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시장 최강자 노린다
  • 장영희·이문환 기자 (jjang@e-sisa.co.kr)
  • 승인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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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트 박규헌 사장

이네트 박규헌 사장은 2001년 새해를 설악산에서 맞이한다. 사색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를 제2 창업의 해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4년을 되짚어볼 요량이다.

전자 상거래(EC) 솔루션 공급 업체인 이네트의 2000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희망과 절망이 함께 찾아 왔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20대 유망 중소 벤처 기업'으로 선정해, 시쳇말로 '떴다'. <포브스>가 그려낸 박사장의 흑백 캐리커처는 무척 다부져 보였다. 사실 이네트의 다부진 실력은 1999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IT 업계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 그리 놀랄 일은 못된다. 특히 B2C(기업·소비자간 전자 상거래) 솔루션 분야에서 오라클·IBM 같은 세계 강자들을 따돌리고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히고 있다.

공 들여온 일본 시장에서의 눈에 띄는 성과도 박사장의 기운을 북돋았다. 이네트의 대표 상품인 '커머스 21'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네트 저팬의 성공적인 현지화 작업은 이네트의 글로벌화 전략의 가속화를 뜻하기도 한다.


역동적 벤처 정신 유지에 역점

물론 절망도 있었다. e비즈니스 전도사라고 자임하는 박사장의 예측이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당초 예측했던 것과 달리 B2C보다 부가 가치가 높은 B2B(기업간 전자 상거래) 분야로 옮겨가는 속도가 너무나 느렸다. 그 결과 이네트는 매출과 순익을 하향 조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박사장은,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 기업들이 디지털 패러다임에 잘 적응하지 못해 B2B 시장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B2B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하는 것이 이네트에만 타격을 주는 차원이 아니어서 더 안타깝다. B2B는 기업간 개방적이고 투명한 협업 마인드가 관건인데, 이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구축하기 위한 기업 구조 조정의 핵심 사안인 것이다. 시기는 다소 늦춰지겠지만 모든 전자 상거래가 하나의 기기로 통합되는 'B2ALL'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박사장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박사장의 지향점은 이네트를 세계적인 e비즈니스 전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우선 아시아 지역 리더가 1차 목표이다. 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당장 브로드비전·아리바·I₂ 같은 세계 강자들과 승부해야 한다. 이네트의 성공 여부는 이 벽을 넘느냐에 달려 있다.

운동권 출신인 박사장의 경영 철학은 불굴의 도전 정신과 파트너십, 그리고 홀로 있어도 당당하다는 '신독'(愼獨). 올해 그가 해결해야 할 이네트의 현안은 역동적인 벤처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조직이 1년 사이 3배로 커졌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벤처의 생명인 도전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해가 바뀌는 날 산과의 만남을 시도하는지도 모른다.

● 박규헌
1963년 출생.
서울대 국제경제학, 연세대 경영학 석사.
데이콤 신사업개발팀.
1999년 한국전자상거래 대상·정보통신부장관상.

● 이네트
1996년 설립.
전자 상거래(EC) 솔루션 공급 업체.
1999년 이후 국내 전자 상거래 머천트 서버 시장(B2C)에서 시장 점유율 1위(35%).
2000년 B2B(기업간 거래) 토털 솔루션 출시.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20대 유망 벤처 기업'에 선정.
2000년 매출액 1백90억원, 순익 2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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