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회사들 “내 코도 석자”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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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늘어나고 연체율 치솟아 위기감…회원 솎아내기 등 ‘물 관리’ 주력



새해를 맞은 카드회사들의 신년사는 사뭇 비장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는 ㅇ카드사의 사장은 “올해는 카드회사 한두 곳의 도산이 불가피할 만큼 영업 환경이 열악하다”라고 밝혔다. 다른 회사들도 생존 위기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카드회사들의 몸사리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다. 연체 관리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ㅇ카드사의 연체 관리 직원은 5백명. 12월에는 연체 관리 태스크포스팀을 따로 꾸렸다. ㅅ카드사는 연체 관리를 본사가 전담하기로 했다. 회수도 중요하지만, 추심 과정에서 잡음이 생겨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회사의 연체율은 10% 이상, 많게는 12%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회원 확보에 열을 올리던 카드사들이 ‘물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카드회사들이 미성년이건 대학생이건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급을 늘려온 이유는 시장을 선점해야 살아 남는다는 전략 때문이었다. 그 결과 휴면 카드가 전체의 3분의 1에 이른다. 카드회사들은 고위험군 카드 이용자를 분류하면서 고객을 퇴출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미성년자에 대한 신규 발급은 사실상 정지 상태. 문제의 소지를 아예 없애자는 내부 방침에 따라 ㅇ카드사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인터넷으로 카드를 신청할 경우 입력이 되지 않도록 조처하고 있다.


애꿎은 피해자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상담을 요청한 박 아무개양은 “지금까지 연체 한번 하지 않았다. 미성년자라고 갑자기 돈줄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카드 회사를 성토했다. 자영업자나 신용이 불량했던 일반 고객들도 카드 이용에 제한이 많아졌다.
현금 서비스 한도가 갑자기 줄면 신용불량자가 폭증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업계는 상반기 신용불량자가 3백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은 사용 한도를 줄일 경우 액수를 표시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한도가 줄었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권고했다.





카드사·금융 당국 서로 책임 떠넘기기


그러면서도 은행과 규제 당국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계속하고 있다. 은행은 당국이 현금서비스·카드론 등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는 바람에 한도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금융감독원은 2004년까지 유예 기간이 있는 조처로 현행 한도 축소는 개별 회사의 리스크 관리 업무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카드회사들이 연체 관리에 더욱 더 목을 매는 이유는, 올해부터 연체율을 기준으로 카드회사에 대한 각종 경고 조처를 하겠다는 방침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금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미사용액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권고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대거 대환 대출로 전환했지만,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카드회사 부담은 높은 수수료 이익으로 충당되었다. 하지만 그쪽도 여의치 않다. 고객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조달 금리와의 격차를 예시하면서 은행과 카드사가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것이 없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규제개혁위원회가 금융 당국의 잇단 제재 조처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지만, 카드업계의 ‘혹한’을 막아내기에는 턱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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