상국의 치안이 불안해 신변 안전이 걱정될 경우 몇달 전부터 여행 경고문(Travel Warnings)을 띄운다. 현재 여행 경고가 발령된 나라는 25개국에 달한다. 통상 3~4 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씩 유효한 여행 경보와 달리 여행자에 대한 긴박한 신변 위협이 예상될 때 즉시 발령하는 ‘공지 사항(Public Announcements)’이라는 것도 있는데, 현재 중동 대부분을 포함해 16국에 공지 사항이 발령되어 있다.

해외에서 미국인이 인질로 잡히는 사건이 발생하면 미국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까. 외교관 등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 인질로 붙잡혔을 경우에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원칙적으로 개입을 자제했다. 그러나 2000년 필리핀에서 무장 회교 단체에 미국인 선교사 부부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결정적으로는 2002년 1월 하순 파키스탄에서 취재 활동을 하던 월스트리트 저널의 대니얼 펄 기자가 테러 조직에 무참히 살해된 직후 정책을 크게 수정했다.

2002년 2월 부시 행정부가 발표한 새 인질 정책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앞으로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인 인질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석방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되 인질범과 어떤 협상이나 양보도 배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질 구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그 중에는 특공대식 구출 작전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종전에는 인질이 소속된 민간 회사가 몸값 협상에 나서지 말도록 했지만, 새 정책은 이를 슬그머니 묵인해 왔다는 점이다. 나아가 미국 대사관이 민간인 인질 가족이나 인질이 소속된 회사에 대해 필요한 행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가장 주목할 사항은, 정부 차원에서 미국인 인질 사건에 총체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가안보회의 주도로 국무부·국방부·연방수사국·중앙정보국 등 행정부 내 관련 부처가 파견한 전문 관리들로 구성한 범정부적인 ‘인질정책그룹’(HPS)을 창설했다는 점이다.

이와 별도로 국무부는 장관 직속의 대테러실에 미국인에 대한 테러와 인질 사태를 예방하고 유사시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작전국을 운영하고 있다. 작전국 산하에는 1985년 설립된 대외긴급지원팀(FEST)이 특히 유명한데, 국무부·연방수사국·국방부·에너지부·중앙정보국 등 정보기관에서 파견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전세계 어느 곳이건 미국인 테러나 인질 사건이 터지면 4시간 내에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출동 태세를 24시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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