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만원짜리로도 질병 70% 판별"
대한가정의학회가 권고하는 건강 검진 진찰과 검사는 모두 17종이다(표 참조). 그러나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건강 검진 목록은 그 몇 배에 이른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검사하면 병을 빨리 찾아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용자의 주머니 사정과 검진 효과가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종합 병원의 건강 검진은 가짓수가 많은 만큼 비용도 많다. 보통 기본 검사가 50만원 안팎이며, 정밀 진단이라도 받으려면 100만원 가까이 된다.
꼭 필요한 건강 검진 |
진찰 | 신장·체중 | 정기 방문시 |
혈압 | 16세부터 매년 | |
시력·안압 | 65세부터 매년 | |
갑상선 진찰 | 20세부터 4년마다 | |
유방 진찰 | 30∼40세 2년마다 / 50세부터 매년 | |
직장 수지 검사 | 50세부터 매년 |
검사 | 소변검사 | 65세부터 매년 |
대변 검사 | 20세부터 매년 | |
총콜레스테롤 | 20세부터 매년 | |
간기능 검사 | 35세부터 매년 | |
B형 간염 항원·항체 검사 | 미확인시 | |
흉부 X선 | 20세부터 2년마다 / 65세부터 매년 | |
자궁경부암 검사 | 20세부터 매년(여성) | |
위 내시경 또는 위 투시 | 40세부터 1∼2년마다 | |
유방 X선 | 40세부터 2∼3년마다(여성) |
* 자료 : 대한가정의학회 제공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건강 검진이 꼭 '산탄총' 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할까? 이용자가 의사와 상의해 검사 목록을 골라야 하는데, 종합 병원들이 시행하는 검사는 거의 패키지로 묶여 있다. 그 가운데 가짓수를 늘리기 위해 전혀 필요 없는 검사가 끼워져 있음은 물론이다. 암 표지자 검사가 대표적이다. 암 표지자 검사는 조기 진단용이 아니라 암 치료 뒤에 치료 효과를 판별하는 검사. 그런데도 50만원 안팎의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에는 암 표지자 검사가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개인 병원이나 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몇만 원짜리 기본 검사만 성실하게 시행해도 질병의 70%는 가려낼 수 있다고 말한다. 종합 병원이 실시하는 50만원 안팎의 기본 검사로는 질병 유무를 90% 가량 가려낼 수 있다. 100만원 안팎의 정밀 검사로는 92%를 찾아낸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사람이 비싼 돈을 내고 100만원짜리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하루 80명이 건강 검진 검사를 받는 한 종합 병원에서는 이용객 절반 이상이 정밀 검사를 선택한다.
조비룡 교수(서울의대·가정의학)는 "종합건강검진에서 의사와 상담한 병력이나 가족력 덕분에 병을 알아낸 것이 70%를 차지하고, 검사 비중은 30%에 불과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종합 검진을 하는 까닭은, 조기 발견뿐 아니라 예방 교육을 통해 발병 가능성을 낮추려는 데 있다. 그러나 상당수 건강 검진 프로그램이 실험실 검사에 치중해 있다고 조교수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