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렬-윤태식, 어떤 관계기에…
  • 소종섭·신호철 기자 ()
  • 승인 200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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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사장·부인·아들, 패스21과 얽히고 설켜…검찰, 비리 개입 여부 수사
윤태식 게이트가 언론계를 강타하자 <서울경제> 김영렬 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사장은 현재 거론되는 언론계 인사 가운데 최고위층이자 패스21의 성장을 결정적으로 도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사장이 윤태식씨의 정·관계 로비 창구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와 윤태식씨는 어떤 관계였을까. 단순한 후견인이었을까, 아니면 그 이상의 관계였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두 사람이 김사장 부인의 소개로 만나 김사장이 윤씨에게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는 것 정도이다. 김사장은 1998년 당시 이종찬 국정원장을 윤씨에게 소개해, 윤씨로 하여금 국정원에서 보안설명회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2000년 3월에는 전 재경부장관 이 아무개씨를 패스21 고문으로 영입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사장과 윤태식씨가 단순한 사람 소개 차원을 넘어서 깊숙한 관계를 맺었을 것으로 본다. <서울경제>가 다른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패스21과 관련한 기사를 많이 다룬 것은 물론 ‘벤처 기술의 개가’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내보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사장과 부인은 1999년 9월 패스21 주식을 주당 만원에 1만6천주 사들여 16% 지분을 갖고 있다가 2000년 6월 현대증권에 주당 15만원씩 6천5백주를 팔아 9억여원의 이익을 본 적도 있다.

김사장과 윤태식씨가 좀더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씨의 동생인 윤태호씨와 김사장 차남인 김유섭씨는 윤씨가 패스21을 설립하기 전부터 생체 인식 기술을 갖고 있던 벤처 기업인 브라콤에 함께 이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이 회사를 윤씨가 인수했는데, 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김사장 부인 윤미자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윤미자씨는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찾아온 윤태식씨의 설명을 듣고 브라콤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 이 회사의 이름은 규수당브라콤(현 패스21)으로 바뀌었다. 그와 함께 윤씨의 동생인 윤태호씨가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었다.

또 김사장의 장남 김준섭씨는 1998년 9월∼1999년 8월 패스21에서 감사로 근무했고 차남 김유섭씨는 1998년 9월∼2000년 6월 이사로 근무했다. 두 사람은 패스21의 주식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가 자꾸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라고 항변하는 김사장의 주장이 의심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준섭씨는 “내가 패스21의 감사였는지 나도 몰랐다. 어머니가 그냥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다. 이사회에 가본 일도 없다. 주식을 갖고 있긴 하지만 몇 주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아들 김씨의 말대로라면 김사장의 부인 윤미자씨는 임원을 선임할 정도로 패스21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윤씨는 자본금 10억원 규모인 벤처인큐베이팅 업체 베스트링크의 사장으로 있으며 패스21에 투자하는 등 남다른 열의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김사장의 가족 전체는 윤씨 형제, 나아가 패스21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윤씨와 김사장의 관계가 단순한 후원 관계 이상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사장 아들인 김준섭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복권 사업체 예스아이비도 주목된다. 지난해 8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주관하는 인터넷 복권 사업의 사업자로 결정된 이 업체에 대해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다.


김사장 아들이 운영하는 인터넷복권 업체도 주목


이의원은 지난해 9월14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사업자 선정 과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졌고 특혜 의혹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의원의 설명은 이렇다. “김준섭씨가 38개 업체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는데 삼성·LG·SK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들어 있었다. 이름도 낯선 30대 사장이 어떻게 이런 대기업들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질의 뒤 김영렬 사장이 찾아왔다. 그는 김준섭 사장이 자기 아들이라면서 더 이상 질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나는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섭 사장도 이의원의 한 측근을 찾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아버지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경제>는 예스아이비가 인터넷 복권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해 8월 ‘불황 모르는 대박 사업-인터넷 복권 사업 뜬다’는 제목으로 기획 기사를 내보내 예스아이비를 크게 다루었다. 또 패스21은 지난해 7월 이 회사와 5억원 출자 계약을 맺었다. 김준섭씨는 “패스21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라며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김사장이 패스21과 윤씨를 위해 홍보성 기사를 쓰도록 지시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사장에게 증권거래법을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법 188조와 207조에는 ‘누구든지 유가 증권 매매와 관련해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해 고의로 허위의 시세 또는 허위의 사실, 기타 풍설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쓰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김사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김사장 가족과 윤씨 형제 간의 ‘특별한’ 관계는 쉽게 그의 발목을 놓아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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