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으로 가는 길, 꿈 따로 현실 따로
  •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 승인 200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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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선거 등 겹쳐 정치 일정 빡빡…
국회 통과도 '바늘 구멍'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개헌이 이루어진 것은 아홉 차례. 하지만 그 과정이 순조로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정권이 물리력을 동원해 개헌을 강행했고, 1987년에는 국민들의 대규모 항쟁에 의해 개헌이 이루어졌다.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겠지만 이번 개헌도 순탄하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 전에 개헌을 하려면 일정부터가 넉넉한 편이 아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을 위해서는 우선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혹은 대통령의 발의가 있어야 하고, 대통령은 이렇게 제안된 개헌안을 20일 넘게 공고(公告)해야 한다.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하는데,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다. 현재 의원 정수가 2백73명이므로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1백82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개헌안은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에 국민 투표에 부쳐져야 하며, 대통령은 투표일 18일 전까지 국민투표일과 국민투표안을 공고해야 한다.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을 처리하는 데만 최소한 두 달 정도가 필요하다.


내년 봄부터는 각 정당 후보 선출 전당대회, 지방 선거, 월드컵 대회 등이 이어져 정치 일정이 빡빡하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안정적으로 치르려면 늦어도 내년 봄까지 개헌안 처리를 매듭지어야 하고, 그러려면 올 하반기 국회에서 공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공식으로 논의되더라도 현재의 정국 구도로 보아서는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우선 여론의 압력에 의해 여야가 단일안에 합의하는 경우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서는 이회창 총재가 개헌에 동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 다른 경우는 여권이 정계 개편 등을 통해 국회 의결 정족수인 1백82명을 채우는 방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무소속 의원 가운데 45명 이상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그렇게 크게 분열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여권 핵심 인사들이 마음은 굴뚝 같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나, 국민들이 개헌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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