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강탈 노리는 일본 "무력 침공도 불사"
  • 정희상 기자 (hschungl@e-sisa.co.kr)
  • 승인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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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회·국민 손잡고 '총력전' '강점 후 국제재판 이관' 속셈도


일본이 독도에 대해 야욕을 드러내는 발언을일삼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독도를 빼앗기 위해 전쟁마저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1998년에는 실제 일본 육해공 자위대 병력이 이오지마 섬에서 사실상 독도 탈환을 겨냥한 대규모 상륙 훈련을 하기도 했다. 뉴밀레니엄 첫해에는 일본 외무성이 '2000년 외교 청서'를 통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공식 선포했다. 그로부터 넉달 뒤인 2000년 9월에는 현직 일본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모리 요시로 총리가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일본 영토임이 명백하다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대내적으로 일본은 정부가 주도해 독도 탈환을 위한 국민의 정신 무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초중등학교 교과서는 물론 사회과 부도에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를 일본령으로 기술해 독도를 되찾자는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도에서 가까운 시마네 현에서는 특히 독도 탈환 열기가 뜨겁다. 1970년대 말부터 시마네 현 청사를 비롯한 가두 곳곳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이다'라는 간판을 10여 개나 설치해 두고 있다. 시마네 현 사무소는 일본인 여섯 가구 7명이 독도에 호적을 이전해둔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시마네 현으로부터 매년 독도 광구세까지 징수하고 있다. 어민을 중심으로 한 시마네 현 주민은 2000년 들어서면서 독도에 직접 상륙하겠다며 일본 정부에 신변 보호를 요구하는 시위를 자주 벌였다. 겉으로는 1999년 새로운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된 후 독도 주변 수역이 한·일 공동 관리수역(우리측의 중간 수역 명칭을 굳이 이렇게 부름)으로 바뀌었으므로 기관 고장, 풍랑 등 비상시에 독도에 들어가게 해 달라는 시위이다. 이는 사실상 탈환 전 단계에 독도를 공동 점유하겠다는 기도이다. 이들은 일본 어부들이 조업하다 독도에 상륙해 쉬기도 하고, 부상자는 응급 치료 후 본토로 수송할 수 있도록 헬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독도를 편입한 시마네 현뿐만 아니라 히로시마 현과 가가와 현 등 다른 지역 의회에서도 '다케시마 영토권 확립을 위한 진정서'를 중앙 정부에 제출하는 등 국론 결집에 나서고 있다.

도쿄에서는 독도 반환을 요구하는 극우단체의 시위가 끊임없이 열린다. 주로 '국수 국방연합' '일본민족 청년동맹' '국수 보정회' '대일본 국수정의회' 등 일본 우익단체들이 시위를 주도한다. 1992년 '대일본 국수정의회' 소속 단원들이 주일 한국대사관에 난입해 독도를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린 이후 기승을 떨기 시작한 일본 우익단체의 시위는 지난 9월21일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 기간에 절정을 이루었다. 이들은 스피커를 단 차량 100여대에 분승해 김대통령이 머무르던 도쿄 뉴오타니 호텔 앞에서 '독도에서 나가라' '일본 영토 다케시마 탈환' 따위 구호를 외치며 김대통령 숙소에 침입을 기도하기까지 했다. 하나같이 일본이 21세기 들어 국민·정부·정치권이 하나가 되어 독도를 되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들이다.


의회 속기록에 담긴 영유권 주장 발언만 150건

일본이 치밀하고 집요하게 독도를 강탈하려고 한다는 점은 일본 민의의 대변 기관인 의회의 기록에서도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1993년부터 2000년 상반기까지 일본 의회인 참의원과 중의원, 그리고 시마네 현 의회에서 의원들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대책을 준비한 흔적을 보여주는 속기록은 무려 1백50여 건에 이른다. 이들은 일본 사회 내에 독도 강탈 의지를 더 넓고 깊게 뿌리 내리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군사적으로 한국을 몰아내자고 공공연히 떠들기까지 한다.

"다케시마 문제는 외딴섬 영유권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본국이 치욕을 당하고 국익이 손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어떤 실효적 대항 조처를 취하지 않아 국민 정신 붕괴와 연결되고 국가 존립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1996년 2월23일 제 136회 일본 중의원 운수위원회 소속 요네다 겐조 의원)

"일본 영토인 다케시마에 갈 자유가 있는 일본 국민이 한국 군대에 의해 배척당한다면 그 군대를 격파해 침략 상태를 종식하는 것이 자위대의 임무이다. 만약 국민 천명이 다케시마에 가고자 하다가 총격을 받아도 자위대는 구출하러 가지 않을 것인가."(1998년 중의원 제 143회 안전보장위원회에서 자유당 니시무라 신고 의원).

군사적 대응을 촉구하는 강경 발언 외에도 경제적으로 부강한 일본이 차관을 제공해 독도를 돌려받자는 의견도 눈에 띈다. 1998년 12월11일에 열린 중의원 제144회 농림수산위원회에서 이시바시 의원은 정부에 이렇게 주문했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에 막대한 원조라든지 금전적인 융자를 해줬고, 요구받은 일도 여러 차례 있다. 말하는 방식은 좀 나쁘지만 이럴 때 한국에 '다케시마를 돌려달라' '이제는 그만하고 돌려줬으면 좋겠다' 하는 식으로 요구해야 한다."

