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서비스'로 포털 위기론 일축
  • 장영희·이문환 기자 (jjang@e-sisa.co.kr)
  • 승인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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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닷컴 이재현 총괄책임자

지난해 10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코리아닷컴이 문을 열었을 때는 '닷컴 위기론'이 어느 때보다도 드센 시기였다. 특히 온라인 광고 시장이 위축되는 조짐이 보이자 배너 광고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포털 사이트의 미래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코리아닷컴은 포털 사이트에 대한 회의론을 일축했다. 출범 3개월 만에 가입자 1백60만명을 확보해 양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넷 업체들이 유료 서비스 실시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과감한 유료 컨텐츠 전략으로 질적인 성공까지 거두었다. 그 3개월 동안 코리아닷컴은 게임·영화·교육 등 유료 컨텐츠를 판매해 13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포털 사이트 가운데 최고 성적이다.

불황 때 출범한 코리아닷컴을 연착륙시킨 주역은 코리아닷컴 총괄책임자인 두루넷의 이재현 부사장.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IT·인터넷 등 첨단 기술 분야를 맡았던 컨설턴트 출신이다. 지난해 1월 두루넷으로 자리를 옮긴 뒤부터 이부사장은 줄곧 코리아닷컴을 진두 지휘해 왔다. 7월에는 PC통신 서비스 '나우누리'로 잘 알려진 나우콤 사장으로 취임해 18∼25세 젊은 회원이 중심인 나우누리와 누구나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코리아닷컴 사이에 다리를 놓는 중책을 맡았다.

현재 야후 코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포털 서비스 업체 중 수익을 내는 곳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포털 업체들이 이런 지경에 빠진 이유를 이부사장은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투자를 유치하고 간판급 최고경영자를 영입하는 데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고객 분석'은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레슬러 출신, 젊은 네티즌과 스스럼없이 대화

이부사장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말은, 미국 모건스탠리딘워터 증권의 저명한 인터넷 애널리스트 메리 미커의 충고이다. "인터넷 회사로 성공하려면 미친 듯이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급격히 변화하는 인터넷 산업의 특성상,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을 제공하지 못하면 인터넷 산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부사장의 신념이다.

어린 시절 이부사장은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뉴욕 주 일대에서 아마추어 레슬러 랭킹 1·2위를 다투며 금메달을 꿈꾸는 운동 선수였다. 하지만 닷컴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된 지금, 이부사장은 고객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 10∼20대 네티즌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 "두루넷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면 젊은이들이 상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나우누리 사장이나 코리아닷컴 책임자라고 말하면 얘기가 잘 통한다."

이부사장은 언젠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한 '가상 사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때 가상 사회는 가상 공간 속의 분신을 통해 성형 수술에 성전환 수술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고정 관념이 통하지 않는 공간이다. 이부사장은, 코리아닷컴의 비전은 이러한 가상 사회와 현실 사회를 잇는 관문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이재현
1964년 출생.
브라운 대학에서 국제관계 전공.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획득.
1992∼1999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근무.
두루넷 부사장·나우콤 사장

● 코리아닷컴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대표 사이트'를 표방하면서 두루넷이 문을 연 포털 사이트.
유료 컨텐츠 서비스로 출발한 코리아닷컴은 컨텐츠 판매만으로 지난해 10월 3억8천만원, 11월 4억2천만원, 12월 5억원 매출을 올리며 국내 온라인 업체 중 유료 컨텐츠 판매 1위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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