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의 '태평성대' 계속될까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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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연속 흑자에 당기순이익도 늘어…
'안티 조선' 등 역류 거세 앞길 불투명


조선일보사가 정권과 맞서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은 재정적인 뒷받침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한 중견 기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언론사 가운데 조선일보사는 가장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고 있고 회계 처리도 치밀한 것으로 소문 나 있다. 조선일보사를 '언론계의 삼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선일보사는 5년 연속 동아·중앙과 함께 흑자를 냈지만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다른 두 신문사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부채가 적다. 2000년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천3백96억원으로 동아·중앙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당기순이익은 다른 두 신문사가 1999년보다 수십억∼수백억 원이 줄어든 반면 조선은 오히려 30억원이 늘어났다. 단기차입금은 2000년의 경우 89억원에 불과해 동아·중앙이 7백억원을 넘은 것과 대조를 이룬다. 부채 비율은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넘지 않았고, 1999년에는 현금 1백35억원, 2000년에는 2백10억원을 다음해로 넘겼다.


조선일보사의 경영 상황을 보여주는 또 한 가지 지표는 미디어경영연구소(소장 주요한)가 최근 발표한 2000년도 전국 33개 신문사 '종합 경영 평가'다. 주소장은 "매출액 증가율과 부채 비율 등 부문별 실적에 대한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를 종합해서 점수화해 평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사는 100점 만점에 89.8점을 받았다. 신문사들의 평균 경영 점수(49.8)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신문사(67.3점)보다도 20점 이상 높았다.


한국신용평가의 기업체 평가에서도 조선일보사는 90점(1999년)을 받아 언론사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주소장은 "지난 5년간 조선일보사는 한 해 평균 20.99%의 매출 증가율과 10%대 영업 이익 증가율, 그리고 29.06%의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덕택에 지난해 말에는 직원들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했고, 회사 부근에 있던 충남방적 건물도 사들여 다른 언론사의 부러움을 샀다.


그 때문에 조선일보사 내부는 자신감에 차 있다. 지난 6월29일 국세청이 조선일보사로부터 세금 3백42억원(〈스포츠 조선〉 등 계열 기업 6개 사를 포함하면 5백2억원)을 추징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 신문의 고위 관계자는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사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10년 이상 〈조선일보〉에 근무한 한 기자는 "내부에서는 회사측이 수치로 알려진 것 이상으로 많은 돈을 비축해 두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라고 전했다. 조선일보사 한 전직 간부는 상황이 좋을 때 다른 언론사들이 부동산을 사들였던 것과 달리 이북 출신인 방우영 회장은 현금을 모으는 데 열심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조선일보사 내부에서는 추징금을 어떻게 납부하느냐는 것보다는 사주나 고위 인사가 구속되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위기 국면 맞아 오히려 '공격 경영'




언론계에서는 또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2일까지 사원 확장 운동을 벌였던 조선일보사가 7월20일부터 다시 사원 권유 구독 부수 확장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든든한 재력을 바탕으로 위기 국면에서 오히려 '공격 경영'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재식 조선일보사 판매국장은 7월20일 발행된 사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에 부동의 1위를 굳히자는 뜻이다. 또 일부 단체가 조직적으로 〈조선일보〉 구독 거부 운동을 하고 있어 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확장 운동을 재개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선일보사 전국 각 지국도 22만부 확장을 목표로 7월20일부터 2개월간 독자 10% 늘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 조사가 시작된 뒤 일부 줄어들었던 〈조선일보〉 독자 수는 최근 영남권과 서울 강남 지역 등을 중심으로 다시 약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펴낸 〈2000년 문화산업 백서〉에 따르면 조선일보사 매출액에서 광고와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75 대 25다. 다른 언론사들은 보통 광고가 매출액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조선일보사는 판매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조선일보사도 전반적인 경기 악화의 영향에서 예외일 수는 없어 광고 수주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업계 사람들의 분석이다. 조선일보사 광고국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출근 시간을 30분 당기고 업무를 세분화하는 등 비상 근무 체제를 가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광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사 광고 수주 감소 폭이 다른 신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이럴 때 한 사람의 독자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라는 김재식 판매국장의 말처럼 조선일보사 내부에서는 경기가 나빠져도 기업이 광고를 안 할 수는 없는 만큼 업계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광고주에 대한 친절 서비스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사 광고국을 방문했던 한 인사는 다른 언론사에서 볼 수 없었던 '친절'을 접하고 놀라운 나머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4년간 조선일보사 살림살이(단위:억원)














































연도 매출액 부채 단기차입금 당기순이익 이자 비용 부채 비율
2000 4753 1396 89 428 76 54.5%
1999 3912 1421 90 398 91 65%
1998 2761.2 1173.4 121 38.3 21.3 65%
1997 3822.4 1745 194 96.9 23.5 101%


지금 상황대로라면 조선일보사의 경영 상황은 파란불이다. 그러나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만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한 관계자의 지적처럼 언제 상황이 바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60만 조직원을 가진 민주노총이 〈조선일보〉 구독 거부를 결의하는 등 '안티 조선'운동이 선언을 넘어 실제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 한 변수다.


또 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 2월27일 발표한 '2001 인쇄매체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20·30대에서는 〈조선일보〉보다 〈중앙일보〉를 보는 사람이 많다. 7월24일 열린 조선일보사 안병훈 부사장과 서울지역 주요 지국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20·30대층 신규 독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조선일보사 사람들은, 그들도 40대가 되면 〈조선일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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