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독도를 아름답다 했는가
  • 정희상 기자 (hschung@e-sisa.co.kr)
  • 승인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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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현장 사진 단독 입수/경비 경찰이 훼손 앞장

사진설명 유류 관리를 소홀히 해 기름은 바다에까지 흘러들어 동해를 오염시키고 있다.

독도가 신음하고 있다. 썩어가는 분뇨, 기름투성이인 경비 막사와 주변 토양, 여기저기 버려진 담요·의류·폐건자재…. 흘러내린 기름이 벼랑을 시커멓게 물들이며 바다로 유입되기도 한다. 천연기념물인 독도 동도의 분화구는 쓰레기소각장으로 둔갑했다. 모두가 독도에 상주하는 경비 경찰 병력 44명이 환경 보호를 소홀히 한 탓이다. <시사저널>은 올해 초 한 사진 작가가 몰래 촬영한 독도 환경 파괴 현장 사진 50여 점을 단독 입수했다. 그 중 환경 훼손 정도가 심하게 드러난 주요 사진을 모아 최초로 일반에 공개한다.

카메라에 잡힌 적나라한 모습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정부가 그동안 환경을 보호한다면서 독도에 민간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왔기 때문이다.

독도는 엄연히 우리 영토지만 경비대를 제외하고 일반 국민이 독도에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독도에 주민등록이나 호적을 옮긴 100여가구 5백여 주민도 정작 독도에는 못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1982년 독도를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했다. 독도 전역이 바다제비·슴새·괭이갈매기 등의 번식지라는 이유였다. 그 후 독도 관련 단체들이 자유로운 독도 출입을 줄기차게 요구하자 정부는 지난해 6월 문화재청 고시로 '독도 관리 지침'을 새로 만들어 계속 입도를 통제하고 있다. 역시 환경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상주 경비 경찰이 독도 환경을 더럽히고 있는 것은 그대로 방치해온 셈이다. 독도에는 경북경찰청 울릉경비대 소속 경찰 44명이 1개월 교대로 상주한다. 따라서 접안부두와 경비대 막사, 정수·통신 장비, 헬기장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서 있다. 발전기 및 난방 연료로 독도에 반입되는 유류만도 연간 8만 리터에 이른다.

독도 경비 경찰은 열악한 환경에서 경비 임무를 서고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민족에게 성지나 다름없는 독도의 환경을 마구 훼손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환경 보전 대책도 없이 시설물을 무분별하게 설치하도록 허가하고 관리 감독도 소홀히 해온 정부의 '윗사람'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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