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 구상·양빈 임명, 어떻게 이뤄졌나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2.10.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일, 상하이 방문 전부터 계획…장쩌민 천거 받고 장관 낙점



홍콩-상하이의 유럽 자본을 들여다가 신의주를 개발한다는 구상은 김정일 위원장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1월 상하이를 방문하기 전부터 김위원장은 신의주를 새로운 경제 특구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막상 상하이가 ‘천지개벽’한 모습을 눈으로 본 김위원장은 상하이의 눈부신 발전이 바로 홍콩과 상하이에 들어와 있는 화교 자본과 유럽 자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현지에서 확인했다.


마침 상하이 방문 직후 베이징에서 장쩌민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위원장이 장 주석에게 신의주 특구 개발 결심을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홍콩과 상하이에 들어와 있는 화교 자본과 유럽 자본이 신의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주석은 김위원장의 이같은 요청을 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지난해 5∼6월께에는 중국 내에 신의주 특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 전담팀이 구성되었다. 양빈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은 바로 이 때를 전후해 등장했다. 중국측 전담팀이 김위원장의 요구를 감안해 유럽 자본과 튼튼한 인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양빈 회장에게 자문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그를 장 주석에게 천거하기에 이르렀다. 양빈 회장이 장 주석에게 신의주 개발에 대한 자신의 포부와 비전을 설명하자 이에 호감을 가진 장 주석이 김위원장에게 그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북한 대로 양빈 회장의 유럽 커넥션을 다각도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의 조사 과정에서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소속 EU코리아 재단측이 많이 기여했다는 소문이 있다. 북한이 EU코리아 재단과 EU 코리아 재단이 대동하고 올라간 박근혜 의원을 특별 대우했던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빈은 양빈대로 북한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신의주에 5천만 달러 상당의 선 투자를 한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문제는 양빈이 신의주 특구 문제를 북측과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작 자신을 천거해준 중국측은 소홀히 대하고 유럽 세력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에 임명된 직후 특구 법무장관에 유럽 사람을 앉히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양빈은 홍콩-상하이의 유럽 자본을 끌어들여 신의주를 개발한 뒤 신의주에서 생산된 제품을 곧바로 유럽으로 수출해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략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유럽인 법무장관을 임명한다는 구상인 것이다. 그러나 양빈의 태도는 중국으로서는 참으로 괘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