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안 맞는 참여정부 경제정책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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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혁 그룹과 일선 관료 시각차 뚜렷…진단·처방도 ‘극과 극’
‘신정부’라고 불리는 청와대 개혁 그룹과 ‘구정부’ 관료는 경기 진단과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일각에서는 일본식 장기 불황을 우려하지만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내수는 시간이 걸릴 뿐이지 살아날 것이고, 투자도 하반기에 나아져 플러스 성장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헌재 경제 부총리는 그동안 금기시하던 ‘경제위기론’까지 언급할 정도로 경제 상황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

경기부양책·분양원가 공개 등 놓고 ‘티격태격’

진단이 다르기 때문에 처방도 다르다. 이위원장은 단기 부양책을 쓰면 일시적으로 환자가 일어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반면 이부총리는 경기부양책에 가까운 재정금융 확대 정책을 써가며 경기 진작에 부심하고 있다. 개별 정책에서도 시각차는 여전하다. 이정우 위원장측과 이부총리측이 뚜렷한 이견을 보이는 사례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제도다. 옥신각신 끝에 정부·여당은 ‘공공택지’에 짓는 전용면적 25.7평(32∼33평형) 이하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부분적으로 공개하고 원가연동제를 적용하는 안을 최근 확정했다.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는 “전반적으로 집값을 떨어뜨리고 32∼33평형 이하 아파트에 입주하는 서민은 국가가 보호해 싸게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해준다는 취지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을 늘려 가격 하락을 유도해야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아파트 공급을 줄여 주택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공직자 재산신탁 제도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크다. 청와대 개혁 그룹은 공직자 재산신탁 제도가 공직 비리를 척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반면 이부총리는 이 제도가 분양원가 공개 제도 못지 않게 시장 원리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수탁 운영자는 공직자가 신탁한 주식을 모두 팔고 그 자금으로 다른 유가증권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지만 어디에 투자했는지는 해당 공직자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고위 공직자가 자기가 투자한 곳에 유리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그런데 정몽준 의원처럼 기업 소유주는 경영권을 잃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위원장은 노조가 회사 경영에 참여할 길을 터주기 위해 우리사주 제도에 관한 세미나까지 열고 있다. 하지만 이부총리는 노조가 무리한 투쟁을 거듭해 기업 경쟁력을 해치고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 시각차가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대우종합기계 매각 작업이다.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는 대우종합기계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대우종기 노조의 요구를 검토해 달라고 재경부에 압력을 가했으나 재경부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경영 능력과 자금이 풍부한 업체에 매각해 공적자금을 많이 회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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