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만 뽑고 빨리 뚜껑 덮자?
  • 권은중 기자 (jungk@e-sisa.co.kr)
  • 승인 200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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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례적 '초고속' 수사…

"외압 의혹 규명 않고 파장 줄이기 급급"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개발사업 관련 수사가 이상호 전 단장과 국중호 전 청와대 행정관 2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이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두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금품 수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인천지검(지검장 이범관)은 8월8일 스포츠서울21 윤흥렬 사장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강동석 사장이 이상호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윤사장과 강사장을 불러 조사한 후 8월 이상호씨를 전격 소환해 조사하고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이처럼 신속하게 처리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윤사장은 소환 날짜인 8월9일보다 하루 앞선 8일 저녁 7시30분 인천지검을 찾았다. 윤사장은 다음날 행사가 있는 데다 하루빨리 의혹을 벗고 싶어 일찍 출두했다고 밝혔다. 소환일보다 하루 먼저, 그것도 업무가 끝난 시간에 고소자가 검찰에 출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후 검찰 수사는 초고속으로 진행되었다.


검찰이 수사를 서두르는 바람에 관련자들은 같은 날 열리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은 "8월10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하기로 약속했던 강사장과 양언모 사업개발팀장 등이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특히 강사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출석하지 못한 데에는 말 못할 사연이 있다'고 말해 청와대가 압력을 넣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즉 여당과 검찰이 나서서 이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고 언론에 보도되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이상호씨가 제기한 외압 의혹을 규명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또 강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주체를 적극 밝히려고 하는지 의문이다. 국중호씨가 현정권 실세인 김옥두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고, 에어포트72의 주주로 김홍일 의원의 처남인 윤흥렬 스포츠서울21 사장이 참여하고 있어 여권 실세의 외압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검찰이 외압의 주체인 국 전 행정관과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이 전 단장을 구속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해 떠들 사람은 없어진 셈이다. 오직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 보아야 하는 처지가 된 야당은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이범관 인천지검장이 영 미덥지는 않다는 표정이다. 이지검장이 현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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