결국 최근 들어 일본은 정부·의회·국민이 모두 하나가 되어 독도를 빼앗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독도를 강탈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력 우위에 바탕을 둔 협상과 군사작전까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한국, 국제사법재판소 가면 절대 불리

그뿐이 아니다. 이들은 국제적으로 독도 문제를 쟁점화해 되찾겠다는 복안도 일찍이 준비해 두었다. 막강한 경제력을 이용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입을 꿈꾸는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보다 높은 국가 위상을 활용해 각국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선전해 왔다. 그 결과 우리가 분개만 하고 있는 사이에 국제 사회에서도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미국 중앙정보국과 태평양사령부의 공식 지도에서 독도는 더 이상 한국땅이 아니다. 영국 <더 타임스>를 비롯한 유럽 유수 언론의 간행물과 대백과사전에서도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표기하는 곳이 늘어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 않아 한국이 마치 남의 영토를 '불법 점령'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 앞에 발가벗긴 채 서게 되지 않을지 걱정될 지경이다.

이처럼 일본은 그동안 국제 사회에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알리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1954년 이후 걸핏하면 독도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하자고 제의했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기구의 역대 재판관 가운데는 일본인이 수두룩한데 현재는 오다 시게루가 사법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은 또 재판관 15명의 봉급과 재판소 운영 경비의 대부분을 부담해 오고 있다. 결국 일본이 독도 문제를 이 기구로 가져가 '합법적'으로 되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김병렬 교수(국방대학원·국제법)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두 가지 방식을 검토 중이다. 하나는 시일이 조금 더 흐르면 재판소의 강제 관할권이 부활될 것이므로 기다리자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인을 독도에 상륙시켜 충돌을 유발한 뒤 유엔을 개입시켜 당장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자는 주장이다." 두 방안 모두 일본에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의 속셈을 간파한 역대 한국 정부가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에 일본에서는 군사적 해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부쩍 힘을 얻어가고 있다. 물론 군사 행동으로 독도를 강점한 뒤 국제사법재판소로 넘기자는 주장이다. 무력 침공 목소리는 1996년 유엔 해양법협약이 발효된 뒤 더욱 높아졌다.


일본 어선 독도 침범 횟수 부쩍 늘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일본 어선과 순시선의 독도 침범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 3년간 독도를 지키는 한국 해경 경비정 1003함의 운항일지를 분석한 결과 독도 영해에 일본 선박이 출현한 횟수는 각각 84회(1백36척, 1998년) 47회(1백38척, 1999년) 27회(1백2척, 2000년 6월 말 현재)로 나타났다. 독도 영해를 방어하는 해군1함대 사령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평화선을 선포한 이후 1997년까지 45년 동안 일본의 순시선·관공선과 항공기 등이 심각한 의미에서 독도를 침범한 횟수는 54회, 1백27척에 불과했다고 한다.

1999년 1월 새로운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한 후에는 직접 침범과 병행해 간접적인 침범도 늘었다. 일본 통신업체인 KDD는 1998년 12월부터 1999년 11월까지 독도의 우리쪽 중간 수역에 해저 케이블을 매설했다. 또 일본 어선은 독도 근해에 수산자원 조성 명목으로 폐선박을 침몰시켜 인공 어초를 만들고 한국 어선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일본은 이를 통해 독도를 사실상 한·일 공동 관리 상태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면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간에 무력 충돌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얼마든지 국제법 테두리에서 무력 행사를 감행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한국군사연구원 배진수 박사는 "일본은 독도를 무력 침공해도 국제 사회에 불법이 아니라고 설득할 자신이 있는 듯하다. 국제법상 개별 국가의 무력 행사가 인정되는 경우는 유엔 헌장 제51조에 정한 무력 침공을 당해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뿐이지만, 일본은 이미 독도를 무력 점령당했다고 국제 사회에 알려왔기 때문에 침공한 후 유엔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려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국제 사회에서 독도가 군사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한다. 군사연구원이 동아시아 14개 잠재 분쟁 지역을 비교한 결과 대만해협, 신장위구르, 티베트, 센카쿠 제도에 이어 독도가 다섯 번째로 군사 충돌 가능성이높은 영토 분쟁 지역으로 꼽혔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독도가 분쟁 대상이냐 아니냐는 논란은 이미 국제 사회가 분쟁 지역으로 인식하므로 무의미하다. 냉엄한 국제 정치 현실에서 독도 정도의 문제로 국가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한 많은 사례들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휘말리게 될지도 모를 독도 군사 분쟁에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인 일본 해군력은 우리와 견줄 수 없다. 김영삼 정부 때 일본 대장성의 한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김영삼 한국 대통령이 다케시마 문제를 두고 한국 해군 어쩌고 했다는데, 바보 아닌가.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한 척만 떠도 한국 해군 70∼80%는 바다에서 몽땅 사라진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일본 서점가에 <대장성 극비 정보>라는 이름으로 나도는 책 속의 한 구절이다.

일본의 파상 공세가 궁극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결국 독도를 일본 영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위대를 동원해 무력 점령하겠다거나,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혼네(本音·속마음)'는 어쩌면 다음과 같은 일본 군사전문가의 발언에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여기에 서서히 말려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과의 사이에 가장 골치 아픈 문제가 다케시마 문제다. 내가 한국 정부의 상급 관리들에게 일본의 안보정책을 3년 이상 강의해 왔는데 그때 나는 그들에게 다케시마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본으로서는 세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영유권을 포기하는 것인데, 그러면 당신들에게 문제는 없어지겠지만 일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또 하나는, 자위대가 해외에서 작전을 전개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해공군과 싸워 다케시마를 지배할 정도의 능력은 있다. 그러나 그 경우 일본에게는 실익이 없다. 따라서 일본이 제안해 국제 공동 관리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강의했다. 그러면 그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단지 그것이 한국측 제안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1997년 3월25일 제140회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 참고인 군사분석가 오가와 가즈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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