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라, 흙탕물 튈라"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03.2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야당 공세에 맞대응 자제…'원칙대로' 고수

사진설명 문제는 '대선' : 여야는 최근 언론 관련 공방이 차기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고 있다. ⓒ나명석

언론 전쟁에 한 발을 담그려던 민주당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당초 <한겨레>와 조·중·동 간의 싸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던 민주당은 3월15일 한나라당이 '권언유착설'을 제기하자 펄쩍 뛰었다. 김중권 대표는 다음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근거도 없이 정부가 특정 언론사를 지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는 정부는 물론 집권 여당의 명예도 훼손하는 일이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전국민의 관심 속에서 진행하고 있는 세무 조사 자료를 악용하고 있다고 한나라당이 왜곡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이 협 총재비서실장) "국세청에 정식으로 문의해 야당에 정면 대응하자"(김덕배 조직위원장) 등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발언도 잇따랐다.

하지만 이런 흥분 기조는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당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가라앉았다. 한 고위 당직자는 "언론사끼리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고,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끼여드는 것은 위험하다. 여당은 언론 개혁 원칙만 확인하는 선에서 물러서 있자는 것이 중론이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자칫하다 여당이 <한겨레>와 한통속이라는 의심만 더해줄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되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원칙대로 간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원칙대로 세무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도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권언유착' 발언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를 하는 중이다. 한나라당이 국세청 등 정부기관을 들먹인 만큼 당이 아닌 해당 기관이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와 언론과의 관계를 얘기할 때 흔히 인용되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전법을 새삼 민주당이 쓰고 있는 셈이다.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이번 한나라당의 '<한겨레> 때리기'가 결국 자충수가 되리라고 전망했다. "이회창 총재는 차기 대선 과정에서 어차피 <한겨레>가 자기 편이 안되리라고 보고 이 기회에 우군이라도 확실히 챙기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하지만 1997년 김현철 비리 보도 때처럼 <한겨레>가 작정하고 나서면 이총재가 엄청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다른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이총재 측근들의 언론 정책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야당 내부의 갈등이 더욱 심해지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