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정몽구, 왕회장 영향력 '상속'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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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1위 '수성'…안철수, 벤처 CEO 중 유일하게 10위권 진입
이건희 수성, 정몽구 약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을 묻는 조사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정상에 올랐다. 1999년 소떼를 몰고 방북길에 올라 전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던 것을 제외하면 이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조사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이 차지했던 3위 자리는 정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물려받았다. 당시 정회장의 순위는 10위였다. 지난해 한국 최고 기업이 삼성전자였다면 올해는 단연 현대자동차인 만큼 정회장의 영향력이 증가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만 현대자동차가 거둔 순이익은 6천1백5억원으로 지난 한 해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의 입지는 한층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왕자의 난'을 통해 현대그룹 후계자로 화려하게 등극하며 지난해 5위에 올랐던 정의장은 올해 8위로 밀려났다. 교수·학자와 기업인 집단에서는 1∼2%대 응답률을 기록해 10위권에조차 들지 못했다. 게다가 주력 사업인 대북 사업 전망이 여전히 어둡고 계열사 중 흑자를 내는 기업은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뿐이어서, 앞으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 오너가 대부분인 10위권에 벤처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한국의 간판급 스타 경영자들 중에서도 군계일학이다. 자서전 〈영혼이 있는 승부〉를 내고 베스트 셀러 저자가 되기도 한 안사장은, 최고 경영자의 새로운 덕목으로 청렴함과 고결함을 제시한 인물이다. 어느 단체나 조직보다도 기업인의 도덕성을 중시하는 시민단체 집단은 안사장의 영향력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다음가는 4위로 지목했다. 지난해 '가장 영향력 있는 벤처 CEO'로 꼽혔던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과 이민화 메디슨 전 대표는 각각 16위, 27위에 올랐다.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

이건희 75.3%
진 념 26.4%
정몽구 16.6%
구본무 10.5%
정몽준 6.8%
손길승 6.7%
안철수 5.3%
정몽헌 5.1%
김각중 4.6%
이근영 2.5%

 


재벌 개혁 첨병 공정위 위원장 영향력 '전무'

 


경제 관료들 중에서는 진 념 재정경제부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만이 10위권에 들며 체면치레를 했다. 개각이 거론될 때마다 교체설에 오르면서도 줄곧 경제팀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진장관은 2년 연속 2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지목률은 32.3%에서 26.4%로 하락해 영향력이 훨씬 줄어든 것으로 평가되었다.


응답자들이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재벌 개혁의 첨병으로 나섰던 이남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영향력이 거의 '전무'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심지어 이위원장은 공정위의 감시·감독 대상인 기업인 집단에서조차 1.3% 지목률을 얻어 집권 말기 공정위의 힘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실감케 한다.


이번 조사를 통해서도 한국에서 '전문 경영인 시대'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임이 드러났다. 한국의 간판급 전문 경영인이자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은행을 이끌 김정태 국민·주택 합병은행장 지목률은 0.3%. 반면 현대중공업 대주주이자 경영 고문일 뿐 정치가 '본업'인 정몽준 의원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 5위에 꼽혔다.


지목률 1.2%인 최태원 SK(주) 회장을 제외하면 재벌 3세들은 아직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배 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의 경우 현재 경영 수업을 받으며 두문불출하는 까닭인지 지목률 0.3%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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