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년 올해의 인물' [사회]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 정희상 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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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진실 밝힌 ‘인권의 촛불’

 
사회 분야에서 올해의 인물로는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가 뽑혔다. 의문사위는 권위주의 통치 시절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공권력에 희생된 뒤 의문사로 처리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0년 10월 출범한 의문사위가 22개월 동안 조사한 사건은 모두 83건. 의문사위는 이 중 19건에 대한 공권력의 은폐 조작 경위를 밝혀내 이를 모두 민주화운동이었다고 인정했다. 1973년 중앙정보부의 고문으로 숨진 최종길 교수 사건과 1975년 인혁당 관련자 8인에 대한 사법 살인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1980년 신군부가 삼청교육대생들에게 자행한 인권 유린과 청송보호감호소 박영두씨 고문 치사 사건의 실상을 밝혀낸 것도 지난 한 해 의문사위가 거둔 굵직한 소득이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의문사위는 역풍에 시달려야만 했다. 과거 정권 때 가해자였던 보안사·국정원·검찰 등 권력 기관은 여전히 의문사위의 활동을 못마땅해 했고, 조사에 철저히 비협조적이었다. 장준하·이내창·임철규 사건의 진상은 이들의 비협조로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심지어 국방부는 의문사위가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 진실을 조작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여론은 의문사위 편이다. 보수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1월14일 의문사위 활동 시한을 1년간 연장하는 법이 개정되어 남은 사건을 계속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2월10일에는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로부터 ‘제3회 공무원 인권상’도 받았다. 국제사면위원회는 “특히 과거의 인권 침해에 대한 불처벌 관행을 일소하고, 정부가 정부의 실수와 잘못을 찾아내 규명하고 과거 청산에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국제사면위원회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허원근 일병 사건에 대한 진실 추적 작업을 꼽았다.

올해의 사회 분야 인물로는 의문사위에 이어 이회창 후보 두 아들 병풍 역비리를 폭로한 김대업씨와 두 여중생 역살 사건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주한미군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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