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증권 '의문사' 미스터리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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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조정하다 말고 돌연 영업 정지…
외자 유치도 이유 없이 '인가 취소'




장은증권 퇴출 과정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장은증권은 퇴출되었다. 박강우씨는 '기업 의문사'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장은증권 퇴출 과정의 대표적인 의문점으로 남은 세 차례 퇴출 과정을 정리했다.


△ 1998년 7월3일

오전 9시 이대림 사장은 노사협의안대로 명예퇴직금을 지급하고 30%를 계약직으로 발령했다. 노사는 이틀 전 7월1일 장은증권의 모기업인 장기신용은행이 요구한 대로 전직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노동조합 해체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에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이헌재 증권감독원장이 오세종 장기신용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직원의 사퇴서를 받고 어떻게 명퇴금을 지급할 수 있느냐"라고 질책한 뒤 장은증권의 운명은 노사의 손을 떠났다. 오후 8시 권태리 증감원 부원장보가 "직원을 보내겠으니 영업 정지를 신청하라"고 이대림 사장에게 전화했다. 이사장은 부랴부랴 자필로 영업 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7월4일 이헌재 증감원장은 직권으로 장은증권 영업 정지 조처를 내렸다. 언론은 노조원의 강압에 의해 장은증권이 명퇴 파티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7월10일 자진출두한 박강우씨는 담당 검사가 불구속 수사하려 했으나 김태정 검찰총장의 지시로 전격 구속되었다.


△ 1998년 9월22일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경영평가위원회는 SK증권·쌍용증권·장은증권·동방페레그린증권의 경영개선 계획서를 평가했다. 경영평가위원회는 장은증권과 동방페레그린증권에 대해서는 승인을, SK증권·쌍용 증권은 조건부 승인을 금감위에 건의했다. 그러나 금감위는 정반대로 SK증권과 쌍용증권을 조건부 승인하고 장은증권과 동방페레그린증권을 퇴출했다. 금감위가 경영평가위원회의 건의를 뒤집은 경우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 1999년 3월15일

장은증권 비상대책위원회는 마지막 카드로 외자 유치에 나섰다. 박강우 위원장은 홍콩계 대형 금융기관인 KGI 이사의 금감위 방문을 사전 조율하기 위해 이우철 금감위 기획행정실장을 만나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이날 밤 재경부가 전격적으로 인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행정 착오라는 궁색한 답변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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