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진단 받기' 바가지 종합 검진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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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검사 끼워넣고 가짓수 늘려…
"몇 만원짜리로도 질병 70% 판별"


대한가정의학회가 권고하는 건강 검진 진찰과 검사는 모두 17종이다(표 참조). 그러나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건강 검진 목록은 그 몇 배에 이른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검사하면 병을 빨리 찾아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용자의 주머니 사정과 검진 효과가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종합 병원의 건강 검진은 가짓수가 많은 만큼 비용도 많다. 보통 기본 검사가 50만원 안팎이며, 정밀 진단이라도 받으려면 100만원 가까이 된다.




꼭 필요한 건강 검진































진찰 신장·체중 정기 방문시
혈압 16세부터 매년
시력·안압 65세부터 매년
갑상선 진찰 20세부터 4년마다
유방 진찰 30∼40세 2년마다 / 50세부터 매년
직장 수지 검사 50세부터 매년















































검사 소변검사 65세부터 매년
대변 검사 20세부터 매년
총콜레스테롤 20세부터 매년
간기능 검사 35세부터 매년
B형 간염 항원·항체 검사 미확인시
흉부 X선 20세부터 2년마다 / 65세부터 매년
자궁경부암 검사 20세부터 매년(여성)
위 내시경 또는 위 투시 40세부터 1∼2년마다
유방 X선 40세부터 2∼3년마다(여성)

* 자료 : 대한가정의학회 제공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건강 검진이 꼭 '산탄총' 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할까? 이용자가 의사와 상의해 검사 목록을 골라야 하는데, 종합 병원들이 시행하는 검사는 거의 패키지로 묶여 있다. 그 가운데 가짓수를 늘리기 위해 전혀 필요 없는 검사가 끼워져 있음은 물론이다. 암 표지자 검사가 대표적이다. 암 표지자 검사는 조기 진단용이 아니라 암 치료 뒤에 치료 효과를 판별하는 검사. 그런데도 50만원 안팎의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에는 암 표지자 검사가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개인 병원이나 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몇만 원짜리 기본 검사만 성실하게 시행해도 질병의 70%는 가려낼 수 있다고 말한다. 종합 병원이 실시하는 50만원 안팎의 기본 검사로는 질병 유무를 90% 가량 가려낼 수 있다. 100만원 안팎의 정밀 검사로는 92%를 찾아낸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사람이 비싼 돈을 내고 100만원짜리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하루 80명이 건강 검진 검사를 받는 한 종합 병원에서는 이용객 절반 이상이 정밀 검사를 선택한다.


조비룡 교수(서울의대·가정의학)는 "종합건강검진에서 의사와 상담한 병력이나 가족력 덕분에 병을 알아낸 것이 70%를 차지하고, 검사 비중은 30%에 불과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종합 검진을 하는 까닭은, 조기 발견뿐 아니라 예방 교육을 통해 발병 가능성을 낮추려는 데 있다. 그러나 상당수 건강 검진 프로그램이 실험실 검사에 치중해 있다고 조교수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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