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부도덕성이 원죄다”
  • 노순동·차형석 기자 ()
  • 승인 2003.01.1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성년 신용불량자 소송 맡은 윤성철 변호사



이번 소송에서 카드업계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미성년자와의 기존 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모두 이유 없다고 보았다. 윤성철 변호사에 따르면 이는 다툴 필요조차 없는 명확한 사안이다. 계약을 취소할 경우, 처음부터 계약은 무효가 되고 과정에서 발생한 이득을 서로 환원하면 된다. 이 경우 양자의 관계는 채권-채무 관계가 아닌, 부당 이득을 서로 반환해야 하는 관계가 된다.


이번 사건도 미성년자가 계약을 취소하면, 카드사와 미성년자는 서로가 얻은 이득을 반환하면 된다. 쟁점은 반환해야 하는 부당 이득의 범위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규정에 따르면 ‘현존하는 부당 이득’이다. 과연 이 경우 무엇이 해당할까.


윤변호사는 현존하는 부당 이득은, 계약 시점이 아닌 ‘계약이 취소될 당시 수중에 남아 있는 부당 이득’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핸드폰을 샀을 경우 사용중이던 핸드폰이 반환해야 할 부당 이득이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한 경우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납한 대금, 즉 물건값이 미성년자가 취한 부당 이득이라고 보았다. 핸드폰이 아니라 핸드폰 가격만큼의 돈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사가 얻은 부당 이득은 가입자가 지불한 대금이다.


현금 서비스는 사정이 조금 더 복잡하다. 통상 금전의 경우 술이나 유흥비로 탕진했을 경우 그 돈은 없어진 것으로 보고(낭비비), 기타 학원비나 물건 구입에 쓴 경우(필요비) 현존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것도 재판부는 구별하지 않았다. 모두 미성년자가 반환해야 할 부당 이득으로 보았다.
윤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돈을 썼으면 갚아야 한다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 안이하게 기댄 판결’이라고 보았다. 그는 원래 계약 능력이 없는 자와 계약을 맺은 카드회사들의 부도덕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민법이 미성년자를 특별히 보호하는 뜻을 헤아리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무효한 계약 때문에 미성년자들이 신용불량자로 등재되어 있는 상황 또한